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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25 04:22:06
  • 수정 2018-06-25 0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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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패배후 자중지란에 빠진 한국당. 살생부가 난무하고 있다. [뉴시스]



자동차 보험제도가 발달하면서 거리에서 사라진 장면이 있다.
자동차 접촉 사고 후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느라 싸우는 장면이 없어졌다.
그 당시에 우리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쌍방 과실로 어떤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게 되는 분수령은 “누가 먼저 차문을 열고나가서 상대방에게 먼저 삿대질과 쌍욕을 하느냐”라고.
옛말에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지금 자유한국당에서 벌어지는 일이 과거 자동차 사고 때의 장면과 너무나 흡사하다.
누가 먼저 다른 사람을 비판하느냐를 경쟁하듯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독한 말들을 한다.
다양한 개인과 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누구 누구의 총선불출마, 정계은퇴를 종용한다.
종용하는 사람들도 잘못했는데, 전혀 잘못이 없는 사람처럼. 오히려 포청천으로 지명받은 것처럼 기고만장하게 발표한다.
과거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벌어진 일과 너무나 흡사하지 않는가?


먼저 독한 말을 하고, 누구 누구가 책임이라고 말하고, 큰 목소리로 떠들면 개혁파가 되고, 조용하게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의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되고 있지 않는가?


국민들이 조용히 자숙하라고 할수록 일부에서는 더욱 떠들면서 그들은 잘못이 없는 것처럼 일부를 희생양으로 몰아내고자 한다.


21세기의 개명시대에 G20 국가의 정치에서 어떻게 이러한 일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가?


군 생활에서 전역한 후 가장 이상하게 느낀 사항이 어떤 장관이나 공무원이 사표를 내고 그 다음 출근하지 않는 것이었다.
군대에서는 아무리 잘못해도 그만두라는 명령이 내려오지 않는 한 다음 지휘관이 오기 전까지는 직책을 그만둘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군대에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장관이든 누구든 사의를 표명하더라도 명령이 처리되거나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기 전까지는 계속 출근하여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한시라도 조직은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후 패배한 일부 정당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로 하여금 더욱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였다.
선거에서 지고 나서 사표를 내고 나가버리면 끝난다.
그게 책임지는 것인가?


모든 조직에서 실수해도 사표만 내고 나가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진정 책임을 지는 자세는 조직에 끼친 손해를 보전해놓고 나가는 것이다.


다음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무를 봐야하고, 당이 어려우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어떤 조치를 강구해두고 나가야 한다.


그것도 못할 것 같으면 충분한 당비라도 기부해서 속죄하는 마음을 보여야하지 않겠는가?


이전 대표가 정말 잘못한 게 크다면 당헌당규에 의하여 처벌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슬프게도 한국의 상황은 당장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것을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주변에서 바로 나가라고 종용하기 때문이다.
온갖 나쁜 말로 비판하고, 몰아내기 때문이다.


당을 안정시킨 후 나가고자 하면 다른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온갖 음해를 하기 때문에 바로 사표를 던지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표를 쫒아내어 의도적으로 혼란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다고 논의한다.


그리고 논의과정에서 합의가 쉽지 않아서 또 싸운다.
선거에서 졌다고 왜 대표들이 바로 그만두어야 하는가?
그 전날까지도 체계적으로 업무가 잘 수행되던 당이 왜 풍비박산되어야 하는가?


해당 선거에서 진 원인을 분석하고, 차분하게 시정해나가면 될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을 사랑하거나 건전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제발 나쁜 말로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쫒아내는 데 몰두하지 말자.


오히려 잘 수습하도록 격려하고 기다려 주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막말을 하지 말자.


살생부를 만들거나 폭로하려고 하지 말자. 자동차 보험제도가 발전된 바와 같이 우리 이제 패배의 극복 방법도 발전시키자. 최선은 기존 대표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두고 물러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했더라도 규정에 의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절차에 의하여 징계할 사람은 징계하거나 해임시키자.


왜 선거 한번 졌다고 아무런 당규나 체제도 없는 조직처럼 우왕좌왕해야 하는가?
모두 쫒아내면 정말 발전이나 개혁이 저절로 찾아오는가?
우리 모두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문제이고, 그들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문제이고, 내부터 고쳐야 한다.


남을 비판하는 사람은 그것 자체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거나 키우고 있는 것이다.
남을 살생부에 넣은 사람은 나중에 자신도 살생부에 올라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문제이고, 나부터도 고쳐야 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나는 어떤 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 씌워서 물러나라고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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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휘락 논설위원 박휘락 논설위원의 다른 기사 보기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원장)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국제정치 박사
    미국국방대학교 대학원 국방안보 석사
    2014~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원장
    2012~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1978~2009 대한민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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