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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5 11: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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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1~3월) '깜짝 실적'을 올린 것은 업황 개선 속도가 더딘 것으로 평가받던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낸드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특히 지난 2021년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이후 업황 침체가 본격화하며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 절하까지 받았다.


하지만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생성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 사업이 올해 본궤도에 올라 회사 실적 개선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25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 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올랐다. 이에 그동안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낸드 사업 매출도 올해 1분기 35%를 넘겼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특성이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PC, 서버 등 전자기기에 데이터 저장장치로 사용된다.


낸드는 지난 수 년간 공급 업체 수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신규 진입 문턱이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공급 과잉 문제에도 시달렸다.


시장조사업에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128Gb(기가바이트) 범용제품의 가격은 2017년 8월 평균 5.78달러에 달했지만, 이후 공급량 증가와 공정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8월 3.82달러로 고점 대비 33.9% 하락했다.


업계는 생산량을 줄여 업황 침체에 대응해왔고, 그 결과 지난해 4분기(10~12월)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고 올해는 더 가파른 상승 분위기다.


낸드 업황 개선도 AI가 이끌어…"고용량 수요 급증"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 낸드 사업 호조세 역시 AI(인공지능) 시장이 주 배경이 됐다.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반도체 시장 수요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익 개선에 힘을 보탰다. SK하이닉스는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eSSD'의 판매 비중이 늘었다고 밝혔다. eSSD는 기업의 대규모 서버 및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저장장치로,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만든다.


온프레미스(On-premise·기업이 서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직접 설치 및 운영) 방식의 저장장치 수요가 늘었고, 공간 제약 문제로 기존 엔터프라이즈 SSD 제품 용량을 크게 상회하는 30TB(테라바이트), 60TB, 128TB 등 고용량 제품 수요가 늘었다고 밝혔다.


현재 서버 및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시장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력, 공간, 성능 등 고객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SSD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SD는 HDD와 달리 기계적인 부품을 사용하지 않아 열이 적게 발생하고, 외부 충격에 강하다.


특히 무엇보다 소형화, 대용량화가 모두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낸드 플래시는 저장단위인 셀(cell)을 수직으로 배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술 발전에 따라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셀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셀 한 개당 더 많은 비트(bit)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돼 대용량화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쌓아뒀던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이 제품 가격 상승에 따라 환입돼 실적 개선에 더 힘을 실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제품을 중심으로 9000억원대 환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1분기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의 31%에 달하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이후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추가 환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SK하닉, 솔리다임 인수도 시너지 효과 나올까


이번 SK하이닉스의 낸드 흑자 개선은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결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수년간 낸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했지만 급작스러운 시황 반전에 노출돼 1년 넘게 고전해 왔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도 낸드 사업 침체 영향이 컸다는 진단이다. 인텔에서 인수한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은 수 조원 적자가 누적되고, 직원 감원과 국내외 지사 폐쇄 등 인력 효율화 작업을 거치며 불황 충격에 대비해 왔다.


이에 낸드 업황 개선으로 이제 양사 간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 특히 솔리다임은 인텔 시절부터 기업용 SSD 시장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합산 기준 지난해 4분기 기준 기업용 SSD 시장에서 32%의 점유율로, 삼성전자(45%)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아직 일반 낸드 시장은 수요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업용 시장에서 추가로 활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개발 상황을 공개한 기업 중 현존 최고 수준인 321단 낸드를 오는 내년 양산하며, 고용량 데이터 저장장치 수요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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