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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석유대국 러시아가 휘발유를 수입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 세계 세 번째 석유 생산국 러시아, 휘발유 수입국 됐다 - 파괴된 정유시설, 제재로 수리는 꿈도 못 꿀 상황 - 美제재에 러 '북극 LNG-2' 생산시설 건설도 중단
  • 기사등록 2024-04-15 11: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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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세 번째 석유 생산국 러시아, 휘발유 수입국 됐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석유 생산국인 러시아가 이제 휘발유 수입국이 되었다. 그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러시아의 석유산업 근간을 흔들고 있어서다. 러시아의 석유산업이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수개월에 걸친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의 디젤과 휘발유 등 정제 연료 생산 능력이 위축되었고,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 휘발유 수입국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우크라이나에 의한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2일에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115km 떨어진 정유 공장에 드론을 이용해 공격을 가했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 정유 생산량의 3%를 담당하는 시설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데이터 회사인 S&P Global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러시아 정유 생산 능력의 7분의 1이 중단되었다. 또한 지난 8일 오르스크시의 유지 보수 작업과 홍수로 인해 더 많은 생산 능력이 완전 중단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상업 거래소의 도매 가격이 급등했다.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의 표적이 되었던 우크라이나는 이젠 역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들을 공격함으로써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축적하는데 상당한 방해요인으로 등장했으며, 이러한 공격이 더 지속된다면 러시아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러시아의 거대 석유 기업들에게 닥치는 피해는 엄청나다. 평소 해외 고객을 위해 프리미엄을 받고 휘발유와 경유를 생산하던 정유 공장들이 이젠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러시아 항구에서 빠져나가는 디젤의 양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석유 재벌들은 정유공장들의 가동중단으로 정제 제품으로 수출하면 얻을 수 있는 배럴당 15달러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냥 원유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보니 원유는 과잉 상태라 그대로 수출할 수 있는 고객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괴된 정유시설, 제재로 수리는 꿈도 못 꿀 상황]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의 재선 이후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는 공격을 멈출 것이라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공격을 받은 정유시설들을 계속 수리하고 있지만 그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어서 러시아의 석유산업 정상화는 계속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과 관련해 로이터는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석유 회사 Lukoil의 엔지니어들이 최대 정유 공장에서 터빈이 고장 난 것을 발견했을 때 문제가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면서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430km(270마일) 떨어진 볼가강에 위치한 노르시 정유공장의 휘발유 생산 장치를 수리할 수 있는 회사는 단 한 곳뿐이었데 문제는 그 회사가 바로 미국 소유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 후 러시아 석유회사 당국은 부품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끝내 찾지 못하면서 결국 정유회사는 가동을 중단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시간이 흘러도 러시아내에서는 해당 부품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고, 러시아 정유회사들 상당수가 이렇게 서방세계의 부품과 A/S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서방세계의 제재가 이렇게 러시아 정유산업의 가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업계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인해 올해 최소 12개의 러시아 정유소가 공격을 당했으며, 이로 인해 어려움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로이터의 계산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 정유소는 1분기에 생산량의 약 14%를 중단해야 했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노르시 정유소는 한 달에 405,000톤의 휘발유, 즉 러시아 전체의 11%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단으로 루코일은 러시아 평균 휘발유 가격인 미터톤당 587달러를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억 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에너지 산업 전문가이자 국제 문제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세르게이 바쿨렌코 연구원은 “이렇게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이어진다면 러시아의 정유산업의 공장가동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러시아 에너지부 니콜라이 슐기노프 장관은 “모든 정유소가 6월까지 고쳐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말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美제재에 러 '북극 LNG-2' 생산시설 건설도 중단]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 제재로 러시아 핵심 에너지 개발사업인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의 생산시설 일부가 건설 중단됐다.


지난 2월 8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 지분을 소유한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북극 LNG-2 세 번째 생산시설 건설이 중단됐다”며 “다만 두 번째 생산시설은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민간 가스 기업 노바텍이 전체 지분 가운데 60%를 소유한 이 사업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 러시아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것이다.


당초 사업 참여자들은 250억달러(약 33조원)가량을 투입해 2026년까지 연간 66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개별 생산시설 3곳을 순차적으로 건설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년 11월 미국이 러시아의 에너지·군사 등 부문을 겨냥해 북극 LNG-2 프로젝트도 제재 대상에 올리자, 사업 지분 40%를 가진 프랑스·중국·일본 에너지 기업들은 2차 제재에 대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프로젝트 참여를 일시 중단했다.


여기서 ‘불가항력 선언’이란 기업 간 무역 거래에서 천재지변과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 이행 의무를 피할 수 있는 조치를 말한다.


이에 따라 외국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프로젝트 가동 후 연간 200만t씩의 LNG를 각각 확보하기로 했던 장기 계약은 효력을 상실한 상황이며,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도 앞으로 노바텍이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현재 북극 LNG-2 프로젝트의 첫 번째 생산시설은 시운전에 돌입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생산을 한다 하더라도 당장 극지방을 운항할 수 있는 운반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노바텍은 올해 말까지 한국으로부터 북극 LNG-2 프로젝트 생산물 운송에 필요한 운반선 6척을 인도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후 한국의 주요 조선업체들이 러시아와 체결한 LNG 운반선 건조를 중단하거나 계약 해지에 나섬에 따라 실제로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렇게 러시아의 LNG생산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석유생산 어려움, 세계 시장에 영향 미칠까?]


이런 상황에서의 최대 관심사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세계 석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가의 여부다. 현재까지로는 글로벌 석유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브렌트유 가격은 OPEC+의 공급 억제, 예상보다 양호한 세계 경제 상황, 홍해의 혼란으로 인해 올해 들어 19% 상승하여 배럴당 90달러를 약간 밑도는 수준까지 올랐다.


세계 유가 시장에 가장 관심을 갖는 사람은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의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석유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 세계 유가가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는 데다 이같은 공격이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 고위 관리들에게 이런 내용의 경고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월 16일에도 접경지인 러시아 사마라 지역의 정유공장 2곳을 공격했고, 지난 3월 13일에도 모스크바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랴잔의 정유소를 파괴했다. 올해 들어서만 4월 현재까지 러시아의 정유공장 등 석유 시설에 최소 10차례의 공격이 이뤄졌다.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이 이처럼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 서부의 석유 관련시설을 대담하게 공격하는 것과 관련해 “백악관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FT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 연말 대선을 향해 선거운동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인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FT에 “우리는 러시아 내부 공격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당하고 있으면서도 러시아의 석유시설들에 대해서는 공격하지 못하도록 압박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 석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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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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