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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핵전쟁 엄포놓던 푸틴, 하루만에 말 바꾼 이유? - 핵위협 한 적 없다고 우긴 푸틴, “미국의 고의 왜곡” - 러시아내 핵전쟁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푸틴에게는 압박요인 - 푸틴의 돌변 배경, 중국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다
  • 기사등록 2024-03-17 05: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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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위협 한 적 없다고 우긴 푸틴, “미국의 고의 왜곡”]


대통령선거를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는 군사기술적 면에서 항상 핵전쟁에 준비돼 있다”며 “국가의 존립과 관계되거나 우리의 주권과 독립이 훼손되거나 할 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핵전쟁을 위협했지만,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 자신은 핵전쟁 위협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핵전쟁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냈던 푸틴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면서 “이는 이번 주말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본인이 러시아 평화를 지키는 수호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푸틴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 '로시야 1',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군사기술적 면에서 항상 핵전쟁에 준비돼 있다”면서 “국가의 존립과 관계되거나 우리의 주권과 독립이 훼손되거나 할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러시아의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이 미국 등 다른 핵보유국의 그것보다 더 현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푸틴이 말한 3대 핵전력은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을 통칭한다.


이러한 푸틴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전쟁에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푸틴의 수사와 군사적 행동은 지역 분쟁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한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서방의 개입을 억제하기 위해 핵 능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러시아의 핵무기 관련 언사는 이 분쟁 내내 무모하고 무책임했다”고 논평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미국의 비판이 나온 후 푸틴은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 핵전쟁 발언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우선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패스코프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국가의 존립과 관계되거나 우리의 주권과 독립이 훼손되거나 할 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핵무기를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되는 이유를 말한 것으로, 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문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면서 “이는 분명히 핵 위협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는 고의로 문맥을 왜곡하고 푸틴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특히 지난 2년간 이런 것을 목도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푸틴도 직접 러시아 국영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더 직접 개입하면 ‘문명의 파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면서 전날 했던 발언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푸틴은 이어 “러시아가 ‘주권과 독립’이 위협받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미국이 그러한 갈등을 피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날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태도로 돌변한 것이다.


이러한 푸틴의 메시지에 대해 유명한 친크렘린 성향 블로거는 이렇게 요약했다.


“핵전쟁은 없을 것이다.”


[푸틴은 핵전쟁 발언에 대해 왜 태도를 바꿨을까?]


푸틴이 핵전쟁과 관련된 강력한 어조를 매우 부드럽게 완화한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NYT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의 비판자들은 푸틴이 그동안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왔던 ‘러시아의 안정’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면서 “특히 러시아인들은 그동안 수시로 밝혀왔던 푸틴과 고위 추종자들의 핵전쟁 발언으로 매우 불안해 하고 있는데, 푸틴은 바로 이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월 한 독립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새로운 세계 대전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한다”고 답했다.


사실 러시아인들이 이렇게 핵전쟁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푸틴은 서방과의 협상에서 러시아의 막대한 핵무기 위협을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반복해서 언급해 왔으며, 지난 2월 29일 연두교서에서도 나토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많은 푸틴 측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 아이디어를 제기했으며,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자 전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성공적으로 축출할 경우 핵 공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러시아인들이 핵전쟁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14일(현지시간)의 두 번째 인터뷰에서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발언을 의도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푸틴은 이날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적인 전쟁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미국보다 러시아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푸틴은 더불어 지난 2022년 가을,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후퇴를 하면서 핵무기 사용 논의를 했던 과정이 미국에 의해 도청되어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도 푸틴은 러시아가 당시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의한 핵전쟁 가능성을 철저하게 부인한 것이다.


[푸틴의 돌변 배경, 중국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다!]


그런데 푸틴이 이렇게 핵전쟁과 관련해 돌연 태도를 유화적으로 바꾼 배경에는 중국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4일(현지시간) “푸틴의 핵전쟁 발언이 나온 직후 중국이 즉각 ‘강대국들은 공동으로 긴장완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푸틴의 핵전쟁 발언에 대해 러시아 최대 우방인 중국이 러시아가 2년 전 만든 핵전쟁 방지 공동성명을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핵전쟁과 관련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나는 관련된 러시아의 언급은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내가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2022년 1월 러시아 지도자는 '핵전쟁 및 군비경쟁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핵전쟁에선 승자가 있을 수 없고, 핵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왕 대변인은 “중국도 러시아가 이 원칙을 반복적으로 거듭 천명하는 것에 주목해왔다”면서 “우리는 모든 핵보유국이 공동 안보 이념을 견지하면서 글로벌 전략적 균형과 안정을 수호하고, 현재의 형세에서 각 당사자가 실제 행동을 취해 함께 국면의 완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왕 대변인이 거론한 '핵전쟁 및 군비경쟁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위기로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2022년 1월 발표한 문건이다. 당시 러시아 외무부는 5개국 공동성명이 러시아의 적극적 제안으로 준비·채택됐다고 밝힌 바 있다.


눈여겨볼 것은 푸틴의 2차 기자회견을 통한 핵전쟁 발언은 중국이 핵전쟁 불가 방침을 강력하게 표방한 이후 나왔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핵전쟁과 관련된 중국의 압박이 푸틴에게 핵전쟁 관련 태도를 급변하게 만든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3월에도 러시아 국빈 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 금지 등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시 주석이 이 같은 입장을 푸틴 대통령의 면전에서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종일관 중국은 러시아의 핵전쟁과 관련된 발언이나 태도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번에도 푸틴은 서방세계의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에 대해 위협을 하기 위해 핵전쟁을 말했지만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꼬리를 내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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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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