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기업의 초대형 금융사기,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
중국의 국유기업이 초대형 금융사기를 벌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문제가 중국의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사기가 시진핑 주석이 주창해왔던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영기업은 흥하고 민간기업은 쇠퇴한다)와 맞물리면서 시진핑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의소리(VOA)는 11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더 크고 강한 국유기업’을 외치는 가운데, 최근 몇몇 대형 국유기업(SOE)들이 금융사기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이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행정제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어 “이들 국영기업들은 국가가 내세운 목표를 달성한 것 같이 가짜 재무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고, 진짜 문제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 사기가 있었다”면서 “이렇게 국유기업을 포함해 상장회사들의 재정 사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이 문제가 국가적 재정 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궈루이밍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상장감독국장은 6일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가 지난 4월 말 새로 개정한 '주식 상장 규칙'에 따라 올해 상장 기업 중 분식회계 적발 시 엄중 처벌할 것이며, 이미 7개 기업이 재정 위조 사실이 적발됐지만 아직 상장 폐지 기준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며 “투자자들에게 중국 A주 시장의 위험에 대한 충분한 경고를 주기 위해 행정 제재 외에 특별 관리 대상으로 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VOA는 이와 관련해 “최소 6개 기업이 특별관리기업으로 지정되었다”면서 “4년간 86억 위안(1조 6천억원)의 매출을 부풀려 지난 3일 거래 정지 명령을 받은 랴오닝성 진저우항만회사(Jinzhou Port
Company)를 비롯해, 선전 국영기업인 테파 인포메이션(Tefa Information)도 5년 연속 금융 사기로 5월 중순에 ST(특별 대우)로 분류되었다”고 전했다.
VOA는 “이외에도 푸젠 핑탄 국영 스트레이트 이노베이션, 허베이 한단 국영 후이진, 저장 국영 궈루이 기술, 신장 국영 중타이 화학 등이 잇따라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궈루이밍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상하이와 선전에 총 99개의 신규 상장기업이 등록되었는데, 이들 중 44개 기업이 상장 폐지 대상에 올랐으며, 55개 기업은 상장 폐지 위험 경고를 받아 상당수가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의 국진민퇴가 불러온 부패, 심각한 결과 야기할 듯]
문제는 딩쉐샹 중국 부총리가 지난 4일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국유자본과 국유기업이 더 강해지고, 더 좋아지고, 더 커지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오히려 중국 당국이 그렇게도 믿고 또 기대하고 있는 국유기업들이 줄줄이 사고를 치면서 중국 경제를 리드하기는커녕 이젠 금융위기로 몰고 가는 주범으로 등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국가에 미치는 손해도 만만찮지만 이들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40만의 ‘주차이’(韭菜, 부추)들이 들고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 진저우 항만회사의 비리 문제가 중국의 웨이보에 전해지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금융 블로거인 첸즈하오는 한 게시물에서 “빅 A(주식)는 거의 지뢰밭이 되었고, 국유기업마저 금융 사기를 저질렀다면 투자자들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한탄을 했다.
또 다른 블로거 ‘주식 시장 동팡홍’도 “국영기업이라는 좋은 펀더멘털이 성과를 내기는커녕 천둥과 번개를 친다면 이젠 누구를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국영기업조차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비난했다.
또한 ‘천죽해(千竹海)라는 블로거는 “국영기업이다보니 내부의 통제가 사라질 수 있었고, 이는 경영진이 쉽게 경영조작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면서 “이들 국유기업들의 회계 조작은 중국 사회에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미국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 국제학과 ‘예 야오 위안’ 석좌 교수는 “이번 중국 내 국영기업의 비리는 내분으로 인해 외부로 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영기업에 재정 조작은 아마도 상상 이상으로 그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개혁과는 정반대로 가는 중국의 국영기업]
시진핑 주석이 국진민퇴를 외칠 때는 중국의 경제 전반을 중국 공산당이 모두 장악해야 한다는 원칙과 중국의 금권(金權)을 공산당이 직접 주물러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민간기업이 공산당을 앞지르게 되면 권력의 누수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떄문에 시진핑은 국진민퇴를 고집스럽게 주창했던 것이다.
시진핑이 알리바바 같이 잘 나가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철퇴를 가한 것도 그들 민간기업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경우 공산당의 권력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국가적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그 빅테크 기업들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고 지금도 그러한 작업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시진핑의 국진민퇴는 국영기업들이 중국 내 돈이 되는 사업들을 모두 장악하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회체제로 만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국영기업들을 경영하는 공산당 지도부들이 손쉽게 치부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잡게 된다. 또한 권력이 높은 국영기업들일수록 부패구조가 뿌리깊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회계조작은 이미 예정된 대형사고였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 ‘예 야오 위안’ 석좌 교수는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경영 데이터를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분산형 재무 보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 최고 경영진은 재정적 허점을 잘 알고 있지만, 쉬쉬하면서 보통 국유기업 투자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나 내부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이를 대중에게 숨기고 중국 공산당 집권팀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예 야오 위안 교수는 이어 VOA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국영기업의 개혁은 민영화”라면서 “(경쟁이 없으면) 감독이 없기 때문에 부패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그 반대의 길로 가고 있으며, 시진핑의 정책은 국영기업을 더 국유화하고 공산당의 손이 더 깊숙이 닿도록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니 “시진핑의 개혁정책이란 것은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아니라 중국 경제를 쓰레기처리장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이 예 야오 위안 교수의 평가다.
이렇게 시진핑의 국진민퇴는 결국 중국 경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만 부패 구조 속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이고 도둑들이 판치는 구조로 시진핑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손질하기는 아예 불가능한 중국의 국영기업 경영상태]
그렇다면 시진핑이 이렇게 부패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 국영기업을 개혁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불가능‘이다.
이에 대해 타이베이 중화경제연구소의 왕궈 부연구원은 “중국 상장사의 재무 위조 방식은 주로 장부상 부채를 피하기 위해 '재고 및 미수금' 데이터를 조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6일 중국 재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분기 국유기업의 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총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으며 자산 부채 비율은 65.0%로 0.3%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시진핑은 이러한 수치를 100% 믿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통계 자체가 완전히 조작된 것이고 허울만 그럴싸한 숫자라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이들 국영기업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공산당이 무너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곳간은 텅텅 비어 있으면서도 숫자로 잘 포장해 상부에 보고만 하면 된다. 이것이 중국 공산당이 좌지우지하는 국영기업들의 경영방식이고 경영실적이다.
이에 대해 타이베이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중국연구센터의 우세치 소장은 “최근 몇 년간 시진핑 주석이 국유기업(SOE)이 더 많은 중앙정부 업무를 맡도록 추진하면서 고위 간부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 출세를 추구하거나 중앙정부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기 위해 영향력을 축적하고, 수년간 성과주의에 편향된 홍수로 이어졌다는 데 동의한다”며 “이는 국유기업의 부패를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영기업간 인사이동이라도 자주 한다면 뭔가 달라질 수도 있을 터인데 우세치 소장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의 인사는 당과 정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며, 내부 인사의 권력 구조가 워낙 복잡한데다 오랜 세월 부패와 권력 공유가 존재하다보니 국유기업의 낮은 효율성과 비경쟁력은 사실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우세치 소장은 이어 “국유기업의 부조리는 뿌리 깊은 부패를 반영하기 때문에 고강도 개혁은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최근 몇 년간 중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고 중앙 및 지방 부채에 대한 압박도 커서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문제 해결 능력이 매우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국영기업의 심각한 부패, 시진핑은 고칠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국영기업의 부패구조를 전혀 모를까? 우세치 소장은 “어쩌면 국유기업들의 부패 구조를 알면서도 이를 해결할 방도가 없어 방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지만, 우리 신문은 그럴 수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인 것은 시진핑 주석이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산당이 살아야 하는 것이고 그러한 목표를 위해 국영기업에서 지도부가 적당히 돈을 빼서 쓰는 것은 눈감고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다만 시진핑 편에 서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만 용인해 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영기업들의 부패를 방치함으로써 나타나는 후유증이다. 사실 중국 내에서 부동산 문제가 금융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보다 국영기업들의 부실 경영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면 중국의 금융위기는 구제 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세치 소장은 이에 대해 “국영기업의 회계 조작 문제는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풍부한 재정이나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의 지원으로 자금 위조, 재무 보고서 조작 등 국유기업의 관성을 쉽게 덮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면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국영기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중국 내에 심각한 금융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중국 내만 아니라 해외의 금융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의 금융당국도 지난 4월 12일, 상장 폐지 감독 강화를 비롯해 위험 감독과 예방에 관련된 조치를 발표했지만, 과연 중국 당국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예야오위안‘은 “앞으로 중국 상장사의 폐지 발표가 줄을 이을 수도 있다”면서 만약 A주 국영기업마저 회계 조작 사실이 드러난다면 투자심리에 큰 타격을 줄 것이고 주주들은 곧바로 자금 회수에 들어가면서 대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엄청난 조작과 은폐 사실이 중국 증시에 충격을 주지 못하도록 중국 당국은 당연히 사전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리고 자금 인출 금지나 개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금지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 위기를 탈출하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그 정도까지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면 중국의 주식 시장은 사실상 붕괴 직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지금 불거진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