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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미국 국채 팔면서 ‘금 사재기’ 나선 이유? - 내일이 없는 것처럼 금(金) 사들이는 중국 - 식량 자급자족 정책 적극 추진하는 중국 - 中, 대만 전쟁 향해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
  • 기사등록 2024-05-14 11: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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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없는 것처럼 금(金) 사들이는 중국]


“중국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금을 사들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중국의 수많은 이들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으로 몰려드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개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국 당국도 미국의 국채를 팔면서까지 금 비축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세계의 많은 언론들이 중국의 금 비축 열풍에 많은 관심들을 표명하고 있다. NYT는 지난 6일, “중국 소비자들이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금으로 몰려 든다”면서 “중국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미국 부채 보유를 줄이면서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3월 기준 17개월 연속으로 금 보유량을 늘렸는데, 인민은행은 지난해에도 세계 다른 중앙은행보다 더 많은 금을 사들였다. 특히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10년 넘게 달러 보유량을 금으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2021년 1조1000억 달러에 달하던 달러 부채는 3월 기준 7750억 달러로 감소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금 보유량은 7274만 트로이온스(1트로이온스는 약 31.1g)를 기록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2022년 10월까지만 해도 6264만 트로이온스였는데, 17개월 연속 금을 사들여 보유량이 16%가량 불어난 것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해 금을 총 1037t 사들였는데, 이 중 225t은 중국 인민은행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입량의 21.6%에 이르는 규모다. 이는 중국 정부가 통계를 공개한 1977년 이후 최고치다.


중국의 금융 당국이나 개인 투자자들까지도 이렇게 금을 대량 비축하기 시작하자 국제 시세마저 흔들고 있다. NYT는 이에 대해 “전통적으로 금을 덜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 요인인 고금리와 강달러에도 불구하고 2022년 말 이후 금 가격이 50% 상승했다”며 “금 시장이 더 이상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중국 투자자의 변덕에 의해 지배된다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그러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공격적인 구매와 중앙은행의 매수가 맞물리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젊은 직장인들을 포함한 MZ세대들도 1개에 87달러(약 11만8000원)짜리 콩 모양의 금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교사 켈리 중 씨는 “‘번영할 때는 옥, 어려울 때는 금’이라는 옛말에 따라 금을 모으고 있다”며 “최근 세상이 더 혼란해지는 것을 보면서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중국의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남자 친구가 나를 화나게 할 때마다, (내 마음을 풀어주려면) 황금 콩(金豆豆)을 사 달라고 했더니 너무 꿀이네요.’라는 여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여성은 남자 친구한테 받은 ‘황금 콩’으로 만든 금팔찌 사진을 첨부했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황금 콩 열풍의 단면이다.


중국 절강일보에 따르면 금 구매 경험이 있는 중국 청년은 최근 5년 사이 16%에서 59%로 늘었다. 절강일보는 이에 대해 “공예 기술의 발전,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1g짜리 황금 콩의 인기 등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금은 아름다움과 가치를 모두 지닌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소셜미디어에서 금 가격 동향에 대해 얘기하고, 금 구매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금을 대량 비축하는 숨은 이유?]


그렇다면 중국은 금융당국도 그렇고 일반 투자자들이 왜 이렇게 금을 사들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중국 금융당국과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차이가 난다.


일단 개인 투자자들의 금 사재기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이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값이 비싼데도 안전 자산으로 도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국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글로벌 안전 자산인 금에 기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금융당국이 미국의 국채까지 팔아 치우면서 금을 사들이는 이유는 국가적 차원에서 글로벌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지난 1일, “중국이 금을 대량으로 비축하는 것은 대만을 둘러싼 국제분쟁시 서방의 제재에 대비해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시말해 중국이 금 사재기에 적극 나선 이유 중 하나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외화보유고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도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중국 중앙은행이 전통 안전자산인 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준양 중국 상하이 재정경제대 교수도 “중국이 금 보유를 늘리는 주된 이유는 국제통화와 관련된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특히 미국달러 환율 변동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리신 세계금협회 중국 대표도 “중국 인민은행이 금 보유고를 늘리는 목적은 외화보유고를 다변화해 과도한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자산의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금의 위험 회피 기능을 통해 보유 자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눈여겨볼 것은 중국이 꾸준히 금을 매입하면서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재무부의 통계에 의하면 2월 말 기준 인민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전월 대비 227억 달러(약 30조9000억 원)가 줄어든 7750억 달러(약 1050조1000억 원)였다. 인민은행은 1월에도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186억 달러(약 25조3700억 원) 줄인 바 있다.


인민은행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24일 이후 꾸준히 미국 국채를 내다 팔며 보유량을 줄여왔는데, 지금까지 고점 대비 25% 가량 줄어들었다.


중국은 2019년 5월까지만 해도 미국 국채 보유액이 1조1100억 달러(약 1515조 원)에 달해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였는데 지금은 일본보다 더 적다.


물론 중국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의도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요원한 목표라서 이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를 보면서 중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제재를 염두에 두고 미국 국채를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서방 국가들을 규합해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러시아 외화보유고를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서방 제재로 러시아는 외화 3500억 달러(약 477조4000억 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이후 중국 당국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소집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 조치 등을 집중 분석하게 했고, 특히 중국이 만약 대만을 향한 통일전쟁(대만 침공)을 벌일 경우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결론은 대만 통일 전쟁 발발시 미국이 러시아와 유사한 제재 조치를 가할 것이라며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론에 따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교훈 삼아 미국 국채를 미리 매각하고 금 보유량을 계속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금은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지만 미국 국채는 자칫 휴지 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너선 에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부소장은 “중국의 금 사재기는 대만 침공 계획과 관련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금 매입과 미국 국채 매각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본격화했다.


에얄 부소장은 이와 관련해 “중국의 금 매입 시기와 지속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의 일부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베이징 지도부는 미국과 대결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량 자급자족 정책 적극 추진하는 중국]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이 금 비축 및 미 국채 매각과 동시에 식량 자급자족 정책도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중국은 최근 미국산과 호주산 밀 수입을 대거 취소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3월, 밀 50만4000t 주문을 취소했다.


이는 2022년 미국의 대중(對中) 밀 수출량의 절반에 달하며, 1999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취소 사례다. 호주의 대중 밀 수출도 100만t 규모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에 대해 국제 식량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미국 등 서방과 긴장 관계를 고려해 식량 안보 정책을 강화한 여파라고 보고 있다.


대신 중국은 다가오는 6월부터 국내 곡물 생산 강화와 수입 다변화를 위한 ‘식량안전 보장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동물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 수입을 줄이고 동시에 밀과 쌀의 자급자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지속적으로 자급자족 캠페인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미국과 몇 달이 아닌, 수년 장기간 대결에서 견뎌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中, 대만 전쟁 향해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아사히신문은 “일본을 방문 중인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오는 2027년 중국에 의한 대만 침공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퀼리노 사령관은 전날 도쿄에서 일부 언론사 기자와 간담회를 갖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에 2027년 (대만 침공을) 실행할 준비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며 “시 주석이 지시하면 군은 (침공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3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입장에서도 “모든 징후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히는 등 중국에 의한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결국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말한대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실제 실행할 것인가의 여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중국의 움직임은 이렇게 대만과의 전쟁 준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금 사재기와 식량 자급자족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의 속셈을 국제사회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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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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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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