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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위기의 中반도체, 네덜란드·美·韓 향해 회유·협박 - 네덜란드 회유·압박하는 中, “상황악화 방지하라!” - 한국 향해 반도체 수출 늘리라고 압박하는 중국 - K-칩스법과 초격차 유지위한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필요
  • 기사등록 2024-01-24 12: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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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회유·압박하는 中, “상황악화 방지하라!”]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되면서 ‘외딴 섬’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는 중국이 절박한 위기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네덜란드와 미국, 한국을 향해 회유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 공급망에서 소외되는 것이 중국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블룸버그는 23일(현지시간) 탄젠 주네덜란드 중국 대사가 지난 21일(현지 시각) 발행된 현지 신문 인터뷰에서 “상황이 악화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와 대화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중국에의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중국의 압박은 이달 초 중국이 네덜란드 ASML로부터 극자외선(EUV)도 아닌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받으려 했다가 미국 압력을 받은 네덜란드 정부가 수출을 불허하는 바람에 실패하자 격하게 반발하면서 네덜란드를 향해 회유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는 중국의 ASML 장비 수입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었음에도, 미국의 압박을 받은 네덜란드 정부가 갑작스럽게 수송 중단을 결정했다는 판단하에 미국의 주장을 듣지 말고 양국 정부 간 대화로 풀자는 회유·압박성 언급으로 보인다.


실제로 ASML은 지난 1일 “최근 반도체 기판에 회로 패턴을 새겨넣는 리소그래피(Lithography·석판인쇄) 장비 생산업체인 ASML로부터 최첨단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하위 성능인 DUV 장비를 사들이려다가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탄젠 대사는 “중국 기업들이 통제 강화, 정치적 압력, 허위 정보로 인해 EU 내에서 더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으며 유럽의 중국 정책이 혼란스럽다”며 “미국은 군사적 위험과 무관한 문제까지 안보에 대한 생각을 너무 멀리 확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향해 보복 시사한 중국]


그런데 주목할 것은 탄젠 대사의 발언 가운데 ASML과 미국 및 EU의 디리스킹(위험제거) 정책을 주도하는 미국에 대해 보복을 할 것임을 분명히 시사했다는 점이다.


탄젠 대사는 이날 “미국이 (DUV 노광장비 등까지 반출 금지하는 등) 군사적 위험과 관련 없는 문제까지 (디리스킹을) 확대했으며 동맹국에도 이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탄젠 대사는 아울러 “미국이 중국을 헤게모니 쟁탈 방식으로 대한다면 중국은 당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뒤 “그러나 중국과 EU 관계는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렇게 미국에 대한 보복 의사까지 비치면서 강력 반발하는 것은 미국이 지난해 5월부터 인공지능(AI)용 또는 슈퍼컴퓨터 및 군사 응용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첨단기술의 중국 접근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디리스킹 정책을 펼치면서 대(對)중국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올해부터는 EU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본격적으로 가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떄문에 이를 최대한 저지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 “수출 허가와 관련한 미국의 결정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것은 기업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향해 반도체 수출 늘리라고 압박하는 중국]


중국이 이렇게 네덜란드를 직접 압박하고 미국을 향해 보복을 암시하는 동시에 한국을 향해서도 미국의 눈치 보지말고 첨단 반도체의 수출을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0일, “한국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총 622조원을 투자해 2047년까지 서울 남부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반도체)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한국은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을 늘려야 할텐데, 그러려면 미국의 정치적 간섭이 주는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중·한 반도체 산업 간 호혜적 협력은 한국 기업들에 실질적 혜택을 가져다줬고 산업 발전의 큰 기회를 제공해 왔다”며 “반면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에 한국을 참여시키려는 미국의 압박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상당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지난해 한중간 무역에서 31년만에 발생한 한국의 무역적자가 미국의 압박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더불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반등을 앞두고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추가로 회복하려면 미 반도체 무역 통제와 아시아 공급망 분열의 충격을 제거하고 감소시켜야 한다”며 “미국의 정치적 간섭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이 주도하는 지정학적 게임의 희생양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8% 급감했다. 최근 몇 달간 반도체 산업 수요 회복으로 반등세를 보였지만,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인해 전체 대중국 수출이 둔화됐다. 2023년 한국은 31년 만에 처음으로 대 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해 총 18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만큼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도 늘려야 한다”면서 “SK하이닉스 회장의 말처럼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 반도체 시장이 완전한 회복을 하려면, 미국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고 중국과 교역을 늘려야만 한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과 기업은 미국의 지정학적 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의 말대로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40%를 소화하는 ‘큰손’이다. 이는 역으로 중국 반도체 시장은 한국에 목을 매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D램(DRAM)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이 퇴출되면서 오로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하는 창신(長鑫·CXMT)이나 창장(長江·YMTC)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제품력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D램마저 손을 떼게 된다면, 중국이 받는 타격은 이만저만 큰게 아니다. 그러니 중국은 한국의 바짓가랑이를 붙들 수밖에 없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국 반도체 만큼은 결코 중국 품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강한 의지를 중국이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 상무부의 왕원타오 부장은 지난해 5월 APEC회의에서 “중국 측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양자 간 무역과 투자를 심화하고,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며 양자, 다자, 역내에서 경제와 무역합작을 새로운 단계로 함께 추진해가고자 한다”며 “쌍방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 대화와 합작을 강화해나가는 데도 동의했다”고 못박았다.


이는 중국이 마이크론 제재 직후 성사된 한·중 통상장관 회담에서 중국 측이 이례적으로 반도체를 ‘콕’ 집어서 거론한 것으로 그만큼 한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고, 한국 정부의 입에서 중국을 향한 반도체 제재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다시피 한국과의 안정적 교역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동참하면서 대중국 반도체 소재라든지 기술제품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그런데 일본에 이어 한국마저 중국을 손절한다면, 중국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 한국만큼은 중국으로부터 떠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삼성과 SK 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다. 물론 미국의 수출통제 유예조치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두 공장이 중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갖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절대 문을 닫아서는 안되는 보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23일, “미국이 자국 핵심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고 드라이브를 걸면서 반도체 부문에 경제성장 동력을 크게 의존하는 한국이 특히 취약한 상태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워싱턴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도 “한국은 미국, 중국과의 관계에 균형을 맞추는 섬세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며 “한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의 선두에 있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한국 기업들에는 취약점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된 기업에 지정된 품목 수출을 허용하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으로 규제 유예를 받았다.


이같은 유예 조치는 지난해 4월 한미, 같은해 8월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더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 주요 기업들의 공급망 유지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어찌보면 중국내에 미국의 첨단 공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의 두 공장의 제재 유예도 가능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 매체는 이런 유예 조치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관측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반도체 제조국으로서 한국의 핵심 역할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주로 제공하는 기술과 재료, 전문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반도체 부문의 선두 자리를 지키려면 중국이 아닌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이미 사드 배치로 한한령을 겪은 바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수출 통제 등 미중 싸움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대비해야만 한다. 동시에 우리 반도체는 중국이 아닌 시장 다변화에도 총력을 기울이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4월 공표된, 국가전략 기술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이른바 K-칩스법과 초격차 유지를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대단히 시의적절한 대책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기술의 초격차가 유지된다면 이는 역으로 미국을 향해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딜할 수 있고, 중국을 향해서도 당연히 큰 소리 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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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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