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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최악의 위기상황에 내몰린 ‘유럽의 화약고’ 몰도바 - 몰도바내 친러 지역 “러시아 도와달라” - 트란스니스트리아 결의 애써 무시하는 몰도바 - 러, 우크라 전쟁 목표대로 움직일 가능성
  • 기사등록 2024-03-03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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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내 친러 지역 “러시아 도와달라”]


우크라이나의 남서쪽과 국경을 마주하면서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던 몰도바가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몰도바 내 친(親) 러시아 성향의 분리독립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몰도바 정부의 경제 탄압을 주장하며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쟁광’ 푸틴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서 유럽이 대혼란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네스트로비예)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특별 회의를 열고 러시아 의회에 도움을 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수입관세를 이용한 '경제 전쟁'을 일으켰다면서 러시아 의회에 보호를 요청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특별 회의에는 바딤 크라스노셀스키 트란스니스트리아 수장과 이 지역 의원, 관리들 수백명이 모두 참여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이 정도 규모의 특별 회의가 열린 것은 역대 7번째로, 매우 드문 일이라고 AFP는 전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06년 특별 회의에서는 트란스니스트리아와 러시아의 통합에 대한 국민 투표 시행이 결정됐다. 당시 투표 결과, 97%가 러시아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러시아 시민 22만명 이상이 영구 거주하고 러시아가 이 지역 드네스트르강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한 적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러시아에 보호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국제법상 몰도바에 속해 있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몰도바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미승인 국가로 우크라이나의 남서쪽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러시아가 호시탐탐 영토 복속을 노리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들어 나토 국가와 각을 세우고 또한 핵전쟁 가능성까지 내놓으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하자, 우크라이나에 이어 또다른 화약고가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몰도바 동부 지역에 자리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2년부터 친러 성향의 분리주의 당국이 통제하며, 사실상 분리 독립 상태다. 국제법상 미승인 국가로, 몰도바 내 영토로 간주된다. 러시아군 1500명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주둔 중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 결의 애써 무시하는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 측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정부 대변인 다니엘 보다는 “트라스폴의 선전 선언을 거부하며,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으로 평화·안보·경제 통합 정책의 혜택을 받고 있다”면서 “그들의 주장은 히스테리를 조장하려는 시도이자 선전활동일 뿐이며 외국 기자들의 관심을 받거나 뉴스 제목을 장식할 가치가 없는 함정”이라고 말하며 일축했다.


실제로 몰도바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EU 가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EU는 지난 2022년 6월 몰도바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고, 몰도바는 EU가입 사전 조치로 지난 1월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기업에 대한 관세 감면을 폐지하고, 몰도바의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부과금을 지불하게 했다. 바로 이러한 조치가 트란스니스트리아 측의 반발을 사면서 급기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태로 발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발틱 국방대학의 드미트루 민자라리 안보학 교수는 “그간 몰도바 정부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관세를 감면해 실질적으로 트라스폴 분리주의 정권에 자금을 지원해준 셈”이라며 “EU 가입을 추진하면서, 더 이상 트란스니스트리아 정권을 용인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동남부유럽 정상회의’ 참석 차 알바니아를 방문 중인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몰도바는 트란스니스트리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면서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국가 경제 재통합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란스니스트리아 측의 반발과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은 그 밑바닥에 몰도바가 EU에 가입하는 것을 훼방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러시아가 몰도바의 EU 가입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전에 러시아와 협의한 후 이러한 정치적 제스처를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


몰도바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 러시아 성향을 보이게 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경우 그 다음 목표가 바로 몰도바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에도 몰도바에서는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음모가 발각되었는데, 이는 러시아가 몰도바에 일부로 혼란을 조성한 후 해당 지역의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해 점령할 계획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몰도바에서 일어난 혼란 조성의 형태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나 남쪽의 크림반도 점령때와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많은 의심을 받았었다.


[러, 우크라 전쟁 목표대로 움직일 가능성]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의 태도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지원 요청을 받은 러시아 외무부는 즉각 “이 지역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면서 “모든 요청은 담당 부서에서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답했다. 직접적으로 개입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자라리 교수도 “이번 분쟁은 러시아 당국에겐 기회”라면서 “곤경에 처한 바다에서 낚시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군 고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을 장악해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몰도바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잇는다는 전쟁목표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상은 지난 2022년 4월, 당시 러시아 중부 군사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미네카에프가 “특수군사작전의 목표 중 하나는 러시아가 동포들과 재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거쳐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육로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에 몰도바는 같은해 3월 EU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해 6월에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하는 등 러시아와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던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몰도바의 동쪽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진입하려면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방향으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해 점령해야만 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 새로운 작전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세계의 지원이 약해진 지금이 러시아가 남부전선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해 새롭게 전장을 열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 주시하는 미국, 우크라전 확대 우려]


트란스니스트리아와 러시아의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이러한 행동에 대해 미국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크렘린은 몰도바의 EU 가입을 방해하기 위한 대리인으로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이용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몰도바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확실히 지지한다”면서 “러시아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최근 푸틴이 핵전쟁 가능성을 너무 쉽게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을 새롭게 개척하면서 서방의 무기 지원에 대해 또다시 핵무기로 위협하는 수순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푸틴의 행보가 주목된다.


[몰도바가 중요한 이유]


그런데 러시아가 이렇게 몰도바를 호시탐탐 노리는데는 그만큼 몰도바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기 떄문이다. 러시아가 만약 몰도바를 손에 넣게 된다면 우크라이나는 그야말로 동서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몰도바가 러시아 영토가 된다면 사실상 흑해의 북쪽 방면을 완전하게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러시아에게는 전략상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러시아 주도의 군사안보 협력체 국가들의 변심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몰도바는 사실 지난 2020년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친서방 노선으로 완벽하게 돌아섰다.


실제로 1991년 소련 붕괴로 독립한 국가인 몰도바는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권 국가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CIS)에서 탈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러시아와의 인연을 모두 끊고 이젠 EU와 손을 잡겠다는 것인데, 이를 러시아가 방관만하고 있으면 친 러시아 국가들이 줄줄이 러시아와 등을 돌리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눈여겨 볼 것은 옛소련 국가인 아르메니아도 최근 러시아 주도의 군사·안보 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상주 대표를 두지 않고 고위급 행사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친러 연맹의 균열 조짐으로도 해석된다. 이렇게 러시아로부터 벗어나려는 과거의 친 러시아 국가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이번 사태에도 적극 개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화약고’로 불려졌던 몰도바를 향한 푸틴의 전략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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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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