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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민심 지표 ‘돼지고기’ 파동, 전전긍긍 시진핑 - 中 돼지고기, 가격 하락에 수요도 감소하는 기현상 -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중요한 이유? 소울푸드이기 때문 - 돼지고기 소비 감소가 주는 정치적 의미, 워낙 커
  • 기사등록 2024-02-06 12: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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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돼지고기, 가격 하락에 수요도 감소하는 기현상]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재료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앞둔 상황에서도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가격마저 하락했음에도 돼지고기 소비량이 반등하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가져오는 정치적 의미다. 한마디로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들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지지도 함께 위축되고, 사회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중국 내 돼지고기 유통업자들은 소비량 감소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베이징 신민 시장의 상인은 가격이 전년 대비 5분의 1가량 떨어졌음에도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비가 줄다보니 ‘명절 특수’에 따른 일시적인 돼지고기 값 반등현상도 사라졌다.


블룸버그는 이어 “한 돼지고기 공급업자는 춘제를 맞아 1000위안(약 19만원) 가량 쓰던 농민공들이 지금은 많아야 300위안(약 6만원) 정도 쓴다고 말했다”면서 “컨설팅회사 상하이 JC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는 100만t 줄어든 약 5400만t으로,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 경제활동이 활발해졌음에도 감소세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중국 경제가 직면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란 평가가 나온다”면서 “중국에서 돼지고기 수요는 지난 수개월간 둔화했지만, 최대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약한 수요를 보인다는 것은 임금 감소가 가계를 강타하고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면서 소비와 (돼지고기) 공급 과잉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돼지고기 소비와 공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미국의 5배를 넘는다. 이렇기 때문에 중국에서 돼지고깃값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돼지고기 소비가 줄면서 중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CPI는 전년동월 대비 0.3% 하락했는데, 돼지고기 가격 변동(-26.1%)의 영향이 컸다.


특히 농민공, 블루칼라 등 저소득층 사이에서 소비감소가 두드러져,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이 저소득층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민공 수만명을 상대하는 대형 식당은 손님들이 돼지고기 대신 저렴한 채소를 주문해 식당들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중요한 이유?]


중국인에게 있어서 돼지는 그야말로 필수불가결한 가축이자 음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돼지가 없으면 집이 완성되지 않는다(无豕不成家)”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자로 집을 가르키는 ‘가(家)’도 사람이 사는 건물([宀·면]에 돼지[豕·시]가 들어앉은 형상을 그리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 동물이 돼지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국인들은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으로 적었다. 또 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돼지는 왕성한 생명력,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그리고 복(福)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인들의 농경문화는 자연스럽게 돼지를 집에서 길렀고, 또 이를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애용해 왔다.


그러다보니 돼지고기는 지금의 14억 중국인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음식이 되었고,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제1순위에 꼽히는 요리 재료가 되었다.


이렇게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보니, 중국은 전 세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양이 세계 전체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가 된 것이다. 인구는 전 세계의 5분의 1인데 돼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중국이 엄청나게 돼지고기를 먹어 치운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의 소울푸드(soul food)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돼지고기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민심을 잡으려면 반드시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다보니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 한다(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도 생겨났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중국돼지지수’(China Pig Index)라고 부르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CPI내 식품비중은 30%로, 이 중 돼지고기 가격 편입비중이 9%에 달한다.


사실 이 정도면 중국의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 동향이 중국은 물론 글로벌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한 돼지고기 관련 산업 종사자 수도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민심도 흉흉해지면서 정치 문제로 비화되고 심지어 정권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돼지고기 소비 감소가 주는 정치적 의미]


그런데 지금 상황은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락을 했음에도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폭등보다 더욱 심각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그러한 돼지고기를 사 먹을 수 있는 경제형편이 되지 않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마디로 중국의 저소득층의 빈곤 상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심지어 필수 식품인 돼지고기를 사 먹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가계 상황이 피폐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으로서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지표라 아니할 수 없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에서 절대 빈곤층이 사라지고, 모두가 잘사는 샤오캉사회가 이미 이루어졌다고 선언했지만, 현실은 시진핑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돼지고기 수요 지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지적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가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원래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층은 당연히 빈곤층이다. 그들이 이제 필수 식품이며 언제나 즐겨먹던 돼지고기마저 사 먹을 형편이 안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시진핑의 경제정책이 대실패를 했다는 것이고, 지금의 상황을 최악의 위기로 접어드는 국면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또한 돼지고기마저 사먹지 못하는 이들이 갖게 될 심리적 박탈감을 시진핑 정권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도 주목거리다.


이렇게 중국은 지금 “모두가 갈수록 가난해지는 나라”가 되었다. 시진핑의 헛된 중국몽이 빚어낸 결과다. 그런데도 중국 공산당은 지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점이 진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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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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