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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선택의 기로에 선 중국, 진퇴양난의 시진핑 - 외국인 투자 급감에 당황한 中, ‘안심 투자’ 적극 홍보 - EU상의, “中사업, 더 어렵고 불확실, 우려 기하급수적 증가” - 갈림길에 선 중국,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
  • 기사등록 2024-03-27 06: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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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급감에 당황한 中, ‘안심 투자’ 적극 홍보]


외국인 투자 급감에 탈중국 행렬이 거세지자 이를 막기 위한 중국 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 있던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 글로벌 CEO들을 설득할 채비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문제는 시진핑이 원하는 길과 글로벌 CEO들이 바라는 사항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진행된 ‘중국발전포럼’이 사실상 마무리 되었지만 주요 글로벌 CEO들과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 일정이 새로 잡히면서 체류 일정을 연장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 30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바 있는데, 이러한 경향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그동안 탈중국의 이유가 되었던 여러 조건들을 다시 완화하면서 외국기업들의 불만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중국발전포럼’에서 글로벌 경영자들에게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했다. 궈팅팅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더 많은 외국기업이 중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입찰 등에서 외국인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전면적으로 보장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궈팅팅 부부장의 이러한 약속은 사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규정한대로 내국민 대우란 외국인을 자국민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입찰, 계약 등에서 외국인에게 불리한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대우를 해 주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가 멀다.


이는 역으로 중국이 외국 기업에 대해 역차별을 해 왔다고 시인하는 셈이어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특히 궈 부부장은 어떤 방식으로 이 조치를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말마저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도 같은 포럼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확대하고,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포괄적인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 경제 둔화와 반간첩법 시행, 미중 공급망 갈등 등과 맞물려 나타나는 외국 자본 이탈을 방지하고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해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첨단 산업 발전 중심의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마디로 그만큼 중국 당국이 안절부절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국 투자를 간청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U상의, “中사업, 더 어렵고 불확실, 우려 기하급수적 증가”]


중국 당국이 글로벌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몸이 달아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의 대 중국 보고서가 외국인 직접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경제 관련 부정적 보고서가 나올 수 없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외국의 보고서까지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분명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 주재 유럽연합 상공회의소(EU 상의)가 장문의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성과 엄격한 규제로 인해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위험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중국에서 사업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EU상의의 보고서는 이어 “중국 시장이 예측하기 어렵고 신뢰성이 낮으며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그 이유 중 하나는 사업 환경이 더욱 정치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WP는 “EU 상의의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더 정치화하고 기업이 중국 시장과 어떻게 계속 관계를 맺을지, 혹은 계속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에 나왔다”면서 “중국 지도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WP는 이어 “EU 상의와 컨설팅업체 차이나 매크로 그룹이 작성한 이 보고서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유럽 및 미국 기업이 제기하는 우려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줄곧 외국 기업과 투자에 대한 개방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최근들어 행해지는 외국 기업 단속, 국가기밀과 관련한 불명확한 법들, 강화된 데이터 처리 규정 등의 조치들을 보면 개방 의지와는 완전히 딴판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이러한 조치들은 사실상 중국 내 많은 외국 기업인에게 불안감을 불러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투자처로서 중국의 매력 역시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023년 조사에서 중국을 3대 투자 목적지로 꼽은 회원사 비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응답기업 11%는 2022년에 이미 중국 밖으로 투자처를 옮겼고, 10%는 아시아 본사를 중국 밖으로 이전했거나 이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회원사 4분의 3은 지난 2년 동안 기존 중국 공급망을 재평가했으며 12%는 공급망 일부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EU 상의의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보고서 발표 전 브리핑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기업이 직면해야 하는 위험의 빈도는 물론 심각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의 숀 스타인 회장도 “중국이 일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전을 이뤘지만, 다른 문제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며 “특히 국가 안보의 정의 등과 관련해 예측 가능성과 확실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림길에 선 중국,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그야말로 중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지난 25일, 중국 고위 관리와 글로벌 기업 임원들이 모인 회의에서 “중국이 부동산 시장 위기의 해결을 가속화하고 국내 소비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 정책을 대대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중국은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정책에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고품질 성장 시대를 위해 스스로를 재창조할 것인지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발전포럼’에서 장밋빛 비전을 제시한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시말해 중국 당국이 여러 달콤한 사탕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러한 모든 정책들이 현실과는 벗어나 있으며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적 내용들에 대해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직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사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 당국을 고려해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발언의 속내를 보면 시진핑 주석은 지금 두 갈래의 중요한 선택지에 당도해 있는데, 그 하나는 덩샤오핑 이래 중국의 발전을 이끌어 왔던 개혁개방 정책의 길, 다시 말해 공산당이 아닌 민간기업이 주축이 되어 경제를 이끌고 더 많은 시민들에게 경제 발전의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 시진핑 주석이 언급하고 있는 고품질 경영의 길, 글로벌 경제에 문호를 여는 것이 아닌 중국만의 자립경제에 기반한 폐쇄적 경제를 지향할 것인지 이 두 갈래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한 것이다.


사실 시진핑 주석이 ‘고품질 경제 체제’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중국 경제의 미래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14억이라는 중국 인민의 소비를 진작시켜 중국에서 생산하는 고품질 제품으로 넉넉히 중국경제가 영위될 수 있다는 사실상의 환상에 가까운 정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어차피 서방세계와의 디커플링은 막을 수 없는 순리라고 보고 아무리 중국을 분리시킨다 할지라도 중국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겠다는 시진핑의 확고한 신념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중국이 글로벌 세계로부터 디커플링 당하더라도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 오로지 시진핑만을 최고 지도자로 옹위하는 세상을 지속시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고품질의 중국 경제’라는 애매모호한 단어에 함축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말한 ‘선택의 기로’는 바로 중국이 글로벌 경제체제에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경제 체제와는 분리되는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해야만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것이고 이 선택을 이젠 더 미룰 수 없는 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진핑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또 우물쭈물하면서 뭉갤 것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속내는 이미 중국 독자노선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그 길로 갔을 때 어떤 일이 중국 앞에 닥쳐올지 너무나도 깜깜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지금 이런 지경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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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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