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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일본으로 이주하는 중국 부자들, “시진핑 보기 싫다!” - 정치·경제에 실망한 중국 부자들, 일본으로 ‘엑소더스’ - 중국의 슈퍼리치들, 시진핑 정권에 신뢰 거둬 - 중국의 슈퍼리치들, “일단 떠나자!”
  • 기사등록 2024-05-03 11: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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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에 실망한 중국 부자들, 일본으로 ‘엑소더스’]


중국의 부자들, 이른바 슈퍼리치들이 대거 중국을 떠나 일본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붉은 쓰나미가 몰려 오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진핑도 싫고 중국 경제도 살아날 희망이 없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중국의 부자들이 정치적인 독재 체제와 경기 둔화에 실망해 엑소더스(탈출)하고 있으며, 일본의 호화 부동산 시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실제로 지난해에 도쿄로 이주한 중국 출신의 금속 무역회사 사장 토모 하야시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도쿄로 이주한 후 곧바로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꿨고 약 65만 달러(8억 9400만원)에 해당하는 고급 해안가 콘도를 구입했으며, 올 3월에는 가족도 함께 데려왔다.


이제 막 일본 초등학교에 입학한 두 아들을 둔 45세의 그는 도쿄의 고급 부동산 붐을 일으키며 도시를 재편하고 있는 많은 부유한 중국인 중 한 명이다.


토모 하야시와 같이 중국을 이탈하는 슈퍼리치들이 늘어나는 것은 갑작스러운 팬데믹 시대의 봉쇄 조치로 촉발된 베이징의 독재적 정치 체제에 대한 불만이 그 이후 더욱 커지면서 비롯됐다. 또한 중국의 경기 침체와 주식 시장의 부진도 부유층이 중국을 떠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 슈퍼리치들의 이탈을 지켜본 이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토모 하야시와 같은 중국의 슈퍼리치들은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으로도 많이 떠나는데 최근들어 일본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일본의 음식, 문화, 교육, 안전 등의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또한 중국에서 거리가 가깝다는 것도 일본을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이고, 특히 최근들어 엔화의 약세로 중국의 슈퍼리치들이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유리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또한 일본어는 부분적으로 한자를 쓰는 만큼 상대적으로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물론 홍콩의 슈퍼리치들은 영국으로도 많이 이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중국인 거주자는 지난해 말 약 82만2천명으로 전년보다 6만명 증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 세계 이주 동향을 추적하는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초 고액 자산가 1만3천500명이 당해 해외로 이주할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은 해당 부문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국가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귀화한 도쿄의 부동산 중개인 오리하라 오사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매출이 3배 또는 4배 증가했으며, 이는 대부분 중국인 구매자들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인들의 일본 이주가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그는 “과거와 달라진 점은 장기 비자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기록에 따르면 하야시가 살고 있는 48층 콘도의 약 3분의 1은 중국인 이름을 가진 개인이나 대표자가 중국인 이름을 가진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고층 콘도미니엄이 밀집한 도쿄만 옆 동네 주민들은 일반적인 건물에 중국인이 4분의 1 이상 거주한다고 말한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도쿄 중심부의 새 아파트 평균 가격은 작년에 거의 40% 상승하여 약 74만 달러(10억 1800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오롯이 중국인들로 인한 것이라는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이들 중 한 명으로 고향 중국 선전을 떠나 지난해 도쿄로 이주한 하야시 도모(45)는 약 65만 달러(9억 원)를 들여 해변의 호화로운 주택을 구입했다. 이렇게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입 열기가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홋카이도 스키장 주변 등 휴양지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홋카이도의 한 부동산 업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택지 가격이 28% 상승했다며 “중국 국기를 동반한 붉은 쓰나미가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 비자를 얻은 중국 이주자들은 일단 정착하면 생활상 편의 등을 이유로 일본의 법률적 기록을 포함해 일본 이름을 사용하는 쪽을 선택한다.


일본으로 이주하여 아파트나 주택을 구입하려는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일본으로 돈을 송금하는 것과 비자를 받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중국은 자국민이 해외로 반출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고 있지만, 많은 중국인 구매자는 해외 사업체를 소유하거나 해외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출하고 있다. 또한 친구나 친척들을 동원해 조금씩 중국 밖으로 인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자의 경우, 상설 사무실과 2인 이상의 직원이 있는 일본 기업에 최소 3만 2천 달러(44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사람은 경영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슈퍼리치들, 시진핑 정권에 신뢰 거둬]


중요한 것은 중국의 슈퍼리치들이 고향을 떠나 해외로 이주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시진핑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중국내에서는 부자들의 경우 언제 자신의 입지가 바뀔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중국내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는 사람도 많이 늘어나고 재산을 압류 당하거나 빼앗기는 경우들도 왕왕 일어난다. 한마디로 중국이라는 나라는 비즈니스에 적대적인 환경이라는 점에서 슈퍼리치들은 전전긍긍하면서 해외로 빠져 나올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엄청난 부자가 되기에 좋은 곳이었다. 에버그란데,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창업자들이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부의 생태계에 진입하면서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은 코로나 봉쇄조치를 겪은데다 ‘공동부유’라는 마오쩌둥의 사상을 갑자기 시진핑이 꺼내들면서 중국의 엘리트들에게 기부금을 갈취하는 한편, 당국에 잘 협조하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체포·구금하면서 잘나가던 중국의 기술산업을 무참하게 망가뜨렸다. 그 와중에 시진핑은 3연임을 하며 사실상 종신집권체제를 확립했다.


이런 현실속에서 중국의 슈퍼리치들이 돈과 자산을 안전하게 도피시키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점점 더 많은 중국의 부자들이 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말하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공산주의 체제하에서는 자신의 재산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지난 2015년 시진핑의 반부패 캠페인때 이미 약 8000억 파운드(약 1317조원)의 재산이 중국밖으로 빠져 나갔으며, 이에 놀란 중국 중앙은행은 급기야 자본통제를 강화했다”면서 “경제학자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에 따르면 2022년의 경우 약 360억 파운드(약 60조원)가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중국밖으로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진짜 문제는 시진핑 치하의 중국이 날이 갈수록 더 독재적이고 파괴적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한 번도 볼 수 없었다고 할 정도로 국가의 손길이 국민들의 모든 생활에 개입을 하게 되면서 많은 깨어있는 지식인들은 중국 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돈과 자산을 과연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불안감은 지난 2022년 익명의 블로그에 올라왔던 60쪽 분량의 흥미로운 비평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공포에 질려 국가가 파산당하기 전에 자본을 빼내려 하고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에 대해 매우 날카롭게 비판을 했다. 워낙 이 글의 내용이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분명히 공산당의 핵심 내부자가 쓴 글일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이 글에서도 나오지만 중국의 슈퍼리치들에게 안전한 자산 도피처는 이젠 홍콩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홍콩을 이젠 중국이 통제하고 있어서다. 일국양제가 무너진 홍콩은 이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그때부터 많은 슈퍼리치들이 자산을 홍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곳이 바로 싱가포르였고, 이어 일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중국의 슈퍼리치들이 싱가포르를 선호하는 것은 싱가포르가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에 홍콩과 분위기가 유사하고 또 중국인들의 비율이 전체의 3/4이 넘을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슈퍼리치들, “일단 떠나자!”]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리오프닝을 한 것이 슈퍼리치들의 해외 도피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로 코로나 폐기와 함께 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부유층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중산층들까지 탈중국에 나선다는 것은 그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었던 자유 경제 질서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심지어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이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렇게 날이 갈수록 ‘매력을 잃어버린 나라’, ‘희망이 사라진 나라’로 추락하고 있다. 이 모두 중국의 전통을 완전히 깨버린 시진핑 3연임 독재로 인해 빚어지는 일들이다. 이렇게 자국의 엘리트들에게까지 버림받는 중국, 그런 나라에 뭔가 기대를 건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것이다. 이것이 지금 중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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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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