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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이 후티반군 때려도 이란이 전면전 꺼리는 이유? - 다시 등장한 토마호크, 서방 다국적군 대규모 응징 - "후티 공격력 손상 30%뿐", '은밀한 카드' 꺼낸 미국 - 중동 전쟁 소용돌이, 확전 망설이는 이란
  • 기사등록 2024-01-15 12:35:28
  • 수정 2024-01-15 13: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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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토마호크, 서방 다국적군 대규모 응징]


미국과 영국이 결국 후티반군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미국과 영국이 11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간) 세계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공격해온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한데 이어 12일(현지시간) 새벽에도 예멘의 수도 사나 인근을 토마호크 미사일로 공습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전투기, 함정, 잠수함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대응으로 수개월간 홍해 선박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예멘 전역에 수십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면서 “목격자들은 수도 사나와 예멘의 세 번째 도시 타이즈의 공항 인근 군사 기지, 예멘의 주요 홍해 항구 호데이다의 해군 기지, 해안 하자 주지사의 군사 시설에서 폭발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또한 “예멘 후티 반군 근거지에 대규모 폭격을 가한 지 하루만인 13일(현지시간) 오전 3시45분께 예멘에 있는 후티 반군 레이더 시설 한 곳을 공격했다”고 밝히고 “이는 전날 공습과 관련된 특정 군사 표적에 대한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카니함이 토마호크 미사일(사거리 1250㎞)을 이용해 단독 작전을 수행했다”면서 “이번 공격이 상선을 포함해 해상 선박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 능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표적 공습은 미국과 우리의 파트너들이 우리 인원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거나 적대 행위자들이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면서 “후티 반군이 홍해 상선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경우 확실히 추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국은 후티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추가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그들은 전 세계 목적지로 향하는 각국 선박을 공격했다”면서 “우리의 합동 작전은 이란의 지원으로 쌓은 후티의 능력을 저하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티 반군은 전방위 보복을 예고했다. 후티 반군 최고정치위원회는 전날 공식 매체에 낸 성명에서 “예멘 공화국(반군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침략을 선포한 미국·영국의 모든 이익이 예멘군의 직접적이고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전날 미국과 영국의 공습 이후 예멘 남부 아덴만에서 한 상선을 향해 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후티 공격력 손상 30%뿐", '은밀한 카드' 꺼낸 미국]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효과적이었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13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의 근거지에 대한 추가 공격을 단행한 배경에는 “실제로 타격을 받은 건 후티 공격력의 30% 이하”라는 미국 군 당국의 분석이 나온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의 맹공에도 후티 반군의 공격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청한 미군 관계자 2명은 뉴욕타임스(NYT)에 “정밀유도탄 150개 이상을 쓰면서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 비행장, 군 기반 시설 등을 타격해도 그들이 지닌 공격력의 약 20~30%만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빌랄 이 사브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연구원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연합군 공격이 후티 반군 조직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무기 공급을 비롯해 이란에 절대적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런 식의 무력 공격과 이란과의 외교 지렛대 활용을 병행하면 중동 정세를 위협하는 후티의 도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마이클 나이츠 워싱턴 중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이란에 대한 외교적 노력과 결합해 정밀 공격이 이뤄진다면 홍해의 '항해 자유'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군의 추가 공격이 있었던 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전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힌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업용 선박을 공격한 책임이 이란에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란을 외교적 노력으로 구슬려 후티 반군의 공격을 멈추게 할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동 전쟁 소용돌이, 확전 망설이는 이란]


우리 신문은 이미 이스라엘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이 홍해 선박을 공격하는 예멘 후티 반군 거점에 대해 전격적으로 공습을 가했음에도 또다시 그렇게 말하는 배경에는 이란의 태도가 숨겨져 있어서다.



로이터 통신도 지난 12일(현지시간) “후티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은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에 대해 ‘불안과 불안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이란 내부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이란이 사태에 전면전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서, 서방의 공습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이란의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우리는 후티의 싸움을 지지한다”면서도 “후티가 직접 결정을 내리고 있고, 우리는 이 지역에서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을 멈추는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도 “이란이 잠재적 보복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분쟁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면서 “지역 내 다양한 이란 대리인들의 대응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의 대규모 확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미국은 이번 후티반군에 대한 공습은 이란이나 헤즈볼라 등을 향한 것이 아니라, 단지 후티반군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 미군을 추가 배치할 계획도 없음을 밝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니 이란과의 정면 대결이나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수석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위기 고조와 지역적 혼란의 위험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이란이 자국 영토가 공격받지 않는 이상 직접 싸움에 뛰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정치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도 “이란이 잠재적 보복에 직접 노출될 것을 우려해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며 “이번 공습에 대해 이란이 대응 수위를 크게 올릴 것 같지 않다”고 짚었다.


실제로 예멘 내전이 어렵사리 휴전의 단계로 들어섰는데, 중동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자칫 내전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쟁의 확대를 극히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대표적인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반군에 대한 공습을 사실상 찬성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후티반군에 대한 공습을 하는데 있어 미군의 기지 사용을 허락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변의 다른 수니파 국가들의 행동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이란이 직접 나서지는 않고 이라크와 레바논 등지의 대리 세력을 통한 도발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지역 내 다양한 이란 대리 세력으로부터의 대응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알누자바 민병대도 “지금부터 미국 및 연합국의 이익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시 이라크를 거점으로 하는 친이란 무장 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미국의 이번 공격은 걸프만을 포함한 역내 전체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이라크와 시리아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이 우리 드론과 로켓의 정당한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후티반군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공격이 홍해 항로의 안정이라는 의도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파레아 알무슬리미는 “이번 공격은 홍해에서 후티의 추가 공격을 막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안보 전문가 안드레아 크리그 교수도 “후티가 고도로 기동화한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공격이 후티의 공격 의지나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9년간 예멘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결과 후티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앞으로도 홍해에서의 후티반군과 이란의 대리세력들의 개입으로 인한 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란이 직접 선봉에 나서서 미국과 맞대결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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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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