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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사상 최대 65조원 펀드 투입, 반도체 굴기 이번에는 성공할까? - 참혹한 실패 딛고 또다시 도전하는 ‘반도체 대약진운동’ -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과연 시진핑 뜻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 중국의 반도체 굴기, 중저가 칩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 기사등록 2024-05-29 11: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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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실패 딛고 또다시 도전하는 ‘반도체 대약진운동’]


지난 2019년 36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견제에 대항해 반도체 굴기에 나섰던 중국이 올해 당시의 두 배 규모인 65조원의 펀드를 투입하면서 또다시 사활을 건 반도체 전쟁을 선포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동안의 참혹한 실패를 딛고 과연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중국 정부가 3440억 위안(약 64조6700억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육성 펀드를 조성한다”면서 “미국이 첨단 산업에서 대(對)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기금을 추가로 조성하며 자체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일명 대기금)은 최근 정부, 국영은행, 기업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이러한 규모의 3차 펀드를 조성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빅 펀드 3호는 중국 재정부가 17%의 지분을 보유한 19개의 지분 투자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펀드의 규모는 1차(1387억 위안), 2차(2040억 위안) 펀드를 합친 것보다 많다. 1~3차 펀드 규모를 합치면 129조 원에 이른다.


중국이 이번에 이렇게 사상 최대 규모의 펀드를 반도체 굴기에 투입하는 것은 미국의 기술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가 주도로 당장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도체의 자급자족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반도체 자급에 사활을 걸어왔다. 집권 초기에는 10%에도 못미치는 자급율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의 반도체 공장까지 합쳤을 때 30% 수준에는 다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의 자급율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자체 시장 충족도 어렵고,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은 형편없이 미미하다.


1차적으로 반도체 제품 자급율을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이는 턱도 없는 목표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불어 반도체 장비의 자급은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한국 등의 수출규제로 더욱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일단 인공지능(AI)용으로 쓰일 반도체 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수출 규제로 해외에서 수입이 어려워진 제조 장비를 비롯해 실리콘 웨이퍼, 화학 제품, 산업용 가스 등을 제조할 중국 기업을 육성할 계획으로 있지만 문제는 원천기술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과연 시진핑 뜻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중국이 이렇게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반도체 굴기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을 둘러싼 미국의 각종 제재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순풍에 돛을 달고 있었고 그 성장 속도는 놀라웠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설계-제조-패키징이라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중국 반도체 산업은 초기의 패키징 분야 진입에서 더 나아가 설계 단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장에 시진핑 주석은 과신을 했고, 앞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 오판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모르고 있었던 것은 반도체 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서방이 갖고 있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개방성이 없다면 중국 독자적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어렵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 설계업체들은 미국의 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인 EDA에 의존해야만 하며 하이실리콘이 디자인한 반도체는 TSMC에 의존해야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나 미국, 일본의 기술 인력, 특히 대만의 기술인력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러한 시진핑의 오판과 착각은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제재를 불러왔고 결국 공급망의 주요 단계마다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던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굴기란 결국 그동안 서방진영에 의존해 왔던 반도체 생태계를 중국의 독자기술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최근 들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3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 숙련 공정에 사용되는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를 사들이며 반도체 양산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미세 공정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 구입이 불가능해지자 숙련 공정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동시에 일본에서 나오는 중고 반도체 장비도 싹쓸이하는 등 반도체 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이가 안되면 잇몸’이라는 방식의 중국 특유의 돌격작전으로 반도체 제재의 난관을 극복하려 하지만 그 성과는 중국 당국이 요란스럽게 자랑하는 성과에 비해 실제적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하는 원천적인 질문에 부딪친다.


실제로 중국이 7나노 미세공정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면서 자랑했지만 문제는 그렇게 만든 반도체의 경제성이 과연 있으며 지속가능한 양산체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이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의 아키텍처 없이 독자적인 표준을 구현해 경쟁력 있는 모바일 칩을 생산할 수가 있을까? 또 계속되는 업그레이드 기술이 차단당함에도 이를 중국이 과연 넘어설 수 있을까? 더불어 중국이 이러한 설계회사들을 제치고 중국 독자적인 설계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빅테크들이 연대하여 만들어내는 종합 예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애초부터 중국 독자적인 기술망을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은 그 어려운 과제를 해내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으며 그를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반도체 굴기, 과연 성과를 거두었을까?]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도하여 그동안 이끌어 왔던 2차례의 펀드를 통한 반도체 굴기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을까? 지난 2014년에 출범한 빅 펀드는 특히 칩 설계, 제조 및 패키징, 장비 및 재료 분야에서 중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지원해 왔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22년 1월 9일(현지시간), “기업 발표와 중국 관영매체 보도, 지방정부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최소 6개의 새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은 최소 23억 달러(약 2조7692억원)로, 대부분은 중국정부가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단 한 개의 반도체조차 만들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6개 프로젝트 중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WSJ은 파운드리 업체인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를 꼽았다.


이들 두 회사는 삼성전자와 TSMC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14㎚(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공정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설립되었고, 또 수 년 내로 7㎚ 초미세 공정 제품까지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방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출발한 두 회사는 막대한 투자금을 날리고 지금까지 단 하나의 칩도 상업용으로 생산하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특히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최첨단 칩 개발 능력은 더욱 뒤쳐진 상황”이라면서 “중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른바 '빅 펀드'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 지원금 총 520억 달러(약 62조6000억원)를 쏟아부었지만 요식업, 시멘트 제조사 등 수만 개 기업이 이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반도체 관련 회사인 것처럼 위장 등록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흔히 있어왔던 돈 빼먹기로 인해 중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굴기의 꿈은 갈수록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또다시 반도체 굴기를 위해 조성된 사상 최대 규모의 빅 펀드는 시진핑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중국의 반도체 굴기, 중저가 칩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7나노미터 미만의 첨단 칩 개발은 포기하고 중저가 칩에 전력을 쏟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 26일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75억 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톈진에 28㎚ 이상 공정이 적용된 12인치 웨이퍼를 매월 10만 개 이상 생산하는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는 선두주자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7㎚ 미만 공정기술을 놓고 경쟁하는 속에서 이러한 첨단 반도체로는 더 이상 경쟁할 수 없으니 아예 28㎚ 공정의 공장을 신설해 구형 중저가 칩 생산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생산하게 될 중저가 칩은 자동차 전장 계통을 제어하는 핵심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자동차·스마트폰·기타 전자제품에 널리 쓰이는 전력 공급 장치 반도체 등에 쓰인다.


그럼에도 문제는 있다. SMIC가 처음으로 세계 시장 3위(매출 기준)에 올랐지만, 정작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어서다. 이유는 내수용 저가 반도체 뿐만 아니라 중국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화웨이의 첨단 칩을 도맡아 생산하는데도 수익을 잘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SMIC가 내놓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SMIC가 출하한 웨이퍼(반도체 기판)는 179만장으로 전년보다 43% 늘었고, 가동률도 2개 분기 연속 4%포인트 올라 80.8%를 기록했다. 수요가 늘면서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19.7% 증가한 17억5000만달러(약 2조3800억원)를 올렸다.


숫자적으로만 보면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내세울만 하다. 그런데 실상은 회사의 수익성이 극히 악화되고 있어 문제다. SMIC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68.9% 급감한 7180만달러(약 980억원)에 그쳤다. 총이익률도 지난해 4분기 16.4%보다 더 하락한 13.7%였다.


이렇게 SMIC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 때문이다. 중국 내 구형(레거시) 공정 반도체 시장에 공급이 쏠리면서, SMIC를 비롯한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의 웨이퍼당 수익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다시말해 경쟁력이 없는 구형 칩 생산에 전념하다보니 매출은 늘어나는데 수익률은 낮아지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구형 반도체의 재고 또한 동시에 늘어나고 있어서 고민은 더 커진다. 또한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7㎚와 5㎚ 칩 생산을 하고는 있는데 문제는 워낙 낮은 수율 때문에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억지로 생산하다보니 생겨나는 일들이다.


바로 이 SMIC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그러니 중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빅펀드를 반도체 굴기를 위해 투입한다 할지라도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것임을 아는데도 시진핑은 왜 또 천문학적 규모의 빅 펀드를 투입할까? 그렇게라도 반도체 굴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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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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