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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김정은이 일본에 이례적으로 지진 조의를 보낸 이유? - 김정은의 지진 위로 메시지에 당황한 일본 - 김정은이 이례적 서신을 보낸 이유, 제재 해제가 목적 - 북한의 도발이 북일관계에 걸림돌
  • 기사등록 2024-01-09 12:12:48
  • 수정 2024-01-09 12: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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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지진 위로 메시지에 당황한 일본]


지난 1일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으로 최소 130여명이 사망한데 대해, 북한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애도의 뜻을 전하자 이를 받은 일본 당국이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김정은은 이전에는 자연재해가 발생한 후 일본에 개인적인 애도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었으며, 대신 다른 공산주의 정권과 주요 전략적 파트너에 대한 유감의 표현은 보낸 바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김정은의 이 서한에 당황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이런 서한을 보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은 지난 3일 IS의 폭탄테러로 100여명이 숨진 이란의 지도부에 조의를 표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전에도 자연재해나 고위 관리의 사망의 경우에 중국이나 러시아 등 북한과 수교한 국가에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쿄 와세다 대학의 교수이자 북한 전문가인 시게무라 도시미츠는 “일본 정부는 이 메시지에 완전히 놀랐고 여전히 김 위원장의 논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으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에 대해 “피해 지역 주민들이 하루빨리 지진의 여파를 떨쳐내고 안정적인 생활을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일본에 이례적 서신을 보낸 이유?]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에서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호칭한 것이 도쿄에서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시게무라 도시미츠는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집권 당시 이번 재난보다 훨씬 파괴적이었던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때도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었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김정은의 서신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김정은의 서신에는 두 가지의 동기가 있다”고 밝혔다.


시게무라 도시미츠는 우선적으로 “북한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일본이 제재를 완화하기를 바라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면, 일본이 일부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현재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일련의 지하 핵실험,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군사용 첩보 위성 개발 및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또한 북한 정권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을 석방하도록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독자적인 제재를 가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17명의 일본인이 납치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인권 운동가들은 실제 납치자 수가 1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이 이례적 조의를 표명한 두 번째 이유는 북한과 한국의 관계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최근 며칠동안 한국의 윤석열 정부에 대해 실사격 포병훈련을 하면서 적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시게무라 도시미츠는 “김정은은 윤석열 대통령이 추구하는 한미일 안보 동맹을 흔들려는 의도로 일본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위기상황을 조성하려는 의도와 함께, 서울과 도쿄가 더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게무라 도시미츠는 이어 “김정은은 일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윤석열 정권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고, 또한 다가오는 선거에서 패배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불안감 조성을 위한 도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좌파 야당에 대한 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그들이 야기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불안정성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면서 “보수 성향의 윤석열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북한에 대해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으며, 그런 점에서 북한은 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뒤흔들어 선거에서 패배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직 외교관이자 국가정보원에서 일한 바 있는 한국의 나종일 교수는 SCMP에 “김정은의 대 일본 메시지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일본과 오랫동안 끊어졌던 관계를 일정 부분이라도 회복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북한과 일본간 대화가 일부 진전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나종일 교수는 이어 “지난해에 북한과 일본 외교관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는 모호한 보도도 있었고, 더불어 북한이 일본과 대화하기를 열망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종일 교수는 그러면서 “이런 일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만약 북일간 회담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면 양국 정부가 더 나은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나종일 교수가 언급한 북한과 일본간의 만남이란 지난해 9월 28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해 3월과 5월 두차례 동남아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관계자들과 비밀 접촉했다고 양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일컫는다.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위한 환경정비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최대한 빨리 평양에 고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으나, 양국 간 입장차 등으로 협상은 현재 정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간 소규모 비공식 모임에서 양국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진행됐으며, 북한은 일본과 대화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참석자들은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기시다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전달했다. 또한 북한에 일본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부정하지 않았지만 '납북피해자'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비밀 접촉에서도 일본 정부가 일본인 납북자 전원의 조기 귀국을 요구하는 데 대해,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접근하는 등 국제 정세 변화도 있어 북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교섭은 현재 정체된 상태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의 취재에, 지난해 봄 북일 간 비밀 접촉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 측은 접촉한 조선노동당 관계자가 김 위원장과 가까운 당직자로 이어질 수 있는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과 회담할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에 열의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납치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납치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일본과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협력을 기대하는 북한과 입장차도 큰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계속 정부 고관을 파견할 타이밍을 찾고 있지만, 총리관저 관계자는 “곧바로 사태가 움직이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북한의 도발이 북일관계에 걸림돌]


북한과 일본간의 관계 개선에 있어 또 하나의 걸림돌은 북한의 이어지는 도발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열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어서 일본은 그동안 아주 민감하게 대응을 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일본이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이 아무리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 할지라도 급격한 접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 당국의 완전한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여전히 난제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을 김정은이 그럼에도 일본에 그야말로 이례적인 서한을 보냈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북한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단 오는 11월의 미국 대선을 기다리면서 동시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탈출구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아닌가 보인다.


그럼에도 김정은의 획기적인 태도 변화없이 김정은의 꿈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트러블메이커로 국제사회의 낙인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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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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