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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호주-중국 또 충돌, 정권교체 이후 물렁한 외교가 수모 자초 - 스파이사건에 무역장벽까지, 호주-중국 정면충돌 - 호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중국의 간첩죄 사형 판결 - 호주, 정권교체되면서 중국과 유화책 편 것이 발목
  • 기사등록 2024-02-14 11:54:26
  • 수정 2024-02-14 11: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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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사건에 무역장벽까지, 호주-중국 정면충돌]


호주와 중국이 스파이 사건과 중국이 일방적으로 취하고 있는 무역장벽 문제로 또다시 충돌했다. 우선 중국 법원이 중국계 호주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사형을 선고하면서 양국간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가운데, 과거 코로나 19 기원문제로 터졌던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가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양국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중국이 호주 작가인 양헝쥔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해 사형집행 유예를 선고한 사건과 지난 코로나19 기원 문제로 양국간 충돌이 벌어졌을 때 중국 당국이 일방적으로 와인, 랍스터, 육류에 대한 수입 규제를 실시한 후 아직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있는 문제가 겹치면서 양국간 엄중한 교섭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호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중국의 간첩죄 사형 판결]


우선 호주와 중국간 충돌이 벌어진 것은 지난 6일,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 박사에 대해 중국 법원이 사형 판결과 함께 2년의 집행 유예를 선고하면서부터다. 호주 당국은 그동안 양국관계가 해빙 관계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고 있었는데, 중국 당국이 사실상 도발에 가까운 조치를 취하면서 양국관계가 다시 얼어붙었다.


이날 호주의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가 기자들에게 “호주 정부는 이번 판결에 실망과 절망, 좌절감을 느끼며 더 간단히 말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는 이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양 박사에 대한 매우 가혹한 판결”이라며 “계속해서 가장 강력히 우리의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바니즈 총리는 또한 “주호주 중국대사를 초치해 호주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며 “우리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겠지만 반대할 부분은 반대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알바니즈 총리는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의 이러한 가혹한 조치에 동의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올해 예정된 리창 중국 총리의 호주 초청을 철회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며 “중국에 직접적이고 명확하고 분명하게 대응할 것이며, 언론을 통한 외교적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 대응을 분명히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호주의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왕원빈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호주측이 분노를 표시한 것과 관련해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은 법치국가이고, 중국의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는 점”이라며 “호주가 중국의 사법 주권을 실질적으로 존중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양헝쥔 박사에 대해 사형 판결을 내리면서도 집행유예 기간을 2년 부여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사형 집행 대신 집행유예 시간이 지나면 무기징역으로 감형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법 전문가인 돈 로스웰 호주국립대(ANU) 교수는 “중국에서는 사형 판결이 내려지면 곧바로 집행된다”며 “양 박사가 호주 국적자여서 그나마 집행유예를 받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호주의 가장 큰 대응은 명확하고 일관된 외교”라며 “미국과 영국과 같은 파트너들도 외교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양박사에 대한 중국의 판결로 호주와 중국간의 외교관계가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사설을 통해 “이번 일은 중국 공산주의가 공정성과 법치라는 서구적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특히 호주의 심기가 이렇게 불편한 것은 양박사의 경력 때문이다. 양 박사는 1965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태어나 중국 외교부·국가안전부에서 일하다가 호주로 이주한 뒤 2002년 호주 시민이 됐다. 이후 호주와 미국에 머물며 스파이 소설 작가가 됐으며, 중국 민주화를 지지하는 정치평론가·활동가로도 일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월 가족과 중국 광저우 공항에 갔다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돌연 체포됐고, 지금까지 수감 중이다. 그의 재판은 2021년 5월부터 열렸지만,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런 측면에서 호주는 양 박사를 중국측이 정치적 이유로 무단 감금하고 억지 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가족은 양 박사가 신장 한쪽에 큰 물혹이 발견되는 등 건강에 이상이 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앞으로 양국간 이 문제를 두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이 이렇게 중국계 호주인을 무단 감금한 것이 이번이 처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20년에도 중국 태생의 호주 국적 앵커 청레이(成蕾)에 대해 지난 20여년간 중국중앙TV(CC-TV)에 잠복해 ‘간첩’으로 활동하며 호주와 미국을 위해 중요한 정보를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CNBC 상하이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그녀를 일방적으로 체포해 간첩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히 청레이 체포 직후인 2020년 9월 호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 조사를 세계보건기구(WHO) 측에 촉구한 게 갈등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청레이가 코로나19 발발 직후 SNS에 남긴 기록들이 새삼 조명을 받았다. 한마디로 청레이가 중국의 코로나 기원설을 퍼뜨렸다고 의심하면서 중국 당국이 일방적으로 사법조치를 단행했던 것이다. 그후 양국간 협상을 거쳐 지난해 청레이는 석방되어 호주로 돌아왔고, 이를 통해 양국간에는 다시 해빙 무드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8일(현지시간), 양 박사에 대한 중국당국의 일방적인 사법처리를 언급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인질외교를 추진하기 위해 인권을 유린하는 상습적인 관행”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일레인 피어슨(Elaine Pearson)은 “양 박사의 중형 선고는 호주와 중국 사이의 겉보기 우호적인 관계에도 불구하고 호주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인질 외교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렇게 국제적 관행도 전면 무시하는 중국과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호주-중국간 아직도 진행중인 무역 전쟁]


호주와 중국간에는 양 박사 문제뿐 아니라 호주의 코로나 기원설로 인해 벌어졌던 중국의 대호주 무역제재 중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것들이 있어 이번 양 박사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SCMP는 “돈 파렐 무역부 장관이 WTO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왕원타오 상무부장에게 와인, 랍스터, 육류에 대한 제한 철폐를 촉구할 예정”이라면서 “이 문제로 인해 양국 관계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파렐 무역부 장관은 이어 “호주 정부는 호주의 대중국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나머지 모든 무역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계속 압박하고 있다”면서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왕원타오 부장(장관)과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WTO 회의는 2월 26일부터 2월 29일까지 열린다. 패럴 장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대한 중국의 검토가 끝나는 3월 31일까지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캔버라가 WTO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면서 분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권교체되면서 중국과 유화책 편 것이 발목]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갈 것은 호주와 중국간 외교 관계에서 주도권을 호주가 쥐고 있었으나 호주의 정권 교체 이후 노동당의 알바니즈 정권이 출범하면서 유화책을 편 것이 오히려 중국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5월 실시된 호주 총선에서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 연합이 알바니즈가 이끄는 노동당에게 패배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


모리슨 당시 총리는 중국의 코로나 기원설 제기와 함께 화웨이 등에 대한 퇴출 등을 이끄면서 중국과 정면 대결을 했었다. 그러다가 중국이 강력한 무역제재를 가하자 이에 굴하지 않고 더욱 더 쎈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결국 중국이 무릎을 꿇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중국이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금지시키면서 보복에 나섰지만, 결국 석탄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후 1년만에 호주에 대한 무역보복을 철회하면서 호주산 석탄을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은 석탄 부족으로 광둥과 산둥, 랴오닝 등 20여 개 지역에서 한 달 가까이 1주일에 2, 3일씩 단전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렇게 호주가 꿋꿋하게 버티면서 피해가 오히려 중국에게 되돌아오자, 중국 당국은 슬그머니 호주에 화해의 카드를 꺼내들었고 호주의 정권 교체 이후 모리슨 전 총리보다 훨씬 중국 친화적인 노동당의 알바니즈 총리 정권과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


결국 지난해 알바니즈 총리가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양국의 외교관계는 완전히 회복되는 듯 싶었다. 그 이후로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레이가 호주로 돌아왔고, 양국 관계도 해빙기를 맞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중국은 과거 호주에 대해 취했던 규제의 일부를 아직도 남겨 놓고 있었고, 또다시 양박사를 인질외교로 삼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모리슨 정권 시절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와 함께 다윈항에 대한 중국의 99년 임대계약을 전면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알바니즈 총리 집권 이후 이를 번복하면서 원상복구했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에 벌인 일이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중국을 향해 강경 발언을 해 오던 팻 콘로이 국방산업 장관이 노동당의 압박에 의해 “다른 나라 일에 더 이상 참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뒤로 물러선 바도 있다.


이렇게 호주가 완전히 중국과 관계 회복이 되었다고 생각한 지금 또다시 중국은 인질외교를 하면서 호주를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볼 것은 과거 모리슨 총리 시절이라면 중국이 호주를 향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시간이 그렇게 흘렀음에도 호주를 향한 무역 규제 조치를 살려두고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이는 결국 중국과의 외교에서 적당히 서로 좋고 좋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외교로는 중국에 또 당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어찌 호주뿐이겠는가? 한중관계에서도 그렇다. 국가 대 국가로서 주장할 것은 당당하게 하고, 또 서로 오고가는 것은 일대일의 원칙에 따라 시행하면 중국도 한국을 함부로 넘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수차례 중국을 방문했음에도 시진핑 주석은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이러한 결례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불어 한중일정상회담에 시진핑 주석이 아닌 리창 총리가 대신 온다는 것도 거부해야 한다. 시진핑은 한중일 3국의 황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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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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