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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폭로된 러시아 기밀문서, 푸틴의 흉계 드러났다! - 러시아, 美동맹 약화 위해 수단과 방법 안가려 - UN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와해도 러 전략의 일환 - 세계 곳곳의 극단주의 세력 부추기는 것도 중요한 러 전략
  • 기사등록 2024-04-19 0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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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美동맹 약화 위해 수단과 방법 안가려]


서방진영을 향한 러시아의 계략이 담긴 기밀문서가 폭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기밀문서에는 서방세계의 동맹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미국 주도의 일극(一極) 체제를 허물어버리겠다는 푸틴의 야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유럽의 한 정보기관을 통해 러시아의 2023 외교정책개념의 ‘기밀 부록 문건’을 입수했다”면서 “이 문건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활용해 미국 주도 일극(一極) 체제를 와해시키고, 서방 동맹을 약화시키는 등 지정학적 재편을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31일 새로운 외교정책개념을 발표했지만, 기밀 부록 문건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러시아 외무부가 공개한 ‘2023 외교정책개념’에는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이용해 수년간 반(反) 러시아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면서도 “러시아는 스스로를 서방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방에 대해 나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서방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강조한 바 있다.


‘외교정책개념’은 이어 “서방은 대결 정책과 패권주의적 야망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극 체제의 복잡한 현실을 받아들이길 희망한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기밀문건을 보면 대외적으로 공개된 ‘외교정책개념’과는 다른 러시아의 속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선 기밀문건은 “러시아는 서구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면서 “미국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기 위해 비우호적인 국가 연합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밀문건은 이를 위해 ▶공격적인 정보 캠페인, ▶군사·정치, 경제, 무역, 정보심리 영역을 포괄하는 기타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서방 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개발하기 위해, 이들 국가의 대외 정책에서 취약한 지점을 찾기 위한 매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기밀문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련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WP는 “이전에 공개한 또다른 기밀문건에서는 러시아가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와해시키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국내 정치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고 썼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기밀문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가 미래의 세계 질서 윤곽을 상당 부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기밀문건에서 적시한 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공격 개시 2년이 넘어가면서 러시아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 유럽사회에서도 친러시아 세력들이 할거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저지하고 있고, 심지어 미국 의회의 친 푸틴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적극 반대하면서 사실상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돕고 있다.


이에 대해 WP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가 러시아를 포함한 권위주의 국가의 글로벌 영향력을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곧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승리로 결말이 난다면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쇠퇴와 함께 중국, 이란,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견고한 동맹 강화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세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UN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와해도 러 전략의 일환]


그런데 기밀문서에서 눈여겨볼 것 중의 하나는 러시아가 지난달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활동을 중단시킨 것도 서방진영의 결속을 흔들면서 러시아 우호세력과의 결속을 다지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세력 재편을 위한 작업이었음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WP는 러시아의 고위 외교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학자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가 최근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 감시 패널의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해 14년 간의 협력을 끝낸 것 역시, 기밀 문서에 따른 작업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명확한 신호’였다”고 전했다.


해당 학자는 이어 “러시아는 세계 여러 지역, 곧 중동·동북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에서 미국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의 극단주의 세력 부추기는 것도 중요한 러 전략]


그런데 러시아의 2023 외교정책개념과 기밀 부록 작성에 참여한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연구소의 블라디미르 자리힌 부소장이 지난해 2월 러시아 외무부에 제출한 제안서 내용을 보면 지금 러시아가 어떤 선택지를 지향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인다.


블라디미르 자리힌 부소장은 해당 제안서에서 “미국 내 고립주의 우익세력의 권력 장악을 계속 촉진하고, 중남미 국가의 불안정을 위해 극좌와 극단주의 세력이 부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럽 내에서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불만을 가진 정당을 지지해 이들이 미국과 분리된 유럽만의 주권 회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도 했다.


WP가 입수한 정책제안서에 명시된 또다른 요점은 모스크바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러시아와 중국을 더 가깝게 만들고 이스라엘, 이란, 시리아 주변의 중동 상황을 확대하여 위기를 고조시켜 이 지역의 문제로 미국의 주의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러시아의 전략]


WP에 의하면 서방진영의 관리들이 경고한 대로 러시아가 서방세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선전과 영향력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동,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선전 활동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글로벌 분열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기밀문건 작성에 참여한 바 있는 블라디미르 자리힌 부소장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여러 지역에서 러시아가 아닌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 확신했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이는 미국의 단극체제가 이미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석유 재벌 출신의 러시아 반체제 인사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러시아가 미국을 약화시키기 위해 모든 일을 하려 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과제는 미국을 게임에서 몰아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해체하기보다는 미국이 나토를 방어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궁극적으로 나토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미국 공화당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많은 국가들에 미국에 대한 도전을 유발해, 미국에 엄청난 부담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대선에도 직접 개입해 기밀문건 현실화 나선 러]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기밀문건에 나온 그대로 러시아가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온라인 작전을 이미 시작했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와 연계된 SNS 계정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비판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인의 분열을 노리는 콘텐츠를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MS는 “이런 콘텐츠 유포가 지난 45일 사이에 이뤄졌으며 과거 미 대선 때보다는 활발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몇 달간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크라이나 관련 메시지가 지난 두 달 동안 우리가 추적하는 최소 70개의 러시아 관련 계정을 통해 은밀하면서도 공공연하게 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MS는 러시아 크렘린궁이 가장 많이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다양한 언어로 된 허위정보, 내부고발자나 시민기자를 내세운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MS는 또한 “서방 싱크탱크를 표적으로 삼는 러시아 해커단체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하다”면서 “해당 해커 단체들은 '스타 블리자드'(Star Blizzard)나 '콜드 리버'(Cold River)로 불린다”고 밝혔다.


MS는 이어 “이 해커단체가 미국 정계와 정책분야 인사들을 노리는 것은 크렘린궁이 원하는 미 대선 결과가 나오도록 하려는 일련의 해킹 작전 가운데 첫 번째 단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은 지난달 크렘린궁이 11월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과 2020년 미 대선 개입 의혹도 일축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EU)도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EU는 러시아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허위정보를 유포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약화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유럽 당국은 러시아 선전세력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친러시아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금품을 살포하며 공작을 벌이는 것으로 의심하면서 친러시아 조직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은 체코 당국이 공개한 조사 결과를 계기로 불거졌다. 체코 당국은 지난달 27일 친러시아 선전세력이 자국은 물론 EU 안보에 심각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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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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