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 축구장에 떨어진 로켓, 12명 사망]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 헤즈볼라가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로켓이 떨어져 1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소행이라며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밝혀 양측간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날아 온 로켓이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 떨어지면서 최소 12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는 최근 몇 달동안의 이스라엘 북부 국경 너머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이스라엘과 레바논·시리아 접경지대 골란고원에 있는 마즈달 샴스의 한 축구장이 폭격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 12명 이상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당한 이들은 대부분이 10대와 청소년이었으며 당시 그곳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마즈달 샴스를 향해 로켓을 발사했다”면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레바논 남부 크파르 킬라에서 헤즈볼라 무장대원 4명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했다. 헤즈볼라는 보복 차원에서 카추샤 로켓 등으로 최소 4차례 공격했으나 축구장 공습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일부 단체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한 로켓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인정했다.
[보복 공격 다짐하는 이스라엘, 네타냐후는 급거 귀국]
사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부분적인 공격을 치고 받기는 했지만 전면적인 전쟁 국면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다시말해 이스라엘이 남쪽 가자지구에서 10개월여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북쪽 헤즈볼라와는 국지전 성격의 교전만 벌였다.
수개월 동안 무장한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연대하여 이스라엘에 수천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고, 이로 인해 수만명의 이스라엘인들이 대피를 해야만 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레바논 국경 마을을 파괴했고, 그곳에 거주하던 9만여명이 북쪽으로 피난을 갔다. 또한 이스라엘은 그동안 무장한 헤즈볼라 460여명을 사살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양쪽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전면전은 가능한한 삼가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골란고원을 향한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은 이스라엘이 그냥 넘기기에는 이미 어렵게 됐다. 이스라엘 정부 자체가 헤즈볼라가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미국을 방문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긴급 배포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이 살인적인 공격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헤즈볼라는 지금까지 치르지 않았던 막대한 대가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Daniel Hagari) 소장도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가장 잔혹한 공격”이라며 “축구장을 공격한 로켓은 이란 모델인 팔라크-1으로 50kg의 탄두를 창착했는데. 그 로켓은 레바논에서 오직 헤즈볼라만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가리 소장은 이어 “우리는 북부 국경의 완전한 안보를 회복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며 “헤즈볼라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카츠 외무장관도 “오늘 헤즈볼라의 공격은 레드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헤즈볼라와 레바논을 상대로 전면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시 분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골란고원]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땅이다. 시아파 분파인 드루즈파를 믿는 시리아계 주민 2만여명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거주한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법을 제정해 자국 영토로 병합했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개전 이후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헤즈볼라와 연일 충돌해왔다. 최근 들어 교전이 격해지면서 전면전 우려가 커졌다. 지금까지 민간인을 포함해 레바논 측에서 450명 이상, 이스라엘에서 34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은 집계했다.
눈여겨볼 것은 최근들어 이스라엘내에서도 하마스와의 전쟁 휴전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헤즈볼라의 도발로 또다시 전쟁 불사 여론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NYT도 “골란고원의 마즈달 샴스에 대한 공습은 최근 몇 주 동안 심화된 헤즈볼라의 로켓 및 드론 공격에 대해 네타냐후 정부가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압박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NYT는 그러면서 카네기 중동 센터의 베이루트 펠로우인 모하나드 하게 알리의 견해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이번 공습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헤즈볼라는 전면전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자제력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나 다른 무장 단체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도 모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모든 폭력과 침략 행위’를 비난했으며, 이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국제법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다시 전면전 치를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2006년에 레바논 무장 세력이 국경을 넘나드는 매복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고 살해한 후 마지막으로 대규모 지상전을 치렀다. 이 전쟁의 결과로 베이루트의 광대한 지역이 황폐해졌다. 사실 이스라엘도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이 그렇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NYT에 따르면 2006년 전쟁에서 1,000명 이상의 레바논인과 15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사실 이스라엘도 그렇고 헤즈볼라 역시 전면전은 양측 다 꺼려왔다. 정면 충돌이 가져올 막대한 피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사미 탈레브 압둘라와 무함마드 네아마 나세르 등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2명을 지난 5월과 6월 잇따라 살해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정면 충돌은 급구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골란고원 피격이 있는 직후인 27일 텔레그램을 통해 “골란고원을 향한 로켓발사는 헤즈볼라와 전면 무관하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방위군은 “골란고원을 향한 로켓은 레바논 남부 체바 마을 북쪽에 위치한 지역에서 발사된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공격한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의 현재 분위기가 헤즈볼라에 대해 분명한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휴전 요구가 봇물치고 있었는데, 이는 전쟁을 지속하려는 이스라엘 내부의 강경 우파의 뜻과는 반한 것이었다.
그런데 휴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때마침 헤즈볼라의 도발로 보이는 로켓이 골란고원에 떨어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젠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이라는 강경 분위기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결코 일방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의 고민은 커진다. 헤즈볼라는 오랫동안 전쟁을 준비해 왔다. 이스라엘 당국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최소 15만개의 미사일과 로켓을 헤즈볼라가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약 5천여개를 지난 해 10월의 하마스 공격 이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헤즈볼라에게는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헤즈볼라는 국경을 따라 있는 이스라엘의 감시 전초기지에 대한 체계적인 정밀 타격, 고공 비행하는 최고급 이스라엘 드론 격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포대와 드론 방어 시설 타격이 포함된 다양한 공격 및 방어시설이 망라되어 있다”면서 “이스라엘 관리들조차 헤즈볼라의 공격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특히 “헤즈볼라의 전투력은 다른 많은 게릴라 집단과는 달리 고도로 훈련되고 규율이 잡혀 있다”면서 “만약 본격적으로 양측이 충돌하게 된다면 양측 모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그러면서 “최근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의 지도자인 카이스 알-카 잘 리가 미국이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면 이라크 민병대는 이라크내의 미군기지에 대한 모든 이익을 위험에 빠뜨리고 그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의 긴밀한 지원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군사적 지원이 결국 이란과 이들 저항의 축 국가들이 연대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미국도 어쩔 수 없이 전쟁의 굴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는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극구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특히 이란이 전쟁의 중심부에는 뛰어들지는 않으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다면 이는 또다른 국제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아픈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 이란은 전쟁 확대와 관련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 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위협은 시온주의 정권이 만들어낸 연극”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우리는 (전면전이) 개시될 것으로 전망하지 않으며 현재의 세력균형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본다”면서 “이란은 역내 긴장 완화를 항시 추구해 온 만큼 우리도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엑스를 통해 “이 피바다(bloodbath)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 용납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국제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확전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