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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겉으론 미소, 뒤로는 칼”, 러시아 뒷마당에서 적으로 돌변한 중-러 - 깨어진 ‘무한한 우정’, 중앙아시아에서 중-러 영역 싸움 발발 - 러시아 외교의 발판인 중앙아시아, 중국이 노리는 이유 있다! - 인도의 모디가 뒤흔든 SCO정상회의, 시진핑 뿔났다!
  • 기사등록 2024-07-05 0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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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무한한 우정’, 중앙아시아에서 중-러 영역 싸움 발발]


러시아의 전통적인 우방국이며 뒷마당으로 사실상의 안보동맹국 역할을 해 왔던 중앙아시아 지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는 거리를 두고 중국과 급격히 말착하면서 이 지역의 지배권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칼을 들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양국이 미소를 띤채 악수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적대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자(현지시간) 지면에서 “'무제한 협력'을 약속한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러시아 뒷마당 중앙아시아에서는 '프레너미'(친구이자 적)로 바뀌고 있다”면서 “과거 구소련을 구성했던 이 지역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장악력이 느슨해진 가운데 중국 영향권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WSJ은 이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났을 때, 푸틴은 대외적으로는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누구에게도 불리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를 묵인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의 지나친 개입으로 글로벌 야망이 확대되는 것에 내해 내심 엄청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전통적인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북극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에서도 모스크바는 전쟁 수행의 동력을 얻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침략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러시아는 그동안 중앙아시아에 대해 주요 안보 제공국으로서, 중국은 개발과 투자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이 지역에서 암묵적인 분업을 해왔는데, 최근 들어 중국이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휘두르면서 러시아는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 지역에서 중국은 지역 경제를 자국의 궤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의 투자는 이 지역의 젊은 노동자들을 러시아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철도는 러시아 영토를 우회하여 유럽과 연결될 예정이다. 앞서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정상은 1997년부터 논의돼 온 철도 연결을 위한 협정에 지난달 초 서명했다. 또한 중국의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는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으로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지난해 교역 규모는 2016년의 3배 이상 증가해 980억달러(약 136조원)에 달했다. 더불어 중앙아시아 5개국 중 가장 인구가 많고 산업화한 우즈베키스탄에서 중국은 작년 러시아를 끌어내리고 무역 상대국 1위에 올랐다.


유엔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인은 약 130만명으로 전년보다 15만명 정도 감소했는데, 일부는 중국 자본 유입으로 중국인의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권력의 이동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그 틈을 중국이 야금야금 점령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 중앙아시아 5개국의 외교 성향도 바뀌고 있다. 이 국가들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이 아닌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에 대해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연구원 테무르 우마로프는 “중국은 중앙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하드웨어를 제공하지만,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목표에 투자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정치 체제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니 러시아보다는 날이 갈수록 중국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 역할을 완전히 빼앗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엘리트들 경력과 인적 네트워크는 아직까지 러시아와 깊이 얽혀있는 데다 러시아어가 통용어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기관 '중앙아시아 바로미터'가 2022년 조사를 벌인 결과 이 지역 사람들은 중국보다 러시아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앙아시아 많은 사람이 비슷한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탄압과 일부 러시아어 매체들이 확산시킨 반중 감정 때문에 중국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엘리트 고교 유학생 유치 등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사실상 중국이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된 틈을 타 중앙이사아 지역을 사실상 중국의 우호국으로 변모시키려는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 외교의 발판인 중앙아시아, 중국이 노리는 이유 있다!]


러시아가 뒤늦게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전전긍긍하면서 다시 자신의 세력권으로 붙들어 두려고 하는 것은 이 지역이 러시아 입장에서 남아시아 시장 연결 통로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이 지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중심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이 지역을 중국의 영향권 아래 두어야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년 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이 지역에서 암묵적인 분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러시아는 주요 안보 제공국이고 중국은 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까지 강화함으로써 그 균형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이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났다. 그러니 겉으로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했지만, 만난 지역이 중앙아시아 5개국의 핵심 지역인 카자흐스탄이라는 점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WSJ은 평가한 것이다.


[인도의 모디가 뒤흔든 SCO정상회의, 시진핑 뿔났다!]


그런데 이번 SCO정상회의에서 눈여겨볼 것 중의 하나가 인도 모디 총리의 행보다. 중국과 국경 갈등이 격화되어 있는 인도이기 때문에 이번 SCO에서 모디와 시진핑이 과연 만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는데 이를 의식한 듯 모디 총리는 SCO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외무장관만 보냈다. 모디 총리가 중국이 주도하는 SCO정상회의를 격하시켜 버린 것이다.


대신 모디 총리는 8일 모스크바로 가 푸틴을 만나기로 했다. 시진핑에 대한 의도적 왕따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소리(VOA)는 4일, “인도 언론들에서는 모디 총리가 시진핑과 같은 무대에 서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지난해 9월 인도에서 G20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지 않았었다. 이례적으로 보이콧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이번 모디의 불참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 모디 총리가 SCO에 참석하지 않고 보이콧을 한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이 이 SCO회의를 서방진영의 군사 및 경제블럭에 대응하는 사회주의 동맹 스타일로 만들어가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VOA에 따르면 실제로 SCO회원국들은 오랫동안 미국의 영향력과 서방 민주주의에 대해 경계해 왔으며, 서방 강대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SCO의 경제적·군사적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를 주도하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려 하고 있으나 인도가 이에 제동을 걸고 있고 사실 푸틴도 못마땅한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군사적 블록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우선적으로 SCO를 경제적 블록으로 만들어 가려 하는데, 이 역시 주도권을 놓고 인도와 중국이 다투고 있는 것이며, 러시아도 힘은 없지만 자신들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SCO가 리더십이 없는 혼선의 기구가 되어 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VOA에 따르면 실제로 러시아는 수년 동안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SCO 개발 은행 및 자유 무역 지대 준비와 같은 중국의 많은 이니셔티브를 차단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계속 고립되고,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면서 모스크바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을 점차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보니 러시아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국력이 그만큼 쇠하여졌고 국제적 왕따를 당하다보니 전통적으로 중앙아시아를 지배해 왔던 그 지배체제마저 중국에게 뺴앗기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들, 곧 이란과 파키스탄, 인도 등을 SCO에 끌어들여 중국이 SCO를 독주하지 못하도록 작업을 한 것이고 이러한 러시아의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SCO의 확대는 워낙 의견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SCO가 뭔가 뜻을 모아 제대로 된 일을 해 나갈 수 없는 구조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SCO를 통해 서방진영을 견제하려던 애초의 뜻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이도저도 아닌 별 의미없는 조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러시아는 이번에 또 벨라루스를 SCO에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시켰다. 사실 벨라루스는 중앙아시아도 아닌 유럽에 있으면서도 러시아의 뜻에 의해 SCO로 들어왔다. 이또한 SCO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한 푸틴의 계략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작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게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번에 SCO정상회의를 개최한 카자흐스탄만 하더라도 러시아에 대해 비판적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전쟁 물자를 지원하면서 반 러시아 편에 서 있다. 그렇다고 중국에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중국이 철권통치를 하고 있으며 종교탄압을 비롯해 비인권적 통치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SCO에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수반들이 모였지만 동상이몽을 하고 있고, 특히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시진핑과 푸틴이 칼만 안든 전쟁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의미도 없는 결투를 하고 있다. 외교를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힘과 권력으로만 하다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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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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