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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09 14: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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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가 학생 선택 자율성 가져야. 중등 교육 바뀌어야 대학 교육도 바뀔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 아닌 우리의 미래 국보 1호. 부모와 교사, 사회의 공동작업 필요
–전교조 교육의 역설이 교육 현장에서 작용. 자율이 아닌 방종이 학생들의 꿈을 포기시켜




“지난 7년 동안 탈북 동포들을 돌보고 양육하는 일해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보수 세력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절감하게 된다. 분열이 극대화되고, 이를테면 악에 받친 상태이다. 보수 세력이 6~7개로 나뉘어 마치 무지개 같은 스펙트럼을 연상시킨다. 특히 박근혜 탄핵이 결정타가 되어 좌절감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진영 내의 화합과 단결은 기대하기 어렵고, 서로 죽이기가 횡행한다. 나도 지난 한 달 동안 서울시교육감 보수후보 결정 과정에서 많은 내상을 입었다. 경쟁 후보의 허위 모함에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분노, 이런 게 교차하는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단일후보로 나선 박선영 후보는 교육감 후보라기보다 대한민국 보수 재건이라는 명제를 짊어진 전사 같은 느낌이었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체구에 섬세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낮은 목소리에 열정과 확신이 느껴졌다.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이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지만, 그 분들이 사실상 실패한 대통령으로 결론이 나버린 셈이다. 거기에 비해 좌파는 30년 동안 정치적 경험을 쌓으며 세련된 정치심리학 역량을 갖게 됐다. 이를테면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를 감추고 포장하는 기술이 극도로 발달했다. 이른바 ‘이미지 정치’가 그것이다. 적어도 대중들로부터 박수 얻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는 그들이 진보라고 자부할 만하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박선영 후보에게서 교육철학이나 교육제도의 미래에 대한 얘기보다는 역사 교과서 등 인화성이 높은 주제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선영 후보는 “역사 교과서 문제나 말하려고 출마한 것은 전혀 아니다”며 한국 교육의 현실과 미래의 지향점에 대한 얘기에 집중했다.


-교육감 후보로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가 무엇이고 향후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교육이 변하려면 먼저 중고등학교의 학생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대학의 변화도 불가능하다. 현재 대학은 자체 역량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교육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심하게 말하자면 ‘정부의 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교육부의 지휘 감독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중고등학교가 변화해야 대학에 파급효과가 생긴다. 30년 전 패러다임과 달라진 것이다. 1965년에는 이른바 무즙파동이 생길 정도로 중학교 입시가 과열되면서 평준화가 시작됐고, 이후 지역별 학군으로 묶는 등 규제형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지역별 학군이라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지하철 등 교통수단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100% 자율화와 개방화의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1960년대에는 한 반에 70~80명씩 몰아넣고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실이 남아돌아 서울의 경우 시설용량이 학생 수의 2~2.5배에 이른다. 학생들이 학교를 고르는 걸 막을 이유가 없어졌다. 학생들마다 학교를 선택하는 기준은 모두 다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전교조가 강하지 않은 학교에 대한 요구도 많고, 명문대 입학률도 따질 것이다. 학생에 따라서는 학교재단의 종교적 색깔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요구에 자율과 개방을 허락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가 입시 제도의 문제이다. 어떤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교육청이 규정하는 학교별 학생 정원이라는 기준은 이미 무의미하다. 학급이 줄어들고 학교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그런 정원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학교별로 학생 선발권을 인정하고 허용해야 한다. 당연히 학생 선발 방식도 학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학생 개인의 학업계획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밖에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블라인드 면접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 자신들이 가르칠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다.


다만, 전체 정원의 10% 정도는 우선 배려 학생에게 배정해야 한다고 본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학교폭력 피해자, 다문화 가정, 외국인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정도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학교의 운영 방식이나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지 않는가? 학교의 위상이나 성격도 변화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서초동 소재 서울고는 처음 강북에서 이전해가던 당시에 비해 학생 수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정원 못채우는 학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학생들의 인기를 끌지 못한 결과이다. 이런 학교들에 대해서는 3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뒀다가 폐교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시설은 융복합 고등학교로 변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주의 대안학교인 지혜학교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인문학과 철학 교육을 시켰는데 수학 점수가 올랐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졸업생이 100여 명도 안 되는데, 서울대에 3명이 진학했다고 들었다. 대안학교의 경우 학력 측면에서 포기한 경우가 많은데 이 학교의 사례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철학적 바탕이 극히 빈약한, 부박(浮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사회이다. 교육을 통해서 이를 바꿔가야 한다. 인문과 IT, 예술이 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과거의 상고나 공고 이런 식의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이나 미디어 등의 특화된 영역도 포함할 수 있다.


결국 다양화와 자유, 자율이 미래의 학교, 미래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예산 등 그런 변화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일 것 같다.


혁신학교에 들어가는 예산을 없애고, 이렇게 쓸데없이 새나가는 비용을 아껴야 한다. 그리고 급식 등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 학교 급식은 영양사와 식료품 구입 담당, 조리사 등을 각각 따로 두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다. 그러면서도 음식의 수준이 낮아 남는 음식이 많다. 가정의 식생활 수준은 높아지는데, 학교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공동구매, 공동조리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급식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구청과 협의하여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다른 구와의 공동협력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음식의 품질과 위생상태 등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급식에서만 서울에서 연간 1천억 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해진다.


교육 예산도 늘어야 한다. 선진국은 교육예산이 전체 국가예산의 30%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15% 정도에 불과하다. 교육비가 결국 양육비라고 할 수 있고, 이게 늘어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 워킹맘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초등학교 학급 당 학생 수가 대개 70~80명이었다. 당시에는 집집마다 형제들이 많아 비교적 쉽게 사회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요새 아이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이뤄지는 사회화의 기회가 없다. 그래서 교사가 감독하기가 훨씬 어렵다. 교사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보조교사를 붙여줘야 할 판이다.


-구체적인 원칙이나 방법론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미래, 국보 1호이다. 이렇게 소중한 존재를 잘 키워내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 사회의 공동 작업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교육에 참여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0교시를 없앤 것은 그만한 배경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엄마들만 힘들어졌다.


내가 교육감에 당선되면 굿모닝교실을 운영할 생각이다. 학교가 아이들 아침밥을 해결하고 케어해주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니 뭐니 하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시간과 공간을 활용해서 아이들이 교과 외에 하고싶은 것, 춤과 노래 기타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이다. 특히 비폭력 대화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우리 학생들은 지금 토론은커녕 정상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화가 되지 못하니까 폭력에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한 말하기 교실도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심리학자, 대화법 전문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교육 기부라는 형태로 이분들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방과 후에는 ‘드림교실’이라는 애프터스쿨을 운영하려고 한다. 드림 교실은 dream과 give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드림교실은 교과목 50%, 몸을 쓰는 활동 50%으로 구성하게 된다. 학력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내가 제안하는 드림교실은 학생들의 축구, 농구, 수영 등 체육 활동을 지역에서 공동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동네마다 공공 수영장이 있어서 학교가 이들과 계약을 맺고 학생들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도 이런 방식의 원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초등학교에도 기숙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이혼 등 가정 해체가 심각해지고 그 결과 편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이들이 가장 큰 희생자들이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이 아이들을 위해 없어지는 학교들, 폐교를 활용한 도심 속 기숙학교가 가능할 것이다. 즉, 일종의 융복합 기숙학교 형태이다.


나아가, 학교에서 떨어져나간 아이들, 제도교육의 밖으로 나간 아이들을 위한 새빛학교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안전 차원에서도 학교밖 아이들을 어떻게든 교육의 틀 안으로 데려와야 한다.


이런 방안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재동초등학교의 경우 올해 1학년 신입생이 28명이다. 당연히 폐교하는 게 맞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나서서 정책방향 전환의 물꼬를 터줘야 하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의 역할을 두고 보수 진영은 분노에 찬 반응을 보이곤 한다. 전교조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서울시 학생들의 학력이 전국 꼴찌이다. 고교를 졸업한 아이들 가운데 구구단조차 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초학력 미달자의 기준이 20점 미만이다. 4지선다형 문제에서 1번부터 4번까지 어느 하나만 골라 찍어도 25점은 나온다. 그런데 20점도 안되는 학생들이 전체의 16% 정도이다. 특히 혁신학교에서 이런 학생들이 많다.


사법연수원에서 연수생들을 교육한 적이 있었는데, 연수생들의 논리력이나 사고력, 사회성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추락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외적인 스펙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정말 중요한 핵심이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버이날이 되어도 조부모를 찾는 아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봉사 점수를 얻기 위해 양로원이나 장애인 복지관 등은 찾아가 봉사 활동을 한다. 유치원부터 대학입시를 목표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실이 낳은 부산물이다.


전교조 교육의 역설이 교육 현장에서 작용하고 있다. 자율이 아닌 방종이 학생들의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폭력 문제도 많이 발생한다.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세 명이 나란히 임신한 사건도 발생한 적이 있다. 이 문제도 사실상 남자아이들이 맘껏 뛰어놀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육체적 활동을 해야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데, 그런 활동이 없으니 성적인 욕구만 커진다고 본다.


현정부는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변별력이 생길 수 없다. 결국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내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은 학부모의 돈과 정보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실제로는 수능이 아닌 다른 요소들이 입시의 결과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12번의 시험을 치르는데, 단 한번만 실수해도 그 학생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수능에서 상대평가를 허용해야 패자부활전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이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전교조가 수능 절대평가를 조장해 변별력을 없애고 있다. 통일교육, 평화교육이라고 그럴싸한 표현을 붙이지만 실제로는 친북 교육, 역사왜곡 교육 아닌가.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교육 문제에 대해 아예 관심을 끊는다. 그러니 전교조의 문제도 의제화되지 못하고 교육 문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선거 슬로건은 무엇인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


슬로건은 ‘못참겠다 전교조 갈아치자 교육감’으로 정했다. 학부모들의 전교조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심각한 수준이다. 나 역시 전교조가 현재 학교 현장의 문제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묘 앞으로 유세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이분들이 라디오를 통해 나를 알고 있었고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셨다. 이분들의 90% 정도가 “전교조를 없애달라”는 요구를 하시더라.


내가 교육감을 정치적 입지의 수단으로 사용할 거라고 예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내가 출세를 원했다면 굳이 차관보 직급에 불과한 교육감을 하겠나? 국회의원 시절에도 정치적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정치적 야심이 있었다면 다른 선택의 길은 얼마든지 있었다. 정년퇴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다음 학기에는 안식년이다. 교육계가 내 야심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교육의 틀을 새로 짜겠다는 게 목표이다. 21세기 교육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살아온 삶의 역정이 워낙 다채로워 이런 도전에 적합하다고 본다. 폭넓은 시각과 유연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 생활 경험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프랑스의 국민성이 비교적 한국과 비슷한 편이다.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북유럽을 동경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나라의 천연자원과 적은 인구 등을 고려하면 그 나라들의 모델은 한국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박선영 후보는 “보수의 가치에 기반한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교육감을 2번 정도 연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유하자면 본격적으로 씨를 뿌리기에 앞서 땅을 제대로 갈아엎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번호가 나오지 않는 교육감 후보의 특성 때문에 어르신들이 교육감 투표용지에 기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 ‘괴멸’의 후유증인지 선거자금 마련도 녹록치 않아 보였다.


박선영 후보와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느낌을 딱 하나의 단어로 정리한다면 그것은 ‘절실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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