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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30 0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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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마침내 첫 회담을 열고 '소통'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민감한 정국 현안에 대한 합의나 이견 조정에는 실패하면서 본격적인 협치 궤도에 오르기 까진 갈 길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께 용산 대통령실에 마주앉았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년 11개월, 이 대표 취임 이후 1년 8개월 만의 '첫 영수회담'이었다.


약 135분간 이어진 이날 회담은 구체적 성과보다는 '회담 성사' 자체의 의미가 크다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제1야당 민주당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회담 전부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일단 창구를 연 뒤 소통을 지속해가면서 협치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혀왔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직접 대화의 첫발을 뗐기 때문에, 거야(巨野)의 법안 단독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극단적 교착을 개선할 실마리는 잡았다는 것이다.


향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지속적 소통을 통해 첫 회담의 불씨를 살려가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혼란상인 국민의힘이 지도체제를 정비한 뒤 3자 회동 성사 가능성에 주목하는 기류다.


여권에서는 핵심 민생 현안인 의료개혁 관련, 이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총론적·대승적 인식 일치'에 기반해 입법 협조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의료개혁에 대해 이 대표가 공감하면서 '대통령의 정책이 옳다. 협조하겠다'고 명백하게 발언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국립대병원설치법,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구체적 입법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과만으로는 원만한 협치가 궤도에 오르기엔 미흡하다는 관측이다. 여러 정국 현안에 대한 이견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뜻을 모은 것은 '의료개혁', '소통 지속', '민생경제 중요' 등 당위에 가까운 총론이었다. 각론에서는 오히려 양측이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는 점이 여실히 확인됐다.


특히 '민생경제' 문제에 대해 어떤 재정정책을 쓸 것인지를 두고 양측은 평행선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요구한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물가, 금리, 재정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국민에게 정액을 지급하는 것이 '약자복지' 취지에 맞지 않고, 물가 상승을 더 촉발함으로써 민생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회담 뒤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재명 대표도 배석자들에게 "답답하고 아쉬웠다"면서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합의 가능한 의제로 여겨졌던 '여야정 협의체' 구성 역시 민생회복지원금 관련 이견으로 타결되지 못했다고 한다.


거부권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 변화는 없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고, 윤 대통령은 법안의 '독소조항' 문제를 언급했다.


'대통령 거부권 남용'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졸속 단독처리 견제' 논리로 맞서는 대통령실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야권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 핵심 쟁점법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거부권 행사 정국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대외정책 기조 등 첨예한 쟁점 사안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대화를 주고받지 못했다. 향후 협치의 핵심 가늠자가 될 후임 국무총리 인선 관련 언급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 "이, 일방적 주장 반복" vs 야 "윤, 국정 전환 의지 없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담에 대해 여야는 29일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여당은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야당은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첫 회담은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만남의 자리였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대통령과 야당은 물론 여당도 함께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만남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대변인은 "2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민생경제와 의료 개혁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며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협력하겠다고 한 데 대해 정부·여당 또한 크게 환영한다"고 반겼다.


이어 "윤 대통령은 듣고 또 들으며 이 대표가 전한 민심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그러면서 정책적 차이점에 대해서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민생과 국정의 주요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소통의 장이자, 대화 정치 복원과 협치의 첫발을 떼는 전환점이자 출발점"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해 오던 내용을 이 대표가 15분여에 달하는 모두발언으로 반복한 것과 민생 회복을 위한 의지가 없어 보였다는 민주당의 평가는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배준영 국민의힘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 세게 이야기했다고 들었다"며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본인 입장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앞으로의 정국을 풀어나갈 때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회담이 소통의 첫 장을 연 측면은 있지만 윤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다고 혹평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촌평했다.


이어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담에 대한 소회를 묻는 말에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재명 대표를 만난 건가?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려고 만났나"라고 적었다.


조 대표는 "야당 대표가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 물음을 질문지로 만들어 들고 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며 "가장 중요한 시험에서 백지 답안을 낸 꼴"이라고 직격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준비한 회담 주제에 답을 했는데 말하기 85% 대 듣기 15%의 비율로 시간을 썼다"며 "이 대표가 준비한 회담 의제가 많아 윤 대통령이 답을 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인 것 같다. 문제는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새로운미래는 양측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이 제3지대 정당과도 회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성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130분간 회담했으나 결국 소모적이고 정쟁에 불과한 맹탕 회담에 그쳤다"고 잘라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A4 10장 분량의 모두발언에서 시정연설을 방불케 하는 일장연설을 늘어놓음으로써 생산적인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운 환경을 자초했다"며 "의료대란 등을 집중의제로 다뤄 윤 대통령과 원칙적인 합의라도 도출했어야 한다. 열 몇가지 의제를 언급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빈 수레만 요란한 회담이 된 것이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쇼윈도 회담'으로 전락시키는 데 일조했다. 채상병 특검, 민생경제 회복방안 등에 대해 속 시원하게 털어놨어야 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어떠한 국정기조 전환 의지도 드러내지 않았다. 총선 결과로 받아 든 민심에는 진정성 있는 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과 회담을 진행한 만큼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정당과도 회동해 민심과 시대정신의 요구를 풀어가는 계기를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여야 영수회담이 흐지부지하게 끝났다고 해서, 개혁과 민생의 고삐를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준우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영수회담에서 언급된 채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외에도 '선 구제 후 구상'을 기본으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민주열사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민주유공자법, 포괄임금제 폐지법, 임신중지 보완입법, 공공의대법, 국민연금개혁법, 이민사회기본법, 초단기계약 방지법 등 현재 국회에 발의된 민생 법안 통과를 위해 21대 마지막 순간까지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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