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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스라엘에 뺨 맞은 미국, “인내심 바닥났다!” - 美 요청 반복해 거부한 이스라엘 - 이미 한달여전부터 깊어진 갈등, 미국은 고심중 - 美, “지금이 저강도로 작전전환 적기” 요구
  • 기사등록 2024-01-16 00: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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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청 반복해 거부한 이스라엘]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면충돌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백악관이 요청하는 내용들 대부분을 이스라엘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강경 입장 고수에 미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시작된 지 이날로 100일이 넘은 가운데,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강경한 입장 고수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악시오스는 이어 미국 관료 4명을 인용해 “미국이 선거의 해를 맞으면서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정치적 타격을 받으면서도 전례 없는 군사적, 외교적 지원으로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백악관과 의견 조율도 하지 않고 아예 거부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악시오스는 한 정부 관료의 말을 빌어 “상황은 엉망이고 우리는 꼼짝도 못 하는 상태다. 대통령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관계자도 “(미국 정부 내) 엄청난 좌절감이 있다”고 말했다.


전쟁과 관련해 미국 관료들과 긴밀히 접촉해 온 크리스 밴홀런 민주당 연방상원의원(메릴랜드)은 악시오스에 “모든 시점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적대감을 보이면서 모욕했다”며 “(백악관은) 네타냐후 연정에 간청하고 있지만, 계속 얼굴을 때려 맞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3일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20일 동안 소통하지 않고 있다. 당시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원천 징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세수를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거부했다.


악시오스는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화를 낸 부분은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몫으로 거둔 세금을 PA에 지급하는 것을 거부하는 한편,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충분히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 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제거 이후의 팔레스타인 대책인 '포스트 하마스'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으며, PA의 포스트 하마스 역할과 관련한 미국의 계획을 거부하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좌절감을 느끼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 대화는 끝났다”고 전화를 끊으며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가자 전쟁 초기 두 달 동안은 사실상 매일 통화했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두 정상이 통화하지 않는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할 것 없다”고 했으나, 한 미국 관료는 백악관 내부에 “이스라엘측의 태도에 미국은 엄청나게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한달여 전부터 깊어진 갈등, 미국은 고심중]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간의 갈등이 표출된 것은 이미 한달여 전부터다. 핵심적 이유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구상 때문이었다. 미국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전후 가자지구를 맡기자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 여론도 즉각적인 휴전 촉구와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의 비난과 외교적 고립을 감수해온 미국으로선 향후 노선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간)에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 이후'(포스트 하마스) 문제에 관해 계속 대립하고 있다”며 “나는 이스라엘이 오슬로의 실수를 반복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네타냐후가 말한 ‘오슬로의 실수’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에 대해 합의한 것을 일컫는다.


일단 네타냐후의 입장은 강경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는 하마스스탄(Hamas-stan)도 파타스탄(Fatah-stan)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파타스탄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당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면서 그들은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이스라엘을 직격하면서 “현 정부가 역대 이스라엘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정부 일각에서는 두 국가 해법을 반대하고 있고, 일각에선 모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보복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이스라엘을 향한 가장 강경한 발언”이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강 대 강 대치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설사 전쟁이 끝난다고 했을 때, 가자지구에 권력의 공백 상태를 불러 오면서 인도주의적 지원도 어렵게 되고, 또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간의 국경문제도 정면 대립중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에 1마일(1.6㎞) 안팎의 완충 지역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는 가자지구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포스트 하마스’와 관련해 아랍국가들과 상당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토니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로 가기 전에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를 방문해 ‘포스트 하마스’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교적 상황에서 미국은 네타냐후에 ‘포스트 하마스’ 문제를 제기했지만, 네타냐후가 사실상 미국의 방안에 거부 의사를 비친 것이다. 이스라엘 극우파들과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미국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물러설 수는 없다. 미국이 제안한 ‘포스트 하마스’ 방안을 이스라엘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아랍국가들도 이스라엘의 통치 방안을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더욱 열받게 하는 것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일고 있는 가자지구 재점령론이다. 여기에 내년 선거를 앞둔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강경론을 고수하면서 당분간 타협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美, “지금이 저강도로 작전전환 적기”]


당장 하마스와의 전쟁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의 여부에 대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생각은 차이가 난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에 군사 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할 것을 재차 압박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BS 방송에 나와 “우리는 이스라엘과 (군사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이 그 전환을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를 위해서 공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일부 군대를 철수시키는 등 몇 가지 사전 조치를 취했다”라면서 “우리는 모든 군사 작전이 더 낮은 강도로 진행돼야 하며, 더 정확한 비율로 표적을 겨냥하고 공습에 덜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 커비는 이어 “저강도 단계로 전환할 때가 곧 다가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하마스를 공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마스는 여전히 실제 위협이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 이스라엘도 수긍을 하고 있지만, 실제 작전으로의 이행속도는 매우 느리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고강도 작전 대신 다양한 형태의 특수작전으로의 전략 변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미국 측에 이달 말까지 전쟁 국면이 전환될 것이라고 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 내에서는 “저강도 전쟁 전환 시간표가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갈란트 장관은 지난 9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에게 “하마스 지도부를 찾고 인질을 구출할 때까지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에서 작전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요구를 이스라엘이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 규모를 상당한 수준으로 축소하지 않게 된다면,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NSC 측은 악시오스에 “이스라엘이 하마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고통을 완화하고 가자지구 지원을 늘리며, 모든 인질의 석방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커비 조정관도 미국과 이스라엘간의 의견 충돌에 대해 “우리는 이스라엘과 강도 높게 대화하고 있으며 이 대화는 효과가 있다”면서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양국간에 의견 충돌이 더 심해진다면 파국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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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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