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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북러 군사밀착에 뿔난 중국, 푸틴 완전 쫄았다! - 북한 국빈방문을 돌연 당일치기로 바꾼 푸틴 - 심기불편한 중국 의식한 푸틴의 행보 - 북러 밀착 견제한 중국, 불쾌감 고스란히 드러냈다
  • 기사등록 2024-06-20 04:45:27
  • 수정 2024-06-20 05: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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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빈방문을 돌연 당일치기로 바꾼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초 공표했던 18일이 아니라 19일 새벽 2시 45분께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해 ‘당일치기’ 방북에 들어갔다. 그래도 명색이 북한 공식방문임에도 지각방문을 한데다 그것도 한밤중에 북한에 도착했다는 것은 러시아 나름의 ‘셈법’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의 평양 도착이 그렇게 늦어진 것은 러시아 극동 사하(야쿠티) 공화국 야쿠츠크에서 일정을 소화한 탓인데, 그곳에서 특별히 중요한 일정도 아니었음에도 평양으로 가는 시간을 늦췄다는 것은 분명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푸틴이 평소에도 지각대장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푸틴은 2014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땐 4시간이 넘게, 2016년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를 3시간가량 기다리게 한 전례가 있다.


푸틴은 지난 2013년 한국 방문에서도 1박 2일 일정을 당일치기로 바꾼 적이 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11월 12일 늦은 밤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다음 날 새벽 3시에 한국에 도착했던 것이다.


푸틴의 이러한 지각 외교가 회담에서 주도권을 가져 오려는 계산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번 평양방문에서의 지각 도착은 분명히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푸틴이 지각 외교를 할 때는 진영이 다른 껄끄러운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만날 때 보여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양 방문에서의 지각 도착이 서방 진영과 같이 ‘기선제압용’이라고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푸틴은 왜 최대 우방국이자 오히려 자신이 절실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평양을 방문하면서 한밤중에 도착하는 실례를 범했을까? 지각대장이었던 푸틴이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당시 30분 일찍 정상회담 장소에 나와 기다렸던 그때와 지금은 왜 이렇게 다를까?



[심기불편한 중국 의식한 푸틴의 행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 및 경제협력 심화는 크렘린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유지하고 북한에 기술력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두 권위주의 국가가 점점 더 밀착되는 관계는 서방세계뿐만 아니라 중국의 불안까지도 키우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WSJ은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고갈된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군사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라면서 “푸틴이 북한의 무기 제공을 발판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끌고 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의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또한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러 간 군사 협력은 북한의 군사력을 더욱 강화해 역내 분쟁 장기화와 군사력의 과도한 확장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면서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증가로 역내 미군 주둔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으로서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WSJ에 따르면 이번 푸틴의 방북을 통해 김정은이 무기 판매를 통해 외화를 획득하고 추가적인 국제 제재를 피하는 동시에 스파이 위성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얻으면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지난 달 군 정찰 위성 발사에 실패한 김정은으로서는 우주 프로그램 관련 러시아 전문 지식을 제공받고 무기 생산을 확대할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도 북한의 위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밝혀왔으며, 중국과 함께 북한의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러시아의 지원을 통한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발전을 역내 위협으로 보는 중국을 화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앞마당인 북한이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자극제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중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푸틴도 자신의 거침없는 행보가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자칫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마저도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푸틴이 북한 국빈방문임에도 불구하고 1박2일 일정을 당일치기로 축소하고 심야 시간에 평양에 도착한 것은 중국의 시진핑을 의식하고 동시에 한미일 결속 강화 등 반작용을 감안해 일종의 ‘톤 조절’을 한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북러 밀착 견제한 중국, 불쾌감 고스란히 드러냈다]


중국이 푸틴의 방북을 바라보는 시각은 중국 외교부의 반응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오늘(18일) 오후 평양에 도착해 북한을 국빈 방문할 텐데, 러시아와 북한이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앞서 우리는 이런 문제에 답변한 적이 있다”며 “이것은 러조(러북) 간의 양자 왕래”라고만 답했다.


그런데 이러한 린젠 대변인의 발언은 지난 13일과 비교해 보면 어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당시 린젠은 푸틴 대통령 방북설 보도에 관한 질문에 “러조 양자 왕래의 일로 논평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은 러시아와 관련 국가(북한)가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18일에는 ‘러조 간의 양자 왕래’라는 말 외에는 북러 정상 회동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푸틴 방북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상당히 차갑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중국의 심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일이 벌어졌다. 푸틴이 평양으로 가는 날로 예정됐던 18일, 서울에서는 한·중 차관급 외교안보대화가 열렸다. 이는 김정은에게 지금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외교 이벤트였다.



거기에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중 외교안보대화에 대해 “때 맞춰 내린 호우(好雨)”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표현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아마 김정은이 더 잘 알 것이다. 실제로 환구시보는 19일, ‘중·한 교류가 더 많은 긍정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전날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거론하면서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리니, 초목이 싹트는 봄날에 찾아온다(好雨知時節, 春乃發生)”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의 거친 입으로 불리는 환구시보가 한중관계를 가리키면서 이러한 표현을 썼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 표현이 당나라 시인 두보의 ‘춘야희우’의 첫 구절을 인용해 적절한 시기에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 교류가 이뤄졌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환구시보는 이어 “이 대화가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는[交心] 협상 기제로 자리 잡고,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성과를 내고, 전략적 협력의 실리적 공간을 개척하길 기대한다”면서 “양국이 의리[義]를 중요시 여기고, 외부의 여론과 기타 요소들에 속박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중한 관계가 쌍방의 공동 노력에 의해 저점[低谷]을 빠져나왔다’는 또 다른 기사에서 중국 사회과학원 국가국제전략연구소 동샹룽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이번 대화는 양국 관계를 저점에서 끌어올리려는 양국 노력의 결실”이라면서 “양국 외교안보대화의 승격은 양국 정부가 중·한 관계의 중요성과 긴급한 역내 정세 변화 등 각종 요소들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한중 외교안보대화에 대해 “양국 관계 안정을 위한 새 완충 장치”라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이러한 표현들은 한마디로 푸틴의 방북 행보에 대해 중국이 심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으며 북·러와 ‘철의 삼각 관계’로 돌아가 ‘국제 왕따’들과 한 배를 타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김정은이 푸틴을 만난 날 한중외교대화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중국이 김정은에게도 강력한 경고를 날린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정은의 행보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면서 앞으로 러시아와 더 밀착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한중외교안보대화의 타이밍이다. 평양에서는 북러회담이, 서울에서는 한중회담이 열리는 구도가 되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던져 줄 것인지 중국이 모를 리 없지만, 중국측은 이러한 일정에 대해 문제 삼지도 않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고 할 것이다.


[푸틴, 과연 시진핑과 등을 돌릴 수 있을까?]


앞으로의 관점은 푸틴이 평양 방문에서 과연 김정은에게 어떠한 선물을 던져 줄 것인가의 문제다. 아마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숨겨진 대목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이번 푸틴-김정은 회담을 눈여겨볼 것이다.


중국의 경제전문매체인 차이신은 18일,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게 됨으로써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관계가 과열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를 크게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신은 이어 “이번 방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구소련 시절인 1961년 7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과 '핵우산'을 1·2조에 명시한 '우호·협조·호상 원조 조약'을 맺었으나, 2000년 2월 19일 채택한 북한-러시아 '친선·선린·협조 조약'에선 두 조항이 모두 빠졌다.


차이신은 또한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러시아 건국절에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작년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의 정상회담으로 양국이 전우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격상돼 (이제) 더 높은 단계로 강화 발전되고 있다'고 명시했다”고 상기시키면서, 북·러 관계가 추가적으로 급진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눈여겨볼 것은 차이신이 관영매체가 아니라 민영매체이고 또한 중국에서는 매우 신뢰가 있는 경제매체라는 점이다. 그런데 차이신이 관영매체에서 말하지 않고 있는 북·러 군사 관계 과열을 경계하고 있으며,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우려했다는 것은 중국당국의 공식적 견해라 할 수 있는 관영 매체에서 할 수 없는 말들을 민영매체인 차이신의 입을 통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할 수 있을 것이고, 푸틴이 말로는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쌍방 중 한쪽에 대한 공격시 상호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는 했지만 이를 실제 ‘자동군사개입’ 조항으로 보기에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이는 북한의 러시엥 대한 무기 제공을 합리화하기 위해 놓은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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