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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담한 이스라엘, 이란 한복판서 하마스 수장 암살 -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사령관 피격후 하마스 수장까지 암살 - 이란에서 피살당한 하니예, 중동전쟁 확전 불가피 - 反이스라엘 강경파인 하니예, 이스라엘의 핵심 타겟이었다
  • 기사등록 2024-08-01 04: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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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사령관 피격후 하마스 수장까지 암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던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61)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당했다. 누가 봐도 이스라엘이 행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건은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해 숙소에 머무르던 중 기습을 당했다는 점에서 소위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이란과 동맹그룹들의 집단적 반발과 보복전이 예상된다.



CNN은 31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면서 인질 협상과 휴전회담을 이끌고 있는 하니예가 암살을 당했다”고 긴급 속보로 보도했다. 하니예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중립국인 카타르 등에서 하마스의 전투를 지휘하던 인물이다.


이날 이란 대통령 취임식엔 하마스뿐만 아니라 예멘 반군 후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중동 친(親)이란 무장세력 핵심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들의 공격으로 살해당했다”고 밝혔으며,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하니예와 그의 경호원 1명이 이날 오전 테헤란에 있는 주거지가 공격당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하니예는 암살되기 불과 몇 시간 전부터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이란 고위급 간부들과도 만났다”며 “이란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눈여겨볼 것은 이란에서의 하니예 피격 전날인 30일 오후 늦게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에서 헤즈볼라 지휘관을 겨냥한 ‘표적 공습’을 전격 단행했는데, 이스라엘은 이 공격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군사 고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그는 수년 전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미사일 부대 사령관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그는 1983년 미 해병 241명이 숨진 베이루트 미 해병대 막사 폭파 사건도 지휘했으며, 미국의 수배도 받고 있다. 그에게 걸린 현상금은 500만 달러(약 69억 원)에 달한다.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작전계획 고문인 푸아드 슈크르를 베이루트 지역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헤즈불라의 핵심 사령관을 제거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하니예를 암살했다는 점에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후의 진전 상황이다. 헤즈불라의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한 후에도 관련국과 국제사회는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전쟁 확전을 다독여 왔다. 실제로 압달라 부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은 공격 직후 “확전을 피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에 대한) 헤즈볼라의 대응이 ‘비례적’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 측은 “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 레바논과 이스라엘 모두와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시 하니예에 대한 암살 사건까지 터지면서 중동전쟁 확산을 막으려는 일련의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에서 피살당한 하니예, 중동전쟁 확전 불가피]


이런 가운데 하니예의 피살은 중동전쟁에 또다른 성격의 불씨를 던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 서열 1위의 지도자가 암상됐다는 상징성 말고도 피격 장소가 이란이라는 점, 그것도 이란 대통령의 취임 행사에 참석하는 가운데 피격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 등으로 인해 ‘저항의 축’의 수뇌국인 이란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당장 후티 반군 지도자 모하메드 알리 알 후티는 “극악한 테러 범죄”라 규정하면서 보복을 다짐했고, 하마스는 “다양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며 사실상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을 예고했다.


CNN도 “하니예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문제와 휴전 협정에 대한 주요 협상자였다”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란이 지원하는 두 단체의 지도자들이 표적이 되었는데, 특히 하니예의 암살은 (하니예가 추진해 오던 휴전) 협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중동지역에서 상황은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도 “(졸지에 수장을 잃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두 무장단체중 어느 쪽이 먼저 대응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빙향도 결정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공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反이스라엘 강경파인 하니예, 이스라엘의 핵심 타겟이었다]


사실 하니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발화점이 된 지난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의 핵심 배후로 꼽혀온 인물이어서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제거 1순위로 꼽혀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니예는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 IS(이슬람국가)의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탈레반의 무하마드 오마르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우두머리들처럼 철저히 위치를 숨기며 은둔 생활을 해왔지만 결국 이스라엘의 표적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4월에는 하니예의 아들 3명이 가자시티 근처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하니예의 3명의 아들 모두가 하마스의 군사요원이라고 밝혔다.


하니예는 지난 2019년부터 카타르와 튀르키예 등의 호화 호텔 등에서 은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음에도 하니예에 대한 경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특히 하니예의 동선이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이란도 매우 당혹감에 빠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란도 뭔가 군사적 보복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란과 ‘저항의 축’ 지도자들, 과연 안전할까?]


현재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하마스의 수장 하니예까지 제거한 이스라엘이 다른 저항의 축 지도자들에 대해 제거 작전을 계속해 나갈지에 대한 부분이다.


NYT에 따르면 실제로 이란은 하니예 피살 직후 국가안보위원회를 열고 긴급회의를 열었는데, 당장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저항의 축 지도자들의 안전에 관련된 문제들이 논의되었으며, 하니예의 피살과 관련된 정보의 유출 문제들이 협의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어 “이란의 신임 대통령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동맹국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중대한 보안 침해에 직면해 있다”면서 “하니예와 긴밀히 접촉했던 이란의 최고지도자들의 안전까지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이란이 초비상 상황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 지도자들에 대한 제거 작전을 카타르에서는 펼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카타르가 비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어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란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저항의 축 지도자들이 이란의 테헤란으로 건너오자 제거의 기회를 노린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란의 대응에 따라 확전 여부 결정될 듯]


하니예의 피격 사건과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을 향해 치명적 공격을 감행한 헤즈볼라의 사령관을 전격 공습해 제거한 이스라엘이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하마스의 수장 하니예를 암살했다는 것은 더 이상 가자지구와 관련된 하마스와의 휴전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하니예의 피격은 하마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 보도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고위 간부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 단체인 하마스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 갈 것”이라며 “우리는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의 태도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최고 인보기관이 하니예의 피살과 관련해 이란의 대응 전략을 논의하게 될 것이며, 이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등 다양한 전략들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의 고민도 크다. 이란의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가장 큰 국정과제는 서방진영과의 일정부분 화해를 통해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를 끌어내려는 것이었는데, 만약 저항의 축 세력들을 동원해 이스라엘과 전면전으로 피의 보복을 강행하게 된다면 그의 국정운영 노선이 완전히 흐트러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이란의 수도에서, 그것도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하려 온 동맹의 수장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복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절대적으로 피해왔다. 만약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하게 될 경우 미국의 개입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 경우 이란이 받을 피해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임 대통령의 입장에서 체면치레를 할 수 있는 부분적 반격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이란의 직접 공격을 이스라엘이 막아낸다면 이란의 처지는 더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란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 저항의 축 세력들이 전면적 반격을 가하는 형태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전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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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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