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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신빈곤층 전락한 中 실직 청년들,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 청소년 900만명 집단 우울증, 발칵 뒤집어진 중국 - 희망을 잃은 청년 세대, 결혼도 출산도 포기했다! - 시진핑 체제 뒤흔들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청년 실업률
  • 기사등록 2024-04-02 11: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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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900만명 집단 우울증, 발칵 뒤집어진 중국]


소비 부진, 부동산 침체 등 최악 수준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이 청년 일자리 문제로 사회적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는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대학 졸업생 중 수백만 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중 상당수의 청년들이 집단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월 31일, “직업을 찾지 못한 수많은 중국 청년이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서 “‘집단 우울증’에 빠진 중국 청년 세대가 느끼는 무기력함은 ‘탕핑’(평평하게 누워 있기)이라는 자조적 표현으로 표출될 정도”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후난성 중난대 연구진은 10~19세 중국 청소년 1억5600만 명 중 900만 명 이상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베이징 뇌질환연구소가 발표한 '2022 국가 우울증에 관한 블루북' 보고서는 청소년 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로 학업 압박과 또래 및 가족과의 긴장을 꼽았다.


이렇게 청년 우울증이 심각해진 것은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세가 꺾이고 청년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죽음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갈수록 치솟는 중국의 청년 실업률]


실제로 중국은 청년 실업률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7월, 매달 발표를 해 오던 실업률 집계치 공개를 전면 중단헸겠는가? 그러다가 외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중·고교 및 대학 재학생을 제외한 실제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실업률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변경된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 2월의 실업률은 지난 1월보다 0.7%p 더 늘어난 15.3%였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실업률 발표에 대해 신뢰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사실 1주에 1시간만 일하는 이들까지도 취업자에 포함시켰고, 심지어 부모로부터 용돈 받으며 집안일을 돕는 이들까지도 취업자 부류에 산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7월, 장단단 베이징대 교수 연구팀이 탕핑족과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캥거루족’을 합치면 실제 청년실업률은 46.5%(작년 3월 기준)라는 추계가 정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자 중국 당국은 청년들에게 귀향과 농촌 구직활동을 독려하고 있다”며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실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 사이에 미스매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 청년 실업률이 나아자기는커녕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매년 취업하는 이들보다 대학을 졸업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2022년 대졸자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작년에는 1160만 명의 학생이 취업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고, 올해는 1170만 명이 대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3만9600개의 국가 공무원 자리를 놓고 300만 명이 넘는 학생이 경쟁을 펼칠 정도였다. 일자리 찾기가 어려우니 아예 대학원으로 진학해 일단 경쟁을 피해보려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대학원 입학시험에는 76만 명을 선발하는데 무려 470만 명의 학생이 응시할 정도가 되었다. 결국 약 400만 명의 학생들은 취업도 못하고 동시에 대학원 진학도 못하는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희망을 잃은 청년 세대, 결혼도 출산도 포기했다!]


이렇게 젊은이들의 취업률이 급락하면서 결혼하는 청년들도 줄었고 덩달아 출산율 역시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뜻하는 출산율은 1980년대 후반 2.6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대체율 2.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고, 지난 수십 년간 저출산·노령화로 어려움을 겪어온 일본의 출산율 1.31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치열한 경쟁 탓에 교육비도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에서 아이를 18세까지 키우는 평균 비용은 53만8000위안(약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3배 수준이다. 이러니 아이를 낳을 생각들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중국 가임기 젊은 여성의 10%는 평생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시진핑 체제 뒤흔들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청년 실업률]


문제는 이렇게 장기적으로 자포자기한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중국몽’을 꿈꾸는 시진핑 체제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16~35세 청년 인구는 약 3억6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 일부 학자는 이들을 두고 ‘신빈곤층’이라고 칭하며 사회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2022년 말 전국적인 코로나19 봉쇄 항의 시위를 주도한 것도 젊은 층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례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 하야 구호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독립연구가인 첸다오인은 SCMP에 “어느 시점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당에서 소외된 대중과 엘리트들로부터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수많은 청년들은 대졸자가 하지 않던 일에 뛰어들거나, 결국 취업을 포기하고 신빈곤층으로 전락해 정부를 비난하는 불만 세력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부족한 일자리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청년들이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려는 희망을 잃었다”면서 “이들이 사회 저항세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의 시대착오적 新하방운동]


이렇게 청년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시진핑 주석마저도 직접 나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방안이 너무 쌩뚱맞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부터 부쩍 “대졸자도 농촌으로 내려가 경력을 쌓아야 한다” “청년들이 농촌 재생 최전선에 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청년들의 농촌행을 독려하고 있다. 이른바 ‘신(新)하방(下放·도시 청년을 농촌으로 내려보내는 정치 캠페인)’ 운동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광둥성은 2025년까지 대졸자 30만 명을 농촌으로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다른 지방정부는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을 농촌으로 보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이 심지어 아이돌 가수와 배우까지 동원된 ‘농사를 짓자’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띄우고 있다.


물론 중국 공산당이 신하방을 추진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 첫째는 식량자급률 증대가 절실한 중국에 농촌 현대화는 큰 과제 중 하나인데, 현실은 중국 농촌의 고령화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로 농촌을 채워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이를 통해 농촌의 스마트화, 품종 개량, 식량 생산량 증대 등의 과제를 수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진짜 숨은 이유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농촌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함이다. 시진핑 주석도 이러한 속셈을 숨기지 않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면서 청년들의 농촌행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이러한 발언은 지금의 중국 MZ세대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진핑의 그러한 발언은 시진핑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청년 실업 위기, 진짜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청년 실업률의 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이고,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 그렇다. 여기에 경기 전망 또한 비관적이어서 기업들이 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보니 실업률 개선 전망은 극히 비관적이다.


바로 이 점을 중국 공산당은 두려워한다. 사실 중국의 부흥기에 자라난 청년층은 서구가 쇠퇴하고 중국은 강하다는 식의 교육을 받아왔는데, 열심히 공부한 뒤 정작 취업할 때가 되어 육체 노동직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은 공산당 정권에 대해 실망감을 갖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WSJ은 “이들 청년층이 취업 과정에서 겪는 좌절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내세우는 중국몽 등 비전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부모들에게 생활비를 의지할 수 있는 만큼 분노보다는 무관심한 분위기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사회 변두리에 머물며 중국 공산당 통치에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에서의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하게 경제 통계상 이슈로만 거론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정권의 안위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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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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