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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꺾인 사우디의 ‘자존심’, 자금난에 ‘네옴 시티’ 대폭 축소 - 빈 살만이 자금난? 사우디에 돈이 없다! - 네옴 프로젝트,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많은 의문 제기 - 사우디에 돈이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 기사등록 2024-04-16 11:31:26
  • 수정 2024-04-16 11: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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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자금난으로 네옴 메가시티 투자 축소]


석유가 철철 넘쳐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거대한 꿈이 담겨 있는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NEOM)’이 자금 부족으로 인해 대폭 축소됐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세상에 거칠 것이 없어서 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빈 살만의 야심찬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1조 5천억 달러(2075조 2500억원) 규모의 네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있어 자금난으로 2030년까지 150만 명이 거주한다는 목표를 수정해 30만명 미만이 거주하는 규모로 대폭 축소시켰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다름아닌 빈 살만 왕세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인데 자금난으로 축소했다고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축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더 충격적이다. 원래는 해안을 따라 170km의 사막을 덮을 것으로 계획되었지만 실제 진행은 2030년까지 2.4km의 프로젝트만 완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프로젝트의 포기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프로젝트의 축소 문건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일부 계약업체들은 고용한 근로자들 일부를 해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Neom과 이 프로젝트를 소유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주요 기관인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의 대표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문제는 네옴시티의 건설축소가 불러올 후폭풍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의 주거지구 The Line을 건설한 다음, 동시에 이와 연계된 산업 도시, 항구, 관광 개발도 계획했으며, 2029년에는 트로예나라는 산악 리조트에서 아시안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정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인지의 여부도 관심거리다.


일단 네옴 프로젝트 관련자들은 The Line 건설은 차질없이 진행중이고 홍해의 섬을 고급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 Neom의 또 다른 개발 프로젝트인 신달라는 올해 개장할 예정으로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The Line의 사업 축소가 불러올 여파는 아직은 짐작도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빈 살만이 자금난? 무슨 일이 있었나?]


그렇다면 Mr. Everything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인데도 왜 건설에 제동이 걸린 것일까?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더 라인의 철수는 왕국의 국부 펀드가 아직 Neom의 2024년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빈 살만의 프로젝트에 누군가가 제동을 걸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사우디 경제 다각화를 위한 야심 찬 이니셔티브인 비전 2030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데 있어 사우디 정부의 최고위층에서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에 대한 재정적 현실이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명시된 프로젝트 중 일부가 2030년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모하메드 알 자단 재무장관은 12월에 “공장을 짓고 충분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려면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프로젝트의 지연 또는 오히려 연장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축소를 정당화하고 나선 것이다.


[네옴 프로젝트,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이 시점에서 눈여겨볼 것은 네옴 프로젝트의 현실성이다. 규모가 커도 너무 큰 공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 있는 마넬 산로마 스페인 로비라 이 비르길리대학 교수는 최근 링크드인에 “(더 라인 프로젝트는) 물리학, 경제학, 간단한 수학의 법칙에 어긋나는 프로젝트”라며 ”엔지니어, 건축가, 컨설턴트는 필요 없고 중학생만 있으면 된다“고 코멘트를 했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프로젝트라고 본 것이다.


마넬 산로마 교수가 이렇게 평가한 것은 규모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길이 170㎞×너비 200m×높이 500m의 더 라인은 뉴욕시의 원월드 트레이드센터(높이 541m) 8000개, 잠실 엘타워(높이 555m) 7800개를 건설해야 하는 규모다.


그런데 원월드 트레이드센터를 짓는데 3500명의 근로자를 투입해 무려 7년이 걸렸다. 비용도 35억 달러나 투입됐다. 그렇다면 더 라인을 건설하는데는 얼마나 걸릴까? 상식적으로 계산이 안된다. 쉽게 설명하자면 원월드 트레이드센터보다 1000배나 많은 하루 350만명의 인력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56년이나 걸린다는 통계가 나온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사우디에 돈이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든 재산을 쏟아 부어 건설한다면 못할 게 뭐가 있을까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네옴 프로젝트 예산 1조 5천억 달러(2075조 2500억원) 가운데 이 중 절반을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이 댈 거라고 빈 살만은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투자를 받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투자도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국부펀드마저도 재검토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부펀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금 보유액이 지난 2022년말에는 500억 달러였는데 지난해 9월 현재 150억 달러로 줄어 들었다. 이는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장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국부펀드는 왜 이렇게 잔고가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펑펑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우디는 각종 스포츠(축구·골프·e스포츠·테니스 등)와 함께 항공·전기차·관광·건강 등 참 다양한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많은 지출규모(315억 달러)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공공투자기금이 손댔던 사업들이 수익을 낸다면 문제가 안되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전기차 사업만 하더라도 이미 54억 달러를 쏟아 부었는데 투자한 전기차 회사가 적자가 나자 최근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했다.


그렇다고 국가재정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다. 사우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적자 규모가 GDP의 1.9%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배럴당 108달러 정도는 되어야 재정 균형을 이룰 수 있는데 현실은 9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부펀드가 이 수준이라면 빈 살만이 2030년까지 3200억 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한 기본 전제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수밖에 없어 결국 네옴시티의 대대적인 축소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투자은행 자드와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리브도 “(네옴을 포함한) 비전 2030 프로젝트 전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본 부족”이라고 말한 것이다.


[네옴시티, 해외 투자는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해외 투자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사우디는 일단 1단계 사업 완성 목표로 삼고 있는 2030년까지 연 1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는데,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2023년 목표치(22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190억 달러에 그쳤다.


그러자 네옴 사무국은 2월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네옴 사무실을 열고 월스트리트 투자자 공략에 나섰으며, 이달 중순엔 네옴의 나드미 알 나스르 CEO가 직접 중국 본토와 홍콩을 찾아가 로드쇼를 열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해외 투자자들의 입질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네옴의 1단계 사업 축소 보도까지 나왔으니 투자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해외 투자도 불발인데다 국부펀드의 자금 부족까지 겹치면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진행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부족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빈 살만 왕세자가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지분을 시장에 더 내다 팔 수도 있다. 현재 아람코 지분은 정부가 지분 82%, 국부펀드가 16%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의 국가부채 비율이 27%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낮기 때문에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모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사우디가 벌여놓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2029년엔 네옴의 산악지역 트로제나에 인공눈 스키장을 만들어서 동계올림픽을 열기로 했고, 2030년엔 리야드에서 엑스포를 개최한다. 이러한 초대형 프로젝트들에는 모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천하의 사우디라도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대폭 축소되었음에도 그마저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동시에 원유 하나로 국부를 창출하는 국가가 그 원유 하나만 믿고 펑펑 돈을 쓰다보니 이렇게 벽에 부딪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이번에 새삼 배운 것 하나. 사우디는 돈이 펑펑 쏟아질 정도로 많은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또 하나, 아무리 Mr. Everything이라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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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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