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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의 망상적 허세에 분노한 중국, "러시아는 배신자!" - 수세 몰린 러시아, “주변국 정복 나설 수 있다” 허세 - 러시아의 지나친 자아도취적 발언에 분노하는 중국인들 - 쿠바로의 호위함·잠수함 파견, 러시아의 오만과 오판의 결과
  • 기사등록 2024-06-14 04: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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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몰린 러시아, “주변국 정복 나설 수 있다” 허세]


서방 무기를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이 이어지면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돌연 러시아의 이웃 국가들을 정복할 수도 있다고 선언하면서 해당 주변국들은 물론 중국마저 분노를 표시하고 있어 현실을 간과한 망상적 허세가 주변국들과의 관계마저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3일, “러시아의 언론인이자 선동가이며 유명한 국가주의자인 세르게이 마르단(Sergey Mardan)이 TV방송에서 러시아가 이웃의 주변 국가들을 제압해 종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중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마르단은 이어 “러시아는 제국이고 제국은 군사 국가일 수밖에 없다”면서 “군사 국가는 반드시 싸워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단은 또한 “러시아는 주변의 야만인들을 복종시켜야 하며 꼼짝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러시아가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인구학적으로 충분히 강하지 않는다면 러시아 스스로 그들에게 종속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단의 발언이 주목을 끄는 것은 푸틴이 평소에 구상하고 있는 러시아 제국주의 부활론을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이론적, 사상적 토대를 제공해 주는 인물로 알려져 있어서다. 따라서 지금같이 러시아가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마르단이 공개적으로 러시아 제국주의 발언을 꺼냈다는 것은 상당히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되어서다.


실제로 마르단은 이전에 우크라이나와 다른 여러 주변 국가를 영토에 포함했던 짜르주의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표출한 적이 있었다. 지난해 9월에도 “러시아 제국(Imperial Russia)의 복권이 러시아의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적극 지지했다. 특히 이같은 발언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의 합병을 기념하는 9월 30일의 ‘통일의 날’ 선언에 뒤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마르단이 푸틴의 구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마르단은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마르단 라이브(Mardan Live)’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지나친 자아도취적 발언에 분노하는 중국인들]


마르단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에서 즉각적으로 반발을 불러왔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서 “마르단의 발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중국인들이 분노를 표시하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이미 패배했을 것”이라면서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웨이보에서는 또 “러시아는 친구가 없다”면서 “겨우 북한과 이란 정도가 친구일 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무한정한 우정’을 과시했던 시진핑과 푸틴의 연대성 발언을 아예 무시하면서 러시아의 고립을 비판한 것이다.


심지어 “차르주의 러시아와 소련은 중국에 대해 너무나 비우호적이었다”면서 “러시아는 무너져도 괜찮은 나라”라며 직격탄을 날린 글들도 인기를 끌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은 진정으로 친구였던 적이 없었다”면서 양국이 한때 영토분쟁을 겪었던 사이였음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웨이보에서 이런 논쟁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철저하게 통제하는 중국 당국이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당국도 러시아의 망상적 발언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를 묵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 선(Yun Sun)은 “마르단의 발언이 중국어로 번역되어 웨이보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데 (본인이 확인한 시점 당시) 한 상위 게시물에만 636개의 댓글이 달렸다는 것은 중국의 검열 당국이 이미 이를 체크하고 있고 또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선은 이어 “(통상적인 예로 볼 때) 마르단에 대한 댓글들이 대부분 과격하지 않은 내용들만 달려 있었는데 이는 중국 당국이 개입해 일부 강성 발언들은 이미 청소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마르단의 발언 여파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러시아 주변국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눈여겨볼 것은 마르단의 발언과 관련한 러시아 주변국들의 반응이다. 꼭 마르단의 발언 때문이 아니더라도 마르단이 그러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푸틴의 구상이나 러시아 지도부들이 주변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변국들이 과연 어떠한 스탠스를 보일 것인지 주목을 끌었다.


일단 옛 소련 출신인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에서 러시아의 중립에 반발하던 끝에 러시아 주도의 군사·안보 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탈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이날 의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아르메니아가 CSTO에서 완전히 탈퇴할 것이며 구체적 시점은 추후 결정될 것”이라면서 “다시는 러시아 주도의 군사안보협력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여기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AP는 “파시냔 총리가 CSTO 탈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과거 소련 구성국이었던 아르메니아는 작년 9월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중립을 표방하며 CSTO 회원국인 자국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아르메니아는 올해 2월 CSTO에 상주대표를 두지 않고 고위급 행사에 불참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합동군사훈련 참여를 중단하고 자국 주둔 러시아군에 철수를 요구하는 등 행보를 보여왔다. 파시냔 총리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 측은 즉각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쿠바로의 호위함·잠수함 파견, 러시아의 오만과 오판의 결과]


그런데 러시아 푸틴의 과대망상적 판단과 오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의 턱밑 쿠바에 최신 극초음속 미사일로 무장한 군함과 핵잠수함을 입항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의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도록 허용한 것에 대해 미국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명분을 붙였다.


실제로 러시아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자국 군함이 쿠바 아바나 항에 '비공식' 입항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바나에 도착한 러시아 군함은 북방함대 소속 고르시코프 제독 호위함과 카잔 핵추진 잠수함, 카신 유조선, 니콜라이 치코 구조 예인선 등 4척이다.


러시아 군은 17일까지 쿠바에 머물며 쿠바 혁명군(군대 명칭)과 함께 미사일을 활용한 600㎞ 거리 타격 등을 훈련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방부는 고르시코프 호위함과 카잔 잠수함이 쿠바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고정밀 무기 사용 훈련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내심으로는 이러한 군사훈련 자체가 미국에 주는 경고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뿐 아니다. 한 러시아의 고위 관리는 최근 “우방국인 멕시코에 미사일을 배치하여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한마디로 과대망상적이고 얼마나 허세에 가득한 발언인지 생각하게 된다.


쿠바만 하더라도 국가의 생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턱밑에서 미국을 공격하도록 결코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멕시코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망상적 발언을 소위 고위 지도자들이 생각없이 그러한 도발적 언사를 꺼내든다는 것 자체가 지금 러시아 지도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하게 만든다.


미국은 항상 그래왔듯이 미국에서 불과 30마일(48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플로리다 앞바다를 항해하면서 쿠바로 러시아의 군함과 핵잠수함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비상감시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며,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생각하면서 아마도 철저하게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러시아 해군 선단이 쿠바로 향하면서 특이하게도 예인선 한 척을 동반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미 육군 전쟁대학 교수인 에반 엘리스(Evan Ellis)는 영국의 텔레그래프에 “2022년 러시아의 흑해 기함 모스크바호가 침몰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처참한 상황을 겪은 러시아 해군의 황폐한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면서 “운항중에 고장이 나면 쿠바나 베네수엘라에서 수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의 함정과 핵잠수함 파견 자체가 진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보다 러시아 내부의 강성 매파들에게 뭔가 보여주려는 군사용 쇼라고 엘리스 교수는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는 13일, “러시아 군함의 방문은 푸틴이 미국에게 언제든지 직접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정작 미국은 러시아 군함의 쿠바 입항에 대해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함 등의 선단을 구축함 USS 트락스턴(Truxtun),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도널드쿡(Donald Cook), 해안경비대의 9번째 레전드(Legend)급 순찰함(USCGC)들과 함께 P-8 포세이돈 정찰기가 정찰을 위해 러시아 선박을 포위하듯 따라 다니며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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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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