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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필리핀 또 충돌, “대만해협보다 남중국해가 더 위험” - '라이칭더 당선 축하' 후폭풍, 중국-필리핀 날 선 설전 - “미중 관계에서 대만해협보다 남중국해가 더 위험 - 필리핀, 남중국해서 中 견제 박차, 美와 군사훈련도 실시
  • 기사등록 2024-01-19 12:39:49
  • 수정 2024-01-19 12: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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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당선 축하' 후폭풍, 중국-필리핀 날 선 설전]


중국과 필리핀이 날 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대만 총통선거에서 라이칭더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이 축하 인사를 보낸 것에 대해 중국이 시비를 걸면서 비롯됐다. 이미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양국 관계는 이로 인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대만해협보다 남중국해가 더 위험하다고 말해 중국과 필리핀 관계가 더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지난 15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띄운 “필리핀 국민을 대표해 라이칭더 당선인이 대만의 다음 총통에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 앞으로 우리 국민을 위해 긴밀한 협력과 상호 이익 심화, 평화 조성, 번영 보장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올리면서 비롯됐다.


그런데 마르코스 대통령의 이러한 축하 메시지는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중국 외교부를 한 방 먹인 셈이 됐다. 중국 외교부가 14일, 브리핑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 국가 중 하나로 필리핀을 꼽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의 그러한 브리핑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필리핀 대통령이 대만의 라이칭더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를 중국측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능멸한 행위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더더욱 열을 받은 것은 필리핀의 대통령 명의로 라이칭더의 당선을 축하한데다가 대만 공식 국호 대신 ‘타이완(Taiwan)’을 썼으며, 일부 서방국가가 중국을 의식해 ‘닥터(Dr.) 라이칭더’라고 칭할 때 ‘대통령 당선인(President-elect)’이라고 했다는 점이다.


그러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이 축하 메시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했다”면서 “우리는 마르코스 대통령이 책을 많이 읽고, 대만 문제의 내력을 정확히 이해해 정확한 결론을 얻기를 건의한다”며 노골적으로 비아냥댔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16일 주중 필리핀대사를 초치해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우리는 필리핀에 대만 문제를 두고 불장난하지 말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수교 성명을 확실히 이행하며, 대만 문제와 관련한 잘못된 언행을 즉시 중지하라고 엄숙히 알린다”고 으름장을 놨다.


자국의 대통령을 중국 외교부가 비난하자 이번에는 필리핀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17일 성명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수준 낮고 저속한 언급으로 비열하게 우리 대통령과 필리핀 국민을 모욕하고, 나아가 그 자신과 외교부, 당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점이 불행”이라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이토록 저열하고 상스러운 표현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국가가 승인한 선전과 허위정보를 일상적으로 내뱉는, 우리 삶의 방식과 양립할 수 없는 당·정부 시스템의 대리인(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그렇게 멀리, 그렇게 낮게 갈 수 있다는 점을 보고 민주사회의 특권과 권리, 자유를 누리는 국가·국민인 우리는 결코 놀라서는 안 된다”며 “불행한 일이지만 나도 놀라워하지 않았다”라고 비꼬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을 비난하는 데 외교부가 아닌 국방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이다. 이는 필리핀 외교부가 전날 성명에서 “마르코스 대통령 메시지는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을 받아준 대만에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필리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다”며 수위를 조절하고 나선 것에 대해, 국방부가 강한 반발을 하면서 중국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하기로 기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필리핀측의 반발에 중국 외교부가 또다시 나서 필리핀측을 비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전날 필리핀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이 자신을 비난한 일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필리핀을 향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고, 14억 중국 인민의 감정을 건드는 것”이라며 “필리핀의 발언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국-필리핀 수교 성명을 엄중히 위반하고,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엄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은 레드라인으로, 대만 문제에서는 어떤 사람의 도발도 중국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며 “우리는 필리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대만 문제에서 잘못된 언행을 중지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미중 관계에서 대만해협보다 남중국해가 더 위험”]


사실 중국과 필리핀간의 말다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양국간 갈등이 결코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임의대로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인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그 구단선 안에 필리핀 영해까지 포함되면서 이런 저런 충돌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22년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필리핀과 중국 간 마찰이 잦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6일, “대만 대선에서 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미중 관계에서 대만해협보다 남중국해에서의 분쟁 위험이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면서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날 경우,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미중이 자체적으로 이를 억지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남중국해에서는 현재 중국과 필리핀 간 충돌 위험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군사 전문가 리제도 “남중국해가 대만해협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티모시 히스 선임연구원도 “필리핀군은 반군과의 대결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해군과 공군이 남중국해에서 순찰과 작전을 펼친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필리핀과 미국은 중국의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공동 순찰 재개에 합의하고 지난 3일부터 실행에 들어갔으며, 이에 중국도 해군과 공군 병력으로 '맞대응' 순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스티븐 나기 교수도 “남중국해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수십년간 국방력을 발전시켜온 대만과 달리, 필리핀은 지역 안보 체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중국의 공격에 대항할 역량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브라이언 하트 연구원도 “남중국해가 더 큰 화약고”라며 “중국이 계속해서 필리핀과 미국-필리핀 동맹의 힘을 조사하고 시험할 것이며 이는 남중국해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이 전례 없는 빈도와 강도를 보이는 것은 필리핀의 주장과 미국 쪽으로 기우는 태도에 대한 불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팅엄대 말레이시아 캠퍼스의 벤자민 바튼 부교수는 “마르코스 정부가 대중국 강경 입장을 유지한다면 긴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마르코스 대통령에게는 이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자본이 많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필리핀 내부에서도 필리핀의 해양 주권 수호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지지 기반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원 콜린 코 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을 기습 공격하는 데는 많은 계획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 징후가 포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기회의 창은 훨씬 더 줄어든다”면서 중국이 대만과의 직접 충돌보다는 군사력이 훨씬 약한 필리핀과 정면 충돌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필리핀, 남중국해서 中 견제 박차]


이런 가운데 필리핀도 중국과의 충돌을 대비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해상 군기지 시설 개선에 나서기로 해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로메오 브러너 필리핀 군 합참의장은 지난 16일, “현재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 9개 섬과 암초에 군기지를 구축해 운영 중인데, 이 중 티투섬과 난산섬 기지에는 염분 제거 및 통신 장비가 새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십여년 전부터 진행된 군 현대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함정과 군용기, 레이더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이러한 군사력 증강 작업이 진행된다면 당장 중국과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어 주목을 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 3일부터 이틀간 남중국해에서 항공모함과 구축함, 순양함 등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함정 4척과 필리핀 군함 4척을 동원해 공동 해상 순찰을 진행했다. 이에 중국도 같은 날 해군과 공군 병력을 투입해 '맞대응' 순찰에 나섰다. 강 대 강 대치가 지금도 필리핀 수역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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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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