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경에서 군사훈련하면서 특정국 겨냥 안했다는 중국]
중국과 벨라루스가 폴란드와의 국경 인근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집단 반발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가들이 대(對)러시아 단일 대오를 강화하기 위한 정상회의가 10일 미국에서 개막한 가운데 중국이 완전한 친 러시아국가인 벨라루스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한다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분명한 경고와 함께 특별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CNN은 10일, “벨라루스와 중국이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간, 나토와 EU(유럽연합)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몇 km 떨어진 곳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훈련에 대해 벨라루스의 바딤 데미센코 소장은 “‘공격적인 매(Attacking Falcon)’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군사훈련은 두 나라의 군대가 하나로 통합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합동 훈련은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있는 브레스트 시 근처 훈련장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약 40마일(64km) 떨어져 있다.
문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2년 넘게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우방이자 동맹국인 벨라루스에서, 그것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와 아주 가까운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나토와 유럽연합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벨라루스의 루카센코 대통령은 지금도 수시로 핵전쟁을 공언하면서 나토와 유럽국가들을 향해 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러한 나라와 중국이 합동으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는데 대해 미국과 나토동맹국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이번 중국과 벨라루스간 합동군사훈련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벨라루스가 이번에 가입하면서 그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는 지난 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 기구의 10번째 회원국이 되는 등 최근 중국과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중국 국방부는 지난 7일 “연간 계획과 양국 합의에 따라 중국과 벨라루스 군대가 이달 초순부터 중순까지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시 부근에서 '독수리 돌격(Eagle Assault)-2024 육군 합동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벨라루스 국방부도 “중국인민해방군 군인들이 8∼19일로 예정된 합동 반테러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며 중국군이 공군 Y-20 전략 수송기를 타고 벨라루스에 도착한 사진도 공개했다.
그러나 중국은 정작 이번 훈련이 나토와 정면 대응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두려워서인지 대표적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면서도 이번 훈련이 나토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인 중국과 벨라루스의 합동 군사훈련 지역이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부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훈련이 나토에 대한 도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번 훈련은) 어떤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린 대변인은 이어 “이번 육군 훈련은 양국 연간 협력 계획에 따라 실시된 것으로, 중국과 벨라루스 간의 정상적인 군사 교류·협력”이라며 “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분노하는 나토, 對中 강경 전선 강화]
벨라루스와 중국이 폴란드 국경 코 앞에서 벌이는 이번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일각에서는 나토정상회의에 대한 무력시위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리안해도 러시아의 전쟁 이행을 지속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확인된 중국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는 나토가 이번 벨라루스와의 합동군사훈련 진행으로 말미암아 중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면서 더욱 디커플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토 32개국은 1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공개 비판이다.
이러한 나토의 강력 반발은 중러의 군사적 밀착을 중대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방위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유럽의 서방 동맹국에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나토의 대 중국 관련 성명은 지난달 G7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해 전례없는 강경 메시지를 발표한 데 이은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이 주도하는 G7의 중국 비판에 나토도 드디어 가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창립 75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정상회의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수십 년 동안 중국을 멀리 떨어진 위협으로 여겨온 나토가 중국이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가 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러시아 군대 재건에 중요한 '무기 부품'과 기타 기술의 수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2019년까지 공식적으로 중국을 우려 대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고, 이후에도 무미건조하게만 중국을 언급해온 나토로서는 주요한 출발점”이라며 “이제 나토는 처음으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 지원에 대한 미국의 비난에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외교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을 한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나토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아시아뿐 아니라 러시아를 지원함으로써 유럽 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미국과 동맹국 간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눈여겨볼 것은 그동안 중국과 경제적 관계 떄문에 중국을 비판하길 꺼려왔던 독일마저 대 중국 강경 자세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앞서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이 완전한 무기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결함이 있고 구식의 장비를 대량 생산해 온 러시아 방위 산업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칩, 고급 소프트웨어 및 구성요소를 제공해왔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한 증거를 나토 회원국들에게 브리핑한 바 있다. 또한 미 재무부는 경제 제재 명령에서 러시아에 기술을 제공한 중국 방산 기업과 제조업체의 이름을 공개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나토의 이번 공동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암묵적 위협도 담겨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NYT는 이에 대해 첫번째 단계는 중국을 글로벌 시장 일부에서 배제하는 경제 제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이 지원을 계속하면 유럽 전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며, 미국은 유럽 동맹과 협력해 지원에 관련된 중국 단체에 대한 제재를 계속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발하는 중국, 서방과 갈등 격화]
한편, 중국은 나토의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주(駐)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입장문에서 “냉전적 사고방식과 호전적 언사로 가득하고 중국 관련 내용은 도발·거짓말·선동·먹칠로 가득 차 있다”며 “러시아와의 '정상적 무역 교류'를 방해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중국 대표단은 이어 “지금껏 충돌 중인 어떤 한 당사자에게도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고, 줄곧 민수용 드론 수출을 포함해 군용·민수용 이중용도 품목을 엄격히 통제해왔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또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연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나토의 동진(東進)'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린젠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브리핑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워싱턴DC에서 개막했는데, 중국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토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우리는 나토가 지역성·방어성 조직이라는 지위를 깨고 아시아·태평양에 와서 충돌과 대결을 불러일으켜 지역의 번영·안정을 파괴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린젠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나토가 세계 평화·안정과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일(實事)을 하기를 충고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중국은 나토의 동진에 반발이라도 하듯 항공모함인 산둥함을 중심으로 서태평양에서 실전을 방불케하는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 훈련에 대해 영국의 더타임스는 ‘전쟁훈련’이라고 지칭했다.
[중국과의 동행, 앞으로 힘들 것]
사실 이번 나토의 대 중국관련 성명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나토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아예 적대국가로 명시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공식적으로 내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은밀하게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나토의 생각은 확연하게 변했다. 특히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이 유럽을 향한 경제협력을 원하면서도 유럽을 위협하는 러시아에 군사지원을 하면서 전쟁을 돕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이 두 카드를 모두 소유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더 이상 유럽이 중국과 친구관계를 맺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유럽연합의 대 중국 경제제재도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벨라루스와 합동군사훈련까지 함으로써 중국은 ‘구제불능의 국가’라는 낙인마저 찍히게 생겼다. 이를 보면 정말 중국은 아무 생각이 없는 나라인 듯 보인다.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강력한 친 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했을까? 그런다고 해서 중국에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도움이 될 게 뭐가 있을까? 정말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