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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AI 1등' 꿈꾸던 中, 美와 압도적인 격차에 충격 - 中 “美와 'AI 격차' 1∼2년이면 해소 가능” 주장 - 영상생성 AI 소라 등장에 충격받은 중국 - 'AI 1등' 꿈꾸던 中, 美와 압도적인 격차 실감
  • 기사등록 2024-02-26 11:28:10
  • 수정 2024-02-26 11: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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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와 'AI 격차' 1∼2년이면 해소 가능” 주장]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반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격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중국이 역량을 집중할 경우, 기업들이 1∼2년 사이에 따라잡는 게 가능하다는 중국 전문가의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주장은 허풍이며, 최근 미국 IT 업계의 혁신적인 AI 기술에 중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일까?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25일, 중국 최대 사이버 보안업체 치후360의 창업자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인 저우훙이가 “중국이 GPT-4를 뛰어넘는 거대언어모델을 만드는 건 현재로선 어려울 수 있지만, 몇몇 수직적(특정 산업) 분야에서 GPT-4를 뛰어넘는 것은 완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저우훙이는 이어 “나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격차가 있다고 보고, 항상 그렇게 주장해왔다”며 “중국과 미국의 AI 기술 격차는 주로 오픈AI가 택한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같은 '방향'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일본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지배할 때는 수소 아키텍처를 선택했고, 테슬라는 순수 전기 배터리 아키텍처를 택해 판도를 뒤집은 것처럼 서로 다른 패러다임이 있다”면서 “중국 비야디(BYD)가 끊임없는 발전 끝에 테슬라를 따라잡을 기회를 얻었던 예가 있는데,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나 소라 등 최근 세계를 들썩이게 한 AI 분야의 신기술도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이므로 격차는 1∼2년이면 해소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저우 위원은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의 학습 능력이 매우 빠르다”면서 “주변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발표하거나 공개적으로 연구 성과를 출판하면 중국 연구팀이 따라잡는 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가 중국 AI에 '응용의 해'가 될 것”이라며 “대형 모델들이 다양한 기업의 수직적 분야들에서 큰 잠재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생성 AI 소라 등장에 충격받은 중국]


그러나 저우훙이 위원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 내에서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영상 생성 AI ‘소라’(Sora)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하다. 오픈AI는 중국산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계정을 개설하고, 닷새 만에 20개의 숏폼 영상을 게재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원을 받는 오픈AI가 미국과 중국의 AI 격차를 확대하는 또 다른 '비밀 병기'를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소라가 등장하자 거대언어모델(LLM)에서 뒤처졌던 중국 업체들이 영상 분야에서 다시 한번 쫓기는 신세가 됐다는 지적도 중국 내부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한 블로거가 소라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단편 애니메이션 ‘서유기’가 화제가 됐다. 미술 작업 경력이 15년이라는 쓰촨성의 블로거 ‘AI 정신병원’은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데 최소 반년이 걸리는데, 소라의 도움으로 일주일 만에 뚝딱 완성할 수 있었다”며 “속도가 그야말로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보다 빠르다”고 감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이미 미국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중국 수출을 규제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과의 기술 격차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익명의 중국 재계 인사는 SCMP에 “소라의 파급력이 아이작 뉴턴의 운동법칙 발견과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픈AI는 지난 16일 오전 소라를 공개하면서 "여러 캐릭터와 특정 유형의 동작, 복잡한 장면 등 최대 1분 길이의 영상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검은 가죽 재킷, 빨간 롱 드레스, 검은 부츠를 입은 스타일리시한 여성이 도쿄 거리를 걷고 있다'는 명령어를 입력하자 상업용 못지않은 영상으로 구현됐다.


['AI 1등' 꿈꾸던 中, 美와 압도적인 격차 실감]


그런데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오는 2030년까지 세계 AI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장담했던 중국이 최근 미국 IT 업계의 혁신적인 AI 기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AI 개발 속도가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며 기초 기술 부재와 공산당 정부의 혹독한 규제, 미약한 투자, 미국의 제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중국의 생성형 AI 기술이 미국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졌다”고 진단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AI의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미국의 기술이 아니면 중국 AI의 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NYT는 또한 “거대언어모델(LLM)이 중국 업계의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LLM은 사람의 언어 작업을 위해 설계된 생성형 AI로 인간의 문자나 문장을 인식하고 번역하며, 예측 및 생성할 수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GPT도 LLM의 일종이고 해당 LLM에 채팅 로봇을 결합한 서비스가 챗GPT다.


NYT는 또한 “중국 기업들이 생성형 AI라고 내놓은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대부분 미국산 LLM을 가져와 개량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메타는 지난해 7월에 자체 개발한 LLM인 'LLaMA2(라마2)'를 상업적으로 써도 좋다며 공짜로 풀었다. 메타가 그렇게 한 것은 일단 LLM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를 위해 수익을 포기한 것이라는 것이 NYT의 해석이다.


NYT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설립 8개월 만에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3275억원)를 넘긴 중국 스타트업 '01.AI'가 있다”면서 “해당 기업은 지난해 11월 무료 AI 프로그램 능력 평가에서 정상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기업의 리카이푸 창업자는 e메일 성명을 통해 “자사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처럼’ 메타의 라마를 기초로 제작되었다”며 “무료 프로그램을 쓰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중국의 AI가 미국을 따라가는데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의미다.


물론 중국 기업들도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기는 하다. 실제로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는 지난해 3월 GPT와 비슷한 LLM인 ‘어니’를 개발하고 이에 연동하는 채팅 로봇 '어니봇'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시간 시연이 아닌 녹화 자료 공개에 그쳤다. 그만큼 기술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두의 리옌훙 CEO는 지난해 10월 '바이두 세계 2023 대회'에서 어니 4.0을 공개하면서 “종합적 수준이 GPT 4.0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감의 표현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중국에서는 바이두 외에도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을 포함한 3대 국유 통신사들이 앞장서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차이나텔레콤은 이미 자체 LLM을 구축하는 동시에 지난해 말에 자회사 차이나텔레콤AI를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도 AI의 기술적 도약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은 2017년 7월에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을 발표하고 AI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중국 국무원은 또한 2030년까지 중국 기업들이 세계 AI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 벤처캐피털 기업인 페이지원벤처스의 크리스 니콜라슨 파트너는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혁신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도 “2022년 챗GPT의 등장이 중국 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고 설명했다.


미 벤처캐피털 기업 레오니스캐피털의 제니 샤오 파트너도 “중국에서 만든 AI 프로그램이 ‘아주 좋지는 않다’”면서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서방 AI 프로그램을 미세 조정한 내용을 프로그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의 생성형 AI 기술 발전이 미국에 비해 2~3년 뒤처졌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AI개발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다면 중국의 AI개발이 이렇게 미국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검열 때문이다. LLM을 발전시켜 나가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인류 문명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자료들을 천문학적인 규모로 아무 제한없이 학습시켜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세상의 어떠한 것도 공산당 지배체제를 위협해서는 안된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어떠한 것도 결코 허용될 수가 없다. 이것이 중국에서 AI의 발전을 막는 최대의 장애물이 된다.


실제로 챗GPT가 등장한 2022년은 중국 정부가 IT 업계를 한참 탄압하던 시기였다. 당시 중국 당국이 빅테크를 규제했던 것은 빅테크의 기술력과 영향력이 중국의 지도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연히 연구에도 상당한 제한사항들이 주어졌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IT 기업들이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해 실험 연구를 포기했으며, 지금도 AI의 학습을 위해 엄격한 정부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AI가 공산당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콘텐츠를 생성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어니봇의 경우, 지난해 9월 정식 출시 당시 대만이나 공산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하면 화제를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AI의 학습에 제한점을 걸어 놓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AI가 발전하려면 한계가 없어야 하는데, 공산당 정권의 심기를 고려하면서 AI학습능력을 발전시켜야 하는 문제가 AI의 갈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관계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AI의 문제 행동을 모두 차단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당연히 중국 내에서 생성형 AI 혁신이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23년 여름, 중국 당국은 이미지든 텍스트든 AI 생성 콘텐츠가 '사회주의 핵심 가치'와 일치해야 하며, 국가 권위를 훼손하거나, 국가 단결을 해치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려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제시한 바 있다.


또다른 문제는 중국 내 투자자들이 기초 기술 개발보다 단기간에 투자 성과가 나오는 응용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NYT는 설명한다.


이에 대해 미 듀크대학의 이란 첸 전자·컴퓨터공학 석좌교수는 “중국 AI 투자의 50%가 생성형 AI 기초 프로그램 대신 보안 및 감시 분야에 필요한 컴퓨터 비전 기술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먼 미래보다 당장 돈되는 일들에 투자를 집중하다보니 AI발전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반도체 제재 역시 문제라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미 정부는 아직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막지 않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재를 한다면 중국의 AI기술 발전은 더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12일, SCMP는 “중국군이 군사 AI 개발을 위해 바이두의 생성형 AI를 이용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로 미국의 제재 추가를 우려한 바이두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후인 15일 홍콩 증시에서는 바이두가 중국군 연계 의혹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10% 폭락하기도 했다. 이것이 중국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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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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