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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낫다”는 푸틴, 본심일까? 페이크일까? - 푸틴, “바이든은 예측가능한 구식 스타일이라 더 선호” - 이코노미스트 “미국 하원의 공화당은 푸틴을 돕고 있다” - 푸틴은 트럼프에게 역풍이 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 기사등록 2024-02-16 00: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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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바이든은 예측가능한 구식 스타일이라 더 선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러시아에 유리한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혀 그 발언이 진심인지, 아니면 페이크인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한마디로 바이든 현 대통령이 예측 가능하고 구식 스타일이라 러시아에 더 유리하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푸틴의 속셈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전날 자국 국영방송 로씨야1 인터뷰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둘 중에) 누가 우리(러시아)에게 더 좋으냐?”는 질문에 대해 “(내 선택은) 바이든”이라면서 “그는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가능한 인물이며 구식 정치인이지만 우리는 미국인들이 신뢰하는 어떠한 미국 대통령과도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발언, 진심일까? 페이크일까?]


로이터를 비롯한 세계 언론들은 푸틴의 이날 발언이 솔직한 견해 표명인지 전략적 선전인지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진심이 아닌 페이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금 러시아의 최대 현안이자 당면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바이든보다는 트럼프가 더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보전문가들 역시 푸틴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우크라이나전 승패의 중대 갈림길로 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기대할 것이라고 대부분 관측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재집권 때 미국 재정을 아끼려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과 관계없이 즉각 타협을 통해 전쟁을 끝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고문들은 임기 초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해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승리하게 둘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곧 미국의 승리”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해 국방예산을 지원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계획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미 의회에서 지원법안 통과를 가로막았다. 가까스로 상원의 공화당 22명 의원이 트럼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으로 돌아서 지원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심지어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자신이 소속된 공화당의 입장과 달리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외의 발언을 지난 1일 한 적이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뜻을 어기고 끝까지 찬성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이렇게 바이든과 트럼프가 러시아를 향한 태도가 180도 다르기 때문에, 이 사안만 본다면 푸틴은 당연히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원하는 게 맞다.


이뿐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부터 푸틴 대통령을 향해 종종 공개적 찬사를 보내며 스트롱맨간 케미를 과시해왔다. 지난 대선 당시 불거졌던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측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로 집권 1기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그만큼 사이가 각별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콘웨이의 코스털 캐롤라이나대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이 대통령 재직 시절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하겠다는 약속을 불이행하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에겐 “러시아에게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부추기겠다”고 말한 대목도 야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만큼 푸틴과의 브로맨스로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러시아로 하여금 공격하도록 부추긴다”는 말까지 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철저하게 ‘반(反) 푸틴’이다. 당연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으로 주권국 침략에 대한 책임을 묻고 미국식 자유 민주주의 세계질서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심지어 푸틴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을 통해 휴전협상을 타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측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 “푸틴 대통령이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중동 등지의 협력국들을 통해 미국과 공식·비공식 대화를 시도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입장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대치 중인 현재의 전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쟁을 멈추자는 것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보다 지난 2년간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20%가량을 점령했는데,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해야만 한다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측은 우크라이나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이 그렇게도 원하는 휴전협상을 하는 것도 당연히 바이든보다는 트럼프가 훨씬 유리하다.


이에 더해 러시아와 적대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나토 동맹이 러시아 공격을 받더라도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운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의 공화당은 푸틴을 돕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와 공화당의 냉소주의는 미국을 약화시키고 세계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혹평한 것이다.


이렇게 어느모로 보나 푸틴은 바이든보다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을 당연히 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푸틴은 왜 반대로 이야기했을까?


[푸틴은 트럼프에게 역풍이 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푸틴은 이날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럽 안보분담론에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며 짐짓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푸틴은 이날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유럽인들의 국방지출 증액을 강압하길 원하고 유럽인들이 보호받는 대가로, 즉 핵우산 아래에 있는 대가로 미국에 돈을 내도록 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모르겠다. 그들의 문제이니 그들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푸틴은 또한 '고령 논란'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나는 의사가 아니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면서 언급을 피했다.


이어 202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을 때 그의 건강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때때로 자신의 노트를 들여다봤지만, 솔직히 나도 내 노트를 봤다”고 말했다.


푸틴은 더불어 최근 진행한 미국 언론인 터커 칼슨과 인터뷰에 대한 여러 논란을 의식한 듯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면서 “날카로운 질문에 공격적으로 답변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가 인내심 있게 러시아 역사에 관한 긴 연설을 듣는 전술을 택한 바람에 나는 준비했던 일을 할 수 없었다”고 오히려 불평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이번 인터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첫 서방 언론인 인터뷰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전쟁범죄 등 이렇다 할 송곳질문 없이 푸틴의 궤변에 끌려다닌 2시간이었다는 혹평에 휩싸였다.


아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본다면, 언론과의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분명한 목적이 있을 때, 또한 국면 전환이 필요할 때 지극히 계산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러시아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과 트럼프에 대해 마치 품평하듯 한 것은 분명 최근 나토 관련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은근히 지원하기 위한 계산적 발언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푸틴이 원한 것은 트럼프-푸틴간의 브로맨스가 다가오는 선거에서 쟁점으로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안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데, 푸틴과의 브로맨스 문제로 마이너스적 요인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판단하에 러시아 국내 언론과 긴급하게 인터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푸틴의 본심은 그렇게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도 금방 드러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건, 아니면 러시아 국내 언론을 통해 두 사람의 본심이 터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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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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