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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공세 비밀병기로 독가스 사용한 러시아 - 러, 정식 전투에서 우크라군 이길 수 없어 결국 독가스 사용 - 美,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구체적 파악해 제재 -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공론화, 의미가 있다!
  • 기사등록 2024-05-24 11: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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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정식 전투에서 우크라군 이길 수 없어 결국 독가스 사용]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공세를 펴는데 있어 비밀병기로 독가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군과 맞서는 우크라이나군을 퇴각시키기 위해 사용이 금지된 독가스를 무기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달 최전선 참호에 웅크린 채 수류탄을 투하하는 러시아 드론의 포위 공격을 받은 바 있는데, 처음에는 폭발하지 않은 폭탄이 떨어졌을 때 안도했지만 곧 강한 염소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면서 “이는 수류탄에서 유독 가스가 새어나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는 클로로피크린을 비롯한 가스 공격이 부쩍 늘어났다”면서 “러시아군의 독가스 살포는 공습, 병력 침투와 함께 진군의 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항공기가 활공폭탄을 투하해 우크라이나 진지를 훼손하고 드론이 가스를 살포하는 수류탄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클로로피크린에 노출되면 피부가 화상을 입고 눈물이 계속 흐르게 되며 폐가 가스의 자극을 받아 호흡 곤란이 온다. 이 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참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이렇게 하여 우크라이나 병력이 고통 속에 참호를 벗어나 무기력해지면 무기를 완전히 갖춘 러시아 보병이 쳐들어오기 시작한다.


실제로 방독면이 없으면 숨조차 쉬기 어려운 무방비 상태가 되고, 설사 방독면이 있어도 조준사격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크라이나로서는 최전선에서 조금씩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동부 도시 아우디이우카 인근에서 이들을 검진한 자원봉사 의료진 ‘올렉시 보즈코’는 남성들의 증상과 냄새에 대한 설명을 토대로 금지된 화학 자극제인 클로로피크린으로 추정되는 독가스임을 확인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리, 의료진, 군인, 국제 연구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전장에서 독성 가스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같은 화학무기 사용은 러시아가 봄철 대공세를 통해 점령지 확대를 시작한 것과 맞물려 더 자주 목격된다. 우크라이나가 2022년 러시아의 초기 공격을 격퇴한 후, 양측이 강화된 방어선을 상대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정상적인 전투로는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낼 수 없다보니 독가스라는 생화학무기를 사용해 조금씩 진격하고 있다는 의미다.


[美,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구체적 파악해 제재]


미국은 이달 초 전선에서 사용되는 화학 무기의 제조 및 공급에 관여하는 러시아 기업과 정부 기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클로로피크린을 지목했다. 살충제로 사용되기도 하는 이 화학 물질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화되었으며 러시아도 가입한 화학무기협약에 의해 전투에서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WSJ에 의하면 작년 2월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가 집계한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사례는 1천891건이다. 러시아가 동부에서 침공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지난 3월에 373건, 4월에 444건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군이 화학무기 클로로피크린과 폭동 진압제를 우크라이나군을 요새화된 위치에서 몰아내기 위한 전쟁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러한 화학물질의 사용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사용이 진군을 위한 공식으로 굳어졌다고 진단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육군의 ‘드미트로 세르히옌코’는 "러시아군의 독성 화학물질 사용은 우리에게 이제 일상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무부는 이달 초 러시아군의 클로로피크린 사용을 화학무기금지조약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군의 화학무기와 연계된 러시아 정부기관, 기업들을 대거 제재한 바 있다.


[독가스 사용 부인하는 러시아, “근거없는 주장”]


미국의 제재 발표 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러시아 군대가 독가스를 사용했다는 비난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스스로 실토했다!]


러시아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이 생화학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다.


지난 4월 6일에도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불법 화학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면서 “최전선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를 확인했으며, 그들은 주로 최루탄과 기타 화학 물질을 투하하는 소형 드론의 공격을 거의 매일 받고 있었다”고 보도해 충격을 준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CS라고 알려져 진압경찰이 흔히 사용하는 이러한 가스의 사용은 화학무기금지 협약에 따라 전쟁 중에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정상적인 전투로는 우크라이나군을 대항할 수가 없다보니 그들이 우크라이나군을 성공적으로 격퇴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생화학무기에 의지하는 것 뿐이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도네츠크 주의 리만 근처에서 지역을 방위하고 있는 ‘슬라바’ 중위는 자신의 지역에 있는 일부 우크라이나 부대가 ‘거의 매일’ 가스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러한 사실은 미국 전투 의무병이자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간호사인 ‘레베카 마시오르스키’에 의해서도 직접 확인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류탄 형식의 화학무기 사진을 직접 공개했다. 이에 대해 화학무기 전문가이자 전 화학무기금지기구 연구소장인 ‘마크-마이클 블룸’은 회수된 무기가 일반적으로 최루탄으로 채워지는 K-51 가스 수류탄임을 확인했다.


또 하나,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당국이 화학무기의 사용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전장에서의 러시아군들은 화학무기의 사용을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아니하고 대놓고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통박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흑해함대 제810해군보병여단은 지난 12월 텔레그램에 K-51 가스 수류탄이 우크라이나 진지에 투하됐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리며 화학무기 배치를 자랑했다. 캡션에는 “무기를 제공하고 시의적절하게 전달해 준 방사선, 화학, 생물학 방어 부대의 수장에게 감사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2023년 5월 러시아 국영 TV방송인 ‘채널 1’에서 방영된 뉴스 보도에는 한 러시아 군인이 “적군은 방독면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방독면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러시아군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공론화,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최근들어 이렇게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부쩍 공론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눈여겨볼 것은 전쟁 초기부터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가 만약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 불가피하게 나토군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들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면서 나토 동맹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경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이미 생화학무기를 본격적으로 전쟁에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이와 함께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것은 러시아가 결국 생화학무기와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려 있다는 것 자체가 자칫 러시아가 패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러시아 내부에서 증폭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러시아군의 고전이 계속되는 것 자체가 러시아 내부의 혼란과 푸틴의 통치기반 위기로 이어지면서, 이것이 곧 푸틴 대통령에게 생화학 무기 사용을 넘어 핵무기 사용의 위험을 감수할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금 푸틴이 하고 있는 전술핵 사용 위협이 그저 말로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주도로 구성된 '타이거팀'(Tiger Team)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러시아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말하는 ‘타이거팀’이란 특수사안의 해결을 위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내에 구성되는 긴급 태스크포스팀을 일컫는다.


백악관 내의 타이거팀은 이미 지난 2022년 2월 28일 구성되었는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이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미군 및 나토군의 군사개입 레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푸틴은 11월의 미국 대선이 코 앞에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설사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직접 참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비극적 상황이 펼쳐졌는데도 바이든 정부가 나토동맹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오히려 ‘비겁자 바이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만들면서 선거에서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강한 미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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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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