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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EU-中 정면충돌, 유럽 현지 中기업 '급습' 조사 - EU-中 반보조금 갈등 본격화, 조사분야도 전방위 확산할 듯 - EU집행위, 이미 3건의 중국기업 역외보조금 조사중 - EU-中 무역전쟁, 시진핑의 '제조업 승부수'가 원인
  • 기사등록 2024-04-25 05:07:08
  • 수정 2024-04-25 05: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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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中 반보조금 갈등 본격화, 조사분야도 전방위 확산할 듯]


유럽연합(EU)과 중국이 결국 정면 충돌했다. EU가 이미 전기차와 관련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EU 집행위원회 요원들이 네덜란드와 폴란드 소재 중국 기업들을 새벽에 급습해 거칠게 조사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EU 집행위원회 요원들이 해당국 당국자들과 함께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에 접속하고 직원 연락처 등을 검색하는 등 상당 시간 조사를 벌였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성명을 통해 “EU 역내에서 보안 장비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예고 없이 방문 조사를 했다”면서 “이번 조사는 왜곡된 해외 보조금 의혹에 대한 예비 조사 단계이며, 다음 단계는 심층 조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된 기업의 업종·명칭·국적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주 EU 중국상공회의소는 “당국이 회사의 IT 장비와 직원들의 휴대 전화를 압수하고 사무실 문서를 면밀히 조사했으며, 관련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를 요구했다”면서 “예고도 없이 갑자기 새벽 시간에 급습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U집행위, 이미 3건의 중국기업 역외보조금 조사중]


사실 EU 집행위는 최근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EU 역외보조금 규정(FSR)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역외보조금 규정(FSR)은 제3국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아 제품 단가를 낮춘 외국 기업이 EU 내에서 기업결합이나 공공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법으로 중국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난해 7월 제정·시행됐다.


역외보조금 규정(FSR)에 따라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미 태양광, 풍력 터빈, 철강 산업 등 3건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불가리아에서는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국영 열차제조업체 중처그룹(CRRC)의 자회사 중처쓰팡(中車四方)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20량의 전기 열차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였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20억달러(약 2조7천4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며 EU 집행위가 조사를 시작하자 중처쓰팡 측이 사업 참여 계획을 전면 철회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중처쓰팡 측이 제시한 입찰 금액은 스페인 경쟁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루마니아 태양광 프로젝트와 중국의 풍력 터빈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중국 당국의 보조금 여부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중국 풍력터빈 공급업체에 대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스페인·그리스·프랑스·루마니아·불가리아 풍력발전단지 개발과 관련된 중국 기업이 그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 보조금 조사, 전방위 확산중]


중국당국의 보조금 관련 조사는 또 있다. SCMP는 “EU 집행위가 중국 의료기기 업체들을 상대로 2022년 6월 채택한 국제 공공 조달규정(IPI)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 공공 조달규정(IPI)은 EU 기업의 공공 조달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제3국의 기업들이 EU 조달시장 입찰을 제한하거나 입찰 조건에 불이익을 주는 상호주의 성격의 조달 규정이다.


물론 국제 공공 조달규정(IPI)이 법제화는 됐지만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EU 집행위가 중국 업체들로 인한 시장 교란으로 인해 결국 칼을 빼들기로 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태양광 패널·전기자동차를 필두로 시작된 EU 집행위의 중국산 반(反)보조금 조사가 플라스틱·전동차·풍력터빈을 넘어 다른 분야에까지 그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면서 역내 녹색산업 전환을 가속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저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 증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중국산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EU 역내 기업들이 고사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당연히 중국의 태양광 패널도 조사 대상에 오를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 역시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조사가 진행중이다. 중국이 수십년간 막대한 보조금을 줘 자국의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과 비야디를 세계 점유율 1, 2위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육성하는 한편 소비자에게 2009년부터 전기차 구매세 인하 조치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뒤 유럽 시장으로도 몰려들고 있어서다.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는 올 11월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EU는 또한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을 염두에 둔 강제노동을 사용한 제품의 판매·수입 금지도 추진중이다. 그야말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전방위적인 제재에 나선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EU 집행위가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제품은 물론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에 본격적으로 가세할지 여부다.


[EU-中 무역전쟁, 시진핑의 '제조업 승부수'가 원인]


그렇다면 중국과 EU간 무역분쟁이 이렇게 확대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조업 승부수'가 서방 선진국은 물론 신흥 개발도상국들과 '무역전쟁' 위험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중국이 전기자동차·동력 배터리·태양광 패널 등 첨단 고가 제조업 분야에선 미국·유럽 등과 갈등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으며, 구리·리튬·희토류 등 광물 채취를 포함한 제조업에선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터키 등과 무역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어 “한때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수준이던 부동산 분야가 이제 성장의 걸림돌이 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제조업에 사활을 걸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중 관계가 불안정한 가운데 수출이 줄고 부동산 시장 위기와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다시 제조업 강화로 중국 경제의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 시진핑의 구상”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은 제조업을 '중국의 생명선이자 기초'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그러한 방향이 국제적인 통상거래 원칙을 무시하고 또한 오직 중국만 돈벌면 된다는 아주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 중국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덤핑 판매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바로 시진핑의 이러한 잘못된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의 덤핑공습, 세계경제 뒤흔든다]


지금 글로벌 경제시장은 중국의 낮은 가격을 넘어 덤핑(헐값에 투매)에 가까운 중국산 제품의 전방위 공습으로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 전기차 회사 BYD는 최근 100개 이상 전기차 모델의 가격을 지난해 12월보다 5~20% 떨어뜨렸으며,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가격을 연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중국산 배터리 가격이 글로벌 평균의 56%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 떄문이다.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 폭증으로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겪게 되자 중국 생산품을 아예 헐값에 ‘밀어내기’하는 수출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겪는 수입국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값싼 물건을 들여와 좋을 수는 있지만 이로인해 자국의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마도 그렇게 무너진 해당 국가의 경제를 다시 중국이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은 이러한 악질적 무역을 위해 국가보조금을 주어가면서 생산 단가를 낮추고 있고, 이를 무기로 해외에 덤핑 공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침체에 빠져 있는 중국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지난 1980년대의 차이나쇼크를 겪은 글로벌 국가들이 중국산 덤핑 인해전술에 또다시 ‘제2의 차이나 쇼크’를 겪지 않겠다는 각오 때문에 EU와 같이 전방위 제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글로벌 국가들의 반발에 중국 당국은 중국을 향한 무역제재가 보호무역주의라며 오히려 비판한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적당히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오판이다.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직접 유럽을 방문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反)보조금 조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통상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시도했지만 EU 회원국들로부터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정말 우려되는 것은 글로벌 국가들의 반발로 인한 무역제재 이후 중국이 겪게될 후유증이다. 당장 전기차로부터 시작해 태양광, 철강 등에서 고관세로 인해 수출이 막히게 되면 중국의 경제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될 수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중국 경제는 지금과는 상황이 다른 참혹한 상황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국제 사회에서도 상도의라는 것이 당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서로가 신의의 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생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중국의 시대착오적인 양심 부재의 무역방식이 중국을 스스로 골병들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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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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