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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서열 3위가 北 평양으로 날아간 이유? - 북중수교 75주년, 中 자오러지 상무위원장 평양행 - 中 자오러지가 평양에 간 이유? 정상회담 아닌 도발 억제 - 압박과 동시에 달래기도 하는 중국, 경제적 지원할 듯
  • 기사등록 2024-04-14 03:12:45
  • 수정 2024-04-14 04: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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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수교 75주년, 中 자오러지 상무위원장 평양행]


북중 수교 75주년인 '조중 친선(우호)의 해'를 맞아 중국의 서열 3위인 자오러지(赵乐际, 趙樂際) 상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간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들도 있지만 북한과 러시아간 군사적 밀착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전화통화에서 불거졌던 문제들에 대한 협의를 위한 정무적 목적의 방문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북 첫날인 11일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중국은 조선(북한)측과 함께 올해 양국 친선(우호)의 해를 기회로 삼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호혜적 협력을 심화하길 원한다”면서 “인적·문화적 교류 추진, 전략적 협조 강화, 중조(북중)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자오는 이어 최룡해에게 “중국과 북한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시종일관 확고부동한 우리의 전략적 방침”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올해는 양국 수교 75주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룡해는 “피로써 맺어진 조중 우의는 역사가 유구하고 뿌리가 깊다”며 “양국이 공유하는 귀중한 유산이자 재산”이라고 화답했다.


최룡해는 이어 “김정은 총비서와 시진핑 총서기의 전략적 영도 하에 양국 친선관계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며 “북한은 중국과 손잡고 양국 지도자의 영도에 따라 수교 75주년과 친선의 해를 계기로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심화하고 우호협력 관계를 부단히 발전시켜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국제 및 지역정세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지만, 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북한 공산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2일, 자오 위원장이 전날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마중 나온 최룡해의 영접을 받으며 방북 일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오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 최고위급 인사로, 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한 리훙중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지난해 9월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보다 서열이 높다.


[中 자오러지가 평양에 간 이유?]


그렇다면 중국 서열 제3위인 자오러지가 평양에 간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양국 수교 75주년을 맞은 전시적 방문일까? 아니면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일단 여러 언론들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간의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방문이 아닌가 하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판단키로는 자오 위원장의 방문이 정상회담을 최우선 주제로 다루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세우고 싶은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욕구가 강했을 것이고, 중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와 강한 밀착을 하고 있는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운을 뗏을 가능성은 있다.


또한 중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북한을 방문하기 때문에 균형 차원에서 시진핑 역시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했을 것이다. 따라서 어디에서 정상회담을 할지조차 중요하지 않다. 그 장소가 평양일 수도 있고 2018년 5월에 정상회담이 열렸던 다롄일 수도 있다. 그 당시에도 다롄에서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은 북한이 먼저 했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자오러지의 이번 평양 방문의 주 목적은 대외적으로 정말 중요한 ‘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에 더 주안점을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할지라도 그것 자체가 이번 자오러지 방문의 핵심 포인트가 아니라는 의미다. 곧 정상회담 개최도 결국 김정은에게 주는 당근일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자오러지의 평양 방문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이 시점에서 눈여겨볼 것은 중국 관영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GT)의 보도 내용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0일, 정지융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과 한미동맹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반도는 민감한 시점에 와 있다”면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 강화는 지역 안보 상황에 확실성을 더하고 잠재적 위기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자오러지의 방북이 북중관계의 강화를 불러올 것이고, 이는 곧 한반도 안보 위기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도 “자오 위원장 방북이 북중 관계는 물론 지역 정세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왕쥔성 중국 사회과학원 동아시아 연구원도 “올해가 '북중 친선의 해'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국은 국제 정세의 심대한 변화가 야기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더 깊고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쥔성 연구원은 이어 “양국은 고위급 공식 교류와는 별도로 청년과 싱크탱크, 문화예술계 교류도 가질 것”이라며 “이들은 더 넓은 영역에서 북중간 우호를 한층 증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글로벌타임스의 보도내용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정지융 소장이 한반도의 민감한 상황을 거론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잠재적 위기를 막기 위해 자오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했다고 말한 대목이다.


어쩌면 바로 이 부분이 자오 위원장이 평양으로 날아가 김정은을 만나는 핵심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난 2일 있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의 전화를 통한 정상회담 내용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도발에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바이든은 이날 시진핑에게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압박이다. 중국이 북한을 컨트럴해야지, 만약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김정은이 핵도발을 한다든지 사고를 치게 되면 그 모든 후유증들이 고스란히 중국에게 돌아갈 수 있음을 바이든 대통령이 경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도 CSIS 주최 온라인 대담에서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전화위복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북한의 예상되는 도발을 한미, 한미일, 한·미·일·호주 등의 연합훈련을 계속하거나 가속화하고, 새로운 훈련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토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 석좌는 “북한의 예상되는 도발과 그에 맞선 한미일 연합 훈련 등을 중국이 북한 문제에 더 관여하도록 만드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북한의 도발)를 기회로 삼아 중국이 더 큰 도움이 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도된 바와 같이 중국은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차 석좌는 “만약 중국이 여전히 대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활동(한미일 등의 다자 군사훈련)이 중국과 협력해서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런데 이러한 차 석좌의 견해는 바이든 행정부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사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월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교부장 겸직)과 만난 자리에서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의 각종 무기 시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대북외교 재가동을 위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이 남쪽을 향해 실제적인 도발을 감행한다든지 핵으로 위협하는 사태가 오게 되면 이는 결국 중국에게도 엄청난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임을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계속 도발 강도를 높이면서 남쪽을 향해 위협 발언을 하는 김정은의 행보를 통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 서열 3위인 자오러지가 평양으로 갔다는 것이다.


[압박과 동시에 달래기도 하는 중국]


사실 북한과 러시아가 급격하게 밀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침묵을 지키면서 일종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은 북한·러시아와 3각 축으로 엮이는 걸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칫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켜 주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지역 긴장을 고조시켜 ‘신냉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국제적 안정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국내 경제상황이 취약한 지금 미국과의 관계마저 틀어지게 된다면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북한이 강경 국면으로 전환하지 않도록 다독거리기도 하고 달래기도 할 요량으로 자오러지가 평양을 방문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자오러지는 아마도 북한에 상당한 경제적 지원도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타임스는 “코로나19 사태 후 개발과 경제 회복 문제가 북한 노동당의 핵심 과업”이라면서 “중국과 우호는 북한의 회복을 효과적으로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중국은 이웃국의 안정과 번영이 자국 국익뿐 아니라 지역 평화와 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북한이 도전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자오러지의 방북을 통해 중국의 이러한 목표들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입장에서는 막무가내로 러시아 편에 서서 도발적 강공을 펼치기에는 중국이라는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말로는 위협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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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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