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상의 자연재해로 초토화된 중국]
중국이 상상 이상의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주먹만한 우박에 토네이도까지 발생하면서 중국 남부를 초토화시킨 바 있는데, 이번에는 중국의 대표적 젖줄인 창장(長江·양쯔강)이 올해 첫 홍수로 범람 직전까지 몰리면서 이재민만 100만여 명이 발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일, “중국 일부 지역에서 폭우가 계속되는 가운데 안후이성에서는 창장(長江·양쯔강) 수위 상승으로 범람 위기에 몰렸다”면서 “폭우가 안후이성을 강타하면서 전날 오후 현재 주민 99만1천여명이 영향을 받았고 그중 24만2천여명이 대피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AFP는 “현지 기상당국은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안후이성 여러 지역에 비가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예보하면서 '지질학적 재앙'에 대한 경보를 발령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도 “2일 오후 4시 현재 폭우가 안후이성의 7개 현급 도시에 피해를 입혔다”면서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창장의 안후이성 구간이 경고 수위를 초과해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이어 “안후이성의 또다른 20개 강과 6개 호수 수위도 지난 며칠간 이어진 폭우로 경고 수위 이상으로 솟아올랐다”며 “2일 오후 5시 기준 안후이성 내 387개 기상 관측소에서 100㎜를 초과하는 강수량이 관측됐고 최대 266㎜까지 관측된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안후이성의 만산, 우후, 퉁링 등 3개 도시는 최고 응급대응수준 경보인 3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또한 관영 중국중앙(CC)TV는 창장 수위 상승으로 우후시의 약 12m짜리 조각상이 거의 물에 잠긴 영상을 보도하기도 했으며, 후난성에서는 인해 응급대응수준 3단계 경보를 발령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홍수로 후난성 웨양시에서는 주거지 침수와 산사태, 도로와 교각 붕괴 등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의 공식 정보로는 창장 중류 한커우 수문 관측소의 수위가 지난 1일, 27.31미터까지 상승해 경고 수위를 0.01미터 초과했으며, 창장 중하류 둥팅호 입구인 롄화탕 아래 강 전 구간에서 경고 수위를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했다.
또한 창장 중하류의 수위는 7월 5일경까지 계속 상승할 것이며, 7월 중순까지 홍수 과정이 계속되고, 강 경보 구간이 점점 더 길어지게 될 것이며, 지역 경보 진폭도 크고, 홍수 통제 상황이 암울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양쯔강과 포양호 유역에 있는 장시성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6월 29일 오후 3시 30분 현재, 6월 22일부터 시작된 홍수와 지질 재해로 인해 장시성에서는 1,014만 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으며, 105.5킬로 헥타르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고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9억 5천만 위안에 달한다.
눈여겨볼 것은 최근들어 중국에서의 재앙 수준이라고 할 정도의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관영 CCTV는 지난 4월 29일에도 “중국 중앙기상대의 예보에 따르면 30일까지 중국 남부 지방에서는 강한 대류 현상으로 인한 폭우·뇌우·강풍·우박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광둥성 북부 지역의 시간당 강수량은 50㎜를 넘고 최대 80㎜ 이상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27일에는 광둥성 광저우시에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부상을 입었다. 건물 피해도 141채에 달했다.
현지 당국의 조사 결과 토네이도 영향권은 길이 약 1.7㎞, 폭 280m였으며, 발생지에서 2.8㎞ 떨어진 량톈춘 관측소에서는 최대 풍속이 초속 20.6m로 측정됐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당시 고압전선에 불꽃이 튀더니 크게 폭발하고, 마치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철제 구조물들이 무더기로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장면이 공유되고 있다. 토네이도가 주변 쓰레기와 건물 잔해들을 한꺼번에 쓸며 전진하는 모습도 나온다. 이런 모습을 보고 경악한 누리꾼들은 “세상에 종말이 오는 줄 알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토네이도는 중국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장쑤성에서는 중국 남동부를 강타한 폭우로 10명이 사망한 적이 있었고, 태풍 하이쿠이의 잔재로 인한 무자비한 날씨로 인해 대규모 대피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2021년에는 하루 만에 두 개의 토네이도가 전국을 강타해 우한에서 8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
이날 기상이변의 끝을 맛본 도시는 광저우시로 반나절 동안 뇌우 21차례와 우박 13차례, 호우는 19차례에 걸쳐 경보가 발령된 것으로 전해졌다.
광둥성에선 4월 중순에도 100년 만의 홍수로 11만명이 대피했으며, 사망자 4명과 실종자 10명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둥성은 1억 2,700만 명의 인구와 중국 수출 부문을 담당하는 수천 개의 공장이 있는 곳이다. 광동성이 이렇게 피해가 컸던 것은 광둥성 대부분이 해수면 상승과 폭풍 해일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기 쉬운 저지대 주강 삼각주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중국에 엄청난 기상이변이 집중되는가?]
물론 최근들어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중국같이 상상 그 이상의 기상이변이 일어나는 곳도 드물다. 특히 중국의 기상이변은 단순하게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다는 점에서 그 원인에 대해 많은 해석들이 나온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자연재해가 유독 많이 발생하는 것은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 때문”이라는 기사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RFA가 시민단체 민생감시(民生監視)의 웹사이트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중국의 홍수 발생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3년 동안 중국 전역에서 홍수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 단체는 공식 데이터를 인용해 2023년 1분기 중국에서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해 전국적으로 8억 9,118만 명이 피해를 입었고, 최소 3082억 위안의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499명이 재해로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11만 8,000채의 주택이 무너졌다.
이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중국에서는 1년 동안 38개의 지역 호우가 발생했으며, 전국 28개 성의 626개 하천이 경보 수준 이상의 홍수를 경험했다. 그 중 주강 유역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큰 유역 홍수가 발생했고, 베이장강은 1915년 이후 가장 큰 홍수를, 랴오강은 1995년 이후 가장 큰 홍수를 경험했다. 통계에 따르면 그해 홍수로 인해 3억 385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71명이 사망 및 실종되었으며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는 1289억 위안(24조 5천억원)에 달했다.
그보다 1년 전인 2021년 7월 17일부터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서는 나흘 연속 폭우가 쏟아져 지하 철도와 베이징-광저우 터널 일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공식 재난 통계에 따르면 홍수로 인해 허난성에서 1481만 4천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으며, 총 302명이 사망하고 50명이 실종되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이렇게 엄청난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스탠포드 대학교 중국 경제 및 제도 연구 센터의 선임 연구원 우궈광은 지난해 8월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자연재해는 흔하지만 중국 당국의 부주의로 인해 다양한 인위적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궈광은 특히 심각했던 허베이성 저우저우의 홍수를 예로 들며, 그 이유는 첫째, 당국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배수로를 결정했기 때문이고, 둘째, 홍수에 대한 당국의 태도, 즉 ‘가볍게 말하면 무관심하고 심하게 말하면 비인도적’이며 최고 당국은 물론 당과 정부 기관이 홍수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수가 발생했을 때 최고 당국자나 당과 정부 기관 모두 현장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저우저우의 경우 수해 상황을 축소하고 왜곡하는데 앞장섰고 언론보도까지 통제하는 일도 발생했다. 상부에 좋지 않은 일이 보고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궈광은 “이 모든 자연 재해의 원인은 분명히 중국 공산당 정권의 기본 성격인 권위주의에 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독일에 거주하는 수자원 공학 및 영토 계획 전문가 왕웨이루오도 RFA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과 리창 총리 등 현재 중국의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홍수가 발생하면 재난 현장에 가지 않고, 홍수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중에 현장에 가는 것이 보통인데 그나마 시진핑은 보통 그러한 재난 현장에는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왕웨이루오는 이어 “중국 중부와 남부가 몬순의 영향을 많이 받고 홍수가 많은 기후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매년 재난이 발생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도자가 보이지 않아 국민들은 심리적으로 당국이 재난 구호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핵심적 문제는 중국 당국이 자연재해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자연재해를 막으려는 시민사회단체에까지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학자 왕톈청 중국민주주의변혁연구소(ITRDC) 소장은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 체제가 자연재해에 미치는 영향을 첫째, 재난 예방과 둘째, 재난 구호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분석했다.
왕톈청 소장은 산샤댐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많은 전문가들이 환경을 훼손할 가능성이 너무 크고 자연재해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댐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이 관련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왕톈청 소장은 이어 “중국같은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는 대형 프로젝트를 건설하려는 지도자의 의지, 즉 사심과 정치적 업적을 포함한 지도자의 개인적인 고려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분야 전문가의 의견에 대한 존중은 아예 무시한다”면서 “중국에서는 어떤 과학적 소견보다 정치적 고려사항이 최우선”이라 꼬집었다. 그러니 그러한 난개발로 자연으로부터 후유증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러한 것들이 모여 지금과 같은 상상 이상의 자연재해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왕톈청은 그러면서 “재난 구호도 중국당국의 투명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아예 민간차원의 재난 구호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손쉽게 재난 구호에 군대를 동원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에서의 자연재해는 사실 공산당이 자초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눈길이 가는 것은 중국의 개발사업들이 전시성과 정치적 색채가 워낙 많이 가미되다보니 그러한 난개발이 자연재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그런 면에서 RFA의 지적에 상당히 공감이 간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