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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삐걱대는 중러관계, 시진핑과 푸틴의 동상이몽 - 중러 외교수장간 회담, 또 이견 드러냈다! -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첨단기술 제공, 중국 동의안해 - 미국 눈치보는 중국, 러시아-북한과 거리두기
  • 기사등록 2024-01-12 2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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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다르고 속다른 중러 관계, 또 이견 드러냈다!]


지난 10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전화통화를 갖고 다양한 국제문제를 논의했지만 서로 이견만 드러낸데다, 양국 외교부의 발표 내용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번 양국 외교 수장간 통화의 핵심에는 한반도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를 공개하는 데 있어 양국은 현격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러시아는 아주 구체적으로 장황하게 설명을 했지만, 중국측은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침묵’ 또는 ‘회피’ 모드를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들 두 나라의 대외 발표가 왜 이렇게 온도 차이가 나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 한반도 주변 정세,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의 상황 등 국제 의제에 관한 여러 긴급 현안이 다뤄졌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날 전화회담 결과에서는 “양측은 공통 관심사인 다른 국제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면서도 한반도 문제가 다뤄졌다는 사실은 아예 거론하지도 않았다.



사실 외교부의 공식 보도자료나 성명, 또는 대변인 발표는 그 나라의 공식적인 견해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 판단 자료가 된다.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 외교부간의 발표 내용에서, 특히 한반도에 관해 분명한 입장차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외교부의 발표 내용들과 다른 국가간 회담 후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한반도 문제에 관해 뭔가를 발표할 때는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당연히 한반도, 특히 대한민국과 관련해 관계가 좋을 때는 한반도 관련 논의 사실을 솔직하게 공개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논의 자체를 아예 숨기거나 내용 공개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한국과 북한에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중국과 러시아 외교수장간 통화에서 러시아의 설명대로 한반도 문제가 분명히 거론된 것은 맞지만, 양측간 이견이 생겼거나 내용을 공개했을 경우, 중국 외교에 오히려 불리할 가능성이 있어서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국 중국 외교부가 의도적으로 한반도 논의 사항을 축소 또는 의도적으로 편집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은 왜 한반도 문제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분명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 양측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면서 러시아는 자랑스럽게 노출했지만 중국은 이를 숨겼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그랬을까?


우선적으로 중국측은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 현안에 필요 이상으로 ‘밀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자체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이는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들이 보도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양국간 밀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진찍기용 과시일 뿐이고, 실제 외교 내용의 본질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이 최근 북한과 러시아간의 무기 거래와 러시아의 군사기술 이전 등의 문제에 대해 중국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이를 묵인하거나 동조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번 중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이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중국이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미국의 눈치다. 미국은 최근들어 북한이 러시아에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정보력’을 과시한 바 있는데, 이는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포탄 제공과는 차원이 또다른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점에서 중국도 상당히 신경쓰이는 일이고 그래서 이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분명한 것은 라시아와 중국은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발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천양지차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제재를 받게 된다면, 그야말로 중국은 석기시대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특히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수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미국의 중국을 향한 디리스킹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 정면 충돌하게 된다는 것은 곧 중국 공산당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는 엄청난 사변이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급작스러운 붕괴는 글로벌 경제를 완전히 빙하시대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특히 무너지는 제국의 내리막길이 정말 위험하다. 그땐 죽기살기로 덤벼들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미국도 중국에 대한 위기 관리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점에서 미중 양국은 긴 갈등 끝에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관계를 ‘갈등의 심화’가 아닌 ‘관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자칫 러시아나 북한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국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 양측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면서 만약 중국이 고개를 끄덕거려 줬다면 당연히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 기술 제공마저도 중국이 용인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번 중러 양국간 외교수장 대화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상세하게 중국측에 설명을 했겠지만 중국은 이를 듣기만 하고 어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북중러 3각 협력에도 부정적 태도 보이는 중국]


또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북중러 3각 협력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정상회담 전에 북중러 3각 군사협력의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대해 가부를 밝히지 않고 침묵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2월 25일, “지난 11월, 4년 만에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의 첩보 위성 발사가 임박한 가운데 동북아의 '안정자'가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블록 기반 협력에 반대했다”면서 “북한의 정찰위성은 9월의 푸틴-김정은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평양과 모스크바의 긴밀한 파트너인 중국은 이러한 북-러간 밀착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전했다.


SCMP는 이어 “관측통들은 중국이 러시아, 북한과의 3각 축에 끌려가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으며, 북-중-러 3각축의 결집이 오히려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새로운 냉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 이렇게 3자가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을 철저하게 꺼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중국을 나란히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3자가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지린대학교의 동북아 연구 전문가인 비욘 알렉산더 두벤(Bjorn Alexander Duben)은 “중국이 평양 및 모스크바와 긴밀한 양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3각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블록 구축'에 관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벤은 이어 “원칙적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심화에 만족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국의 이해관계는 분명히 엇갈린다”면서 “결정적인 것은 러시아와 북한은 모든 국제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중국은 그러한 북-러의 움직임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국제관계에서 안정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두벤은 또한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사소한 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지만, 중국의 심각한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글로벌 불안정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여전히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런 차원에서 지난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두 강대국 간의 긴장 고조를 관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중러 양국간 외교수장 회담 결과를 보면 중러간에 확실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전화통화와 관련해 “양 측은 양국 간 고위급 및 최고위급(정상)의 향후 접촉 일정도 검토했다”라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는 “고위급 교류 강화” “고위급 왕래”에 대한 왕이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 각각의 발언이 있었다고만 하면서 간략하게 소개했을 뿐이다. 이것이 중국과 러시아간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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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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