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등에 대해 용산과는 다른 톤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퇴 요구까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자리를 지켜냈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김 여사 사과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감안해 한 위원장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암묵적 동의'로 한발짝 물러섰다. 김 여사 사과와 '갈등 촉발자' 김경률 비대위원의 거취는 향후 양측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김웅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해소 국면에 관한 질의에 "미세하게나마 한 위원장이 이득을 얻었다. 왜냐하면 버텨냈다는 걸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틴 것보다는 대통령이 과거와 같은 정도의 병력 동원에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김기현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이 물러날 때 벌어진 이른바 '연판장'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당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론 조성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앞선 사례와 달리 당내에서 친윤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날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살피면서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이후 함께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서울로 복귀하면서 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시작점이었던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私薦)과 김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 뇌관이 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는 김 비대위원의 사퇴와 김 여사의 사과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열차 안에서 이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민생 지원책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갈등 봉합을 원하면 두 분이 나눴던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서로 의견이 달랐다면 얘기가 안 나올 것"이라며 "안 나온다면 만난 소득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당분간 이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듯하다. 바꿔 말하면 이전과 달라진 점은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 사퇴가 출구전략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의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러 논란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한지를 묻자 "지금까지 말한 것에 대해 더 말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이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같은 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런 갈등의 깊숙한 곳에 내재된 원인이 있다"며 "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두 분이 만난다고 해서 또는 밥 한번 먹는다고 해서 그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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