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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정적 나발니 암살하고 시신도 숨긴 푸틴, “큰 실수 했다!” - 푸틴이 가장 두려워했던 남자, 나발니 - 나발니 암살, 푸틴의 초조함 드러낸 사건 - 트럼프와 미 공화당, 유탄 맞을 가능성
  • 기사등록 2024-02-19 05: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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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가장 두려워했던 남자, 나발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의문사한 뒤 그의 시신까지도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의 BBC는 18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했다고 발표되기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당국자들이 해당 교도소를 방문해 일부 보안 카메라와 도청 장치 연결을 끊고 해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면서 “나발니 측근들은 나발니가 푸틴의 지시로 살해됐으며, 또한 러시아 당국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나발니본부’ 대표 레오니트 볼코프의 말을 인용해 “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 이게 사실이라면 ‘나발니가 죽었다’’가 아닌 ‘푸틴이 그를 죽였다’일 것”이라고 했다.


BBC는 과거 나발니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전문의 알렉산더 폴루판은 나발니 사망 발표 직후 국영 텔레그램 채널이 “사인은 혈전”이라고 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면서 그는 “그런 진단은 부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도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교정국(FSIN) 지부 보고서에서, 나발니가 러시아 당국에 의해 암살됐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 하는 남자’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 16일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수감 중 사망한 것으로 발표됐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며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의 죽음을 은폐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적으로 나빌니의 모친과 변호인은 당국이 시신을 보여주지 않은 채 ‘돌연사 증후군’이라는 사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빌니의 측근들은 나빌니가 살해된 뒤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타임스는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싼 수상한 사건은 FSB 당국자들의 방문뿐만이 아니다”면서 “러시아 당국이 모스크바에서 약 1천930㎞나 떨어져 있는 외딴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발생한 나발니의 죽음에 관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표하고 언급했는지를 보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굴라구.넷'에 따르면, 이날 나발니가 사망한 것으로 공식 보고된 시간에서 불과 2분이 지난 시점에 교도소 당국은 미리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발표를 내놨다.


4분 뒤 러시아가 통제하는 텔레그램 채널은 나발니의 사인이 혈전이라고 주장했고, 그 7분 뒤에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해당 매체에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굴라구.넷’은 “이처럼 빠른 속도가 의미하는 것은 한가지 뿐”이라면서 “러시아 연방교정국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사전에 계획되고 조율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도 “한 익명의 수감자는 이 매체에 나발니와 같은 교도소에 있던 수감자들은 16일 오전 10시에 이미 나발니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는데, 나발니의 사망 시간으로 공식 보고된 시각은 이보다 4시간가량 뒤인 오후 2시17분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수감자는 이어 “이 같은 상황은 러시아 당국에 4시간 이상 대응을 준비할 시간을 줬을 것”이라면서 “나발니 사망을 둘러싼 이같이 석연찮은 행보가 벌어지기 전날 저녁과 밤 사이에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다수 차량이 교도소 역내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발니가 발표된 시간보다 훨씬 전에 사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익명의 수감자 주장이기도 하다.


더 타임스는 이어 “이 같은 주장이 정확한지 바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노바야 가제타라는 매체는 높이 평가되는 야권 매체라서 신뢰성이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 의문사 하루전에도 웃으며 농담했다!]


분명한 것은 나발니가 돌연사를 할만큼 건강 상태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CNN은 나발니가 사망 전날인 15일(현지시간) 교도소에서 온라인으로 재판에 참석해 재판장에게 자기 계좌로 돈을 좀 넣어달라고 웃으며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나발니는 밝은 표정이며 여유로운 모습이었으며, 건강에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이에 대해 교정 당국은 성명에서 “나발니는 산책 후 컨디션이 좋지 않아졌다고 말했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즉시 도착했지만 심폐소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미 푸틴에 의해 독살 당할뻔 했던 나발니]


앞서 나발니는 러시아 고위층 비리 의혹을 폭로해 오다 지난 2020년 러시아 국내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독일로 후송돼 20일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바 있다. 나발니는 냉전 시대 소련이 사용했던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배후에 푸틴 정권이 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런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한 바 있다.


[나발니 암살, 푸틴의 초조함 드러낸 사건]


지금 러시아 대선은 불과 한달여 남아 있다. 이미 후보들도 확정됐고 그 후보들 가운데 푸틴을 대적할만한 인물도 없기 때문에 장기집권으로 가는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점에 푸틴은 최대의 정적인 나발니를 암살했을까?


이유는 그만큼 푸틴이 심리적으로 초조하고 불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시베리아의 감옥에 갇혀 있는 나발니보다 나발니라는 존재가 있음으로 인해 다가오는 대선에서 푸틴을 향한 절대적 신뢰나 지지를 포기할 수도 있는 대중들을 더 의식했기 떄문에 나발니를 아예 없애 버리려는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와 관련해 “푸틴에게 있어서 나발니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실존적 위협”이라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6일(현지시간) “나발니의 죽음은 러시아에서 정치적 반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러시아에서 반푸틴 진영의 싹을 잘라버림으로써 러시아인들에게서 ‘포스트 푸틴’에 대한 희망을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푸틴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지지를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나발니 암살 후폭풍, 더욱 고립될 푸틴]


중요한 것은 나발니 암살 사건은 러시아와 푸틴을 더욱 고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나발니 사망과 관련해 “푸틴은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의 국민을 공격할 뿐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나발니의 죽음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도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에 “끔찍한 인권 침해가 일어났을 때는 그에 따른 후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사안을 책임져야 할 개인이 있는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개별조처가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그(나발니)는 자국민의 반대를 두려워하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의해 서서히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안보분야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에서도 푸틴을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렇게 푸틴을 향한 비난 여론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나발니 문제는 러시아 내정”이라면서 논평을 거부했다.


[트럼프와 미 공화당, 유탄 맞을 가능성]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푸틴의 나발니 암살로 인해 미국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일단 트럼프는 나발니 암살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나발니 사망을 두고 “푸틴이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가 칭송하고 옹호하는 그 푸틴이 그랬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ABC뉴스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언론인들을 살해했다는 지적에 “푸틴에게 공평하게 말하자면 당신은 그가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하는 데 난 본 적이 없다”고 답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헤일리 전 대사는 또 다시 글을 올려 “푸틴이 정적을 살해했는데 트럼프는 푸틴이 우리 동맹들을 공격하도록 권유하겠다고 한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그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법정 드라마와 가짜 여론조사에 대한 글을 20번 넘게 올렸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브로맨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푸틴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최근 터커 칼슨 인터뷰에서 “둘이 개인적 관계”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푸틴에 의한 나발니 암살과 관련된 비난이 트럼프에게도 옮겨갈 가능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더욱 트럼프가 푸틴에 대해 종종 옹호적 입장에 선데다가 나토 관련 발언으로 더더욱 의심을 사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와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 점들이 이슈로 떠오르게 되면, 푸틴이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공화당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의견이 줄어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렇게 푸틴에게는 가장 두려운 남자였던 나발니가 북극의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이러한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자신을 면회하는 변호사들을 통해 아내에게 마지막 발렌타인 메시지를 남겼다. 나발니는 “우리가 푸른 눈보라와 수천㎞ 거리로 인해 떨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신이 매 순간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썼다. 우리 신문은 나발니의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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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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