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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호주 전직 의원이 간첩 활동, 발칵 뒤집힌 호주 - 기밀정보 탈취 시도, 中 조직적 침투 가능성 - 들끓는 호주 여론, “적과 내통한 정치인 실체 밝히라” - 긴급히 호주 방문하는 中 왕이. “민감 현안 논의”
  • 기사등록 2024-03-01 1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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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정보 탈취 시도, 中 조직적 침투 가능성]


호주에서 전직 의원이 외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총리 가족 포함, 유명 인사의 기밀 정보를 빼내려 했다는 폭로가 나와 호주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여기서 말한 외국 정보기관이 중국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디오스트렐리안(The Australian)은 2월 29일, 마이크 버지스 호주안보정보원(ASIO) 원장이 전날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연례 위협 평가 보고 연설에서 “외국 첩보 조직이 호주를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한 전직 의원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버지스 원장은 스파이 행위와 외국의 간섭 행위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 정치인이 총리 가족을 포섭하고 첩자에게 소개하려 시도했지만, ASIO에 발각돼 차단됐다”며 “그는 외국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정당, 전직 동료들을 팔아 넘겼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정치인의 구체적인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버지스 원장이 지목한 해당 정치인은 자신이 속한 정당의 파벌 역학 관계, 최근 선거 분석, 유망주들의 이름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스 원장은 이어 해당 정치인을 기소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 당시에 일명 '내정 간섭 금지법'이 통과되기 전에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정 간섭 금지법'은 지난 2017년 노동당 소속 상원 의원이 중국 공산당과 관련 있는 중국인 사업가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막기 위해 해외 로비스트들이 내정에 간섭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법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버지스 원장은 “외국 첩자들이 컨설턴트, 헤드헌터, 지방 정부 공무원, 학자, 연구원 등으로 위장하고 있으며 학생과 학자, 정치인, 사업가, 사법기관, 공무원 등을 표적으로 삼아 정보 제공 대가로 수천달러를 지불하고 내부 자료를 제공하면 추가로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버지스 원장은 이어 “호주에 대한 외국의 간섭 위협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위협은 현실이며 지금도 존재한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고 광범위하다”고 경고했다.


[들끓는 호주 여론, “적과 내통한 정치인 실체 밝히라”]


버지스 원장의 폭로 발언이 나오면서 호주 사회는 해당 정치인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면서 들끓고 있다. 특히 호주의 야당에서는 누가 첩자였는지 당장 공개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야당인 자유당의 피터 더튼 대표는 “전직 정치인이 노동당 소속이고 외국 첩보 조직은 중국 조직이라는 데 내 돈을 걸겠다”며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면 다른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리처드 말스 국방부 장관은 “전직 정치인에 대한 추측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ASIO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맬컴 턴불 전 총리의 아들인 알렉스 턴불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버지스 원장이 말한 총리의 가족이 자신인 것 같다며 당시 그는 이런 접근에 아무런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고 이를 즉시 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자유당 소속의 맬컴 턴불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9대 호주 총리를 지냈다.


[긴급히 호주 방문하는 中 왕이. “민감 현안 논의”]


호주내에서 중국으로부터 사주를 받은 스파이가 암약했다는 발표로 호주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3월 말 호주를 방문,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왕 위원의 호주 방문이 3월 초 개막하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 뒤 이틀 일정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호주 외교부는 “외국 정부 고위 관료들의 방문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될 것”이란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고, 호주 총리실과 내각은 언급을 거부했다.


그런데 왕이 부장의 호주 방문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태도가 상당히 미심쩍어 보인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현재 당신(기자)이 언급한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 내가 발표할 수 있는 소식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SCMP는 “왕 위원이 호주에서 논의할 민감한 현안으로 새로운 과학기술협정 체결 문제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현안,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 박사 문제 등이 있다”고 했지만, 이번에 불거진 중국 스파이 사건도 중요한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방치하다간 자칫 양국간 신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적인 양국간 외교를 위해 오는 6~7월경 리창 총리가 호주를 방문하기로 이미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왕이 위원이 긴급히 호주 방문 일정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양국간 긴박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원인이 바로 이번에 터진 스파이 사건을 적절하게 무마하기 위함이 아닌가 판단된다.


[중국, 美동맹 파괴하려 호주 정치·경제인 지속적 포섭]


사실 호주를 향한 중국의 스파이 작전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중국은 끊임없이 호주를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호주 정치인들을 포섭하고, 동시에 호주를 미국 동맹에 있어서 약한 고리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스파이들을 진출시켜왔다.


이에 대해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찰스스터드대 교수는 “중국의 목표는 경제를 무기로 호주를 자국 영향력 내로 흡수하고 미국·호주 동맹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은 유력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학자, 언론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중국 여행이나 고급 와인 같은 향응(饗應)을 제공해 포섭한 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같은 현안에 대해 친중 여론 확산을 유도하는 공작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중국의 포섭 대상도 워낙 광범위하다. 이에 대해 보안정보국(ASIO) 수장은 “호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스파이 행위와 영향력 공작에 노출돼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해밀턴 교수는 또한 경제적 강압‘과 관련해 “광산업 등 중국에 막대한 경제적 이해가 걸려 있는 기업을 통해 정부가 중국에 양보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일부 기업인은 자신이 소유한 언론을 통해 중국 편향적인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해밀턴 교수는 이어 “중국 공산당은 담론장을 지배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2월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호주 병사가 아프가니스탄 소년을 흉기로 공격하는 듯한 합성 사진을 올렸다가 호주 국민이 격분하는 일도 있었다.


해밀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외교적으로 깡패짓을 했지만, 국민들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며 정부와 함께했기 때문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중국은 호주의 선거에 대대적으로 개입해 친중 정당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신문은 지난 2022년 2월 16일 “호주 선거 개입하다 딱 걸린 중국”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1296회)을 통해 “집권 연립여당의 스콧 모리슨 총리가 야당인 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을 겨냥해 대단한 싸움을 시작했다”면서 “야당인 노동당은 중국 친화적 정당으로 강력한 중국과 맞서 싸우기는 역부족이라고 혹평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모리슨 총리가 그렇게 격하게 반응을 한 것은 5월의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중국이 다양한 수단으로 호주 총선에 개입하면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펼쳐왔던 집권연립여당 후보 대신 중국 친화적인 노동당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들을 펼쳐왔다고 봤기 떄문이다.


당시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커쇼 경찰청장은 “호주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외세 개입과 스파이 활동이 급증 추세에 있다”면서 “중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권위주의 국가'에 반대하는 호주인들을 감시, 공격하려는 시도가 외세 개입의 주요 유형으로 제시됐다”고 전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공작이 완전히 성공했다는 점이다.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했고 그후 외교의 방향도 완전히 친중적으로 변화가 되었다.


[호주의 친중화, 전쟁없이 오커스 무력화가 최대 목적]


사실 ‘호주 노동당’은 중국이 수십 년간 공들인 친중화(親中化) 공작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5월 출범한 노동당 정부를 이끄는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N. Albanese) 총리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호주 정계의 대표적 친중 인사다. 이민자가 많은 호주에는 무려 100만 명의 중국계 시민이 거주하는데, 당시 총선에서 중국계 시민의 75%가 노동당에 몰표를 던진 것이 정권 교체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노동당 내의 전 총리인 줄리아 길라드(Julia E. Gillard)나 케빈 러드(Kevin M. Rudd) 모두 강성 친중 인사로 꼽힌다. 특히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는 망언을 할 정도로 노골적 친중파로 꼽힌다.


또한 노동당의 케빈 러드 전 총리도 학부 전공이 중국어로 통역사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역대 호주 총리 중에 중국 정상과 가장 많이 만나 애정 공세를 편 대표적인 친중 인사다.


물론 현재 총리인 앨버니지는 호주 국민의 높은 반중정서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반중정책을 펼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노동당 내의 강력한 친중 파벌이 지금의 호주 외교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앨버니지 총리는 전임 정권의 반중적 정책들을 슬금슬금 폐기하면서 친중적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과 영국, 호주 3국이 중국을 겨냥해 결성한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 파트너십의 무력화다.


실제로 중국이 그토록 바라는 오커스의 무력화는 이뤄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아무런 문제없이 오커스 협약사항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앨버니지의 노동당 정부가 교묘하게 오커스 동맹의 핵심사항인 핵잠수함의 전력화 시기를 고의적으로 크게 늦췄다. 이는 중국에게는 희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심지어 호주의 국방장관은 지난해 3월 2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의 공격원자력잠수함을 획득하는 대가로 대만 유사시 등 중국과의 분쟁에서 미국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면서 호주가 만에 하나 핵잠수함을 도입하게 되더라도 중국을 겨냥해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호주 포섭이 완전히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다시금 호주에서 초대형 스파이 사건이 터졌으니 이 문제가 다시 호주내에서 쟁점화된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왕이 위원이 호주를 방문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정말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한국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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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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