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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2-15 11: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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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항소심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아들의 대리시험 의혹에 대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눈길을 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항소심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아들의 대리시험 의혹에 대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눈길을 끈다.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본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면서도 조 전 장관 부부의 범행이 담당 교수에 대한 성적평가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1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는 190여 쪽에 이르는 조 전 장관의 항소심 판결문에서 이같이 입시비리 혐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대리 의혹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 혐의 가운데 국내외 여러 대학의 업무방해 혐의를 받았다. 그중 핵심 쟁점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미국 대학 시험을 대신 응시한 의혹이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재학 중이던 아들이 온라인 시험을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채팅방에 올리면 이를 함께 풀어주는 방식으로 공조한 것으로 의심했다. 아들은 해당 답안을 입력해 제출한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1심 재판 당시 법정에서 공개된 증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6년 아들로부터 '아빠 저 1시에 시험 봐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아빠 준비됐다.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정 전 교수)은 마음대로'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가족이 함께 시험을 응시한 여러 정황 증거가 공개됐는데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본 것이 발각됐다면 0점 처리했을 것'이란 한 교수의 말을 인용해 "피고인들의 부정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아들이 2011년 학교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었다"며 "그런 행위에 대한 열패감이 평생 가 여러 케어 필요성이 있었다. 당시 특수성에서 이뤄졌던 대응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처럼 일반화됐다"고 반박했다.


해당 의혹에 대한 최초 판단을 내렸던 1심은 "피고인들과 아들이 공모하여 업무방해의 고의를 갖고 4, 5회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위계로써 담당 교수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조국 부부 측 2심서 "미국 교수 증인으로 부르겠다"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아들의 대리시험 의혹이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담당 교수인 재프리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만 현지에 거주 중인 외국인의 증인 신문 방법을 두고 검찰과 논쟁을 빚기도 했다.


변호인은 맥도널드 교수가 증인으로 한국 법정에 나오는 것에 협조했다면서도 영상을 통한 증언 및 직접 출석 등 조율을 요청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영상 증언을 할 경우 미국과 한국의 시차를 고려해 구체적인 일정을 고려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맥도널드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소송을 지연시키는 행위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또 이 같은 (대리시험)행위를 허용해도 되는지 미국인 교수를 데려다 놓고 물어본다는 것은 대한민국 재판을 희화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맞서기도 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조 전 장관 측에 보낸 서면 답변서를 통해 조 전 장관 부부의 행위를 부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가족이 함께 응시한 시험이 난도가 낮은 테스트라고 설명하며 전체 시험에서 차지하는 성적 비중도 2% 내외라고 밝혔다.


그는 답변서에서 "한국의 법 제도를 모르지만, 아들을 도운 것으로 형사고발 당했다고 해서 놀랐다"며 "학문에 대한 부정행위가 범죄가 되려면 고도의 추악한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최종 성적의 4%에 해당하는 두 번의 퀴즈다. 이에 대한 형사 기소는 믿기지 않는다"고 견해를 전했다.


결국 재판부가 맥도널드 교수로부터 받은 서면 답변서를 판단에 참고하기로 하면서 그에 대한 별도 증인신문 절차는 자연스레 생략됐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인 교수의 답변서도 항소심 결과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1심 이어 2심 법원도 "타인 도움 금지는 불허됐을 것"


항소심 재판부는 "담당 교수가 온라인 시험에서 타인과의 협력 등을 금지한다고 명시적으로 통지하지 않았더라도 특별히 타인과의 협력 등을 허용한다고 고지하지 않았던 이상 온라인 시험에 응시할 때 타인과의 협력 등이 금지될 것임은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온라인 시험 응시 시 타인과의 협업을 금지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수업 중에 구두로 고지했을 것 같고, 스터디 그룹을 형성해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시험은 스스로 볼 것으로 예상했다'는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을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교수의 답변이 유죄 심증을 굳힌 꼴이 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시험문제를 각각 분담하여 푼 다음 이를 취합하여 최종 답을 고르는 과정에서 일부 상의를 하기도 했다"면서도 "피고인들이 푼 답을 (아들이) 그대로 제출하기도 하여 사실상 문제를 대신 풀기도 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 학업스터디나 학습을 돕는 목적의 차원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 전 교수는 2016년 11월 온라인 시험을 마치고 '출석 절대 빠짐 안 돼. 퀴즈 5회 10%, 출석 10%'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피고인들은 온라인 시험의 결과가 최종 학점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아들이 타인과 협력하여 시험에 응시하면 성적평가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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