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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만 상공에 뜬 17개 정찰풍선, 무모한 중국의 선거개입 - 총통선거 앞둔 대만, 중국 정찰 풍선 문제로 시끌 -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대만 선거에 불안감 조성 - 중국의 대만총통 선거 개입,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여론
  • 기사등록 2024-01-06 23: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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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선거 앞둔 대만, 중국 정찰 풍선 문제로 시끌]


오는 13일의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이 중국이 보낸 정찰 풍선 문제로 시끄럽다. 무려 17개의 정찰 풍선이 대만 상공으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총통선거를 앞두고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이 수작을 벌이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압박이 오히려 중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오는 풍선의 수가 새해 접어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대만 국방부는 중국 본토에서 17개의 풍선이 날아왔다고 밝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 국방부는 “드론과 풍선을 대만으로 보내는 것은 중국의 '회색 지대' 전술로서, 대만인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중국판 '인지 전쟁'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사실 대만과 중국은 대만해협에 중국본토와 대만 섬을 구분하는 중앙선을 긋고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시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 인민해방군(PLA)은 거의 매일 전투기를 보내 중앙선을 침범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중국이 보낸 풍선이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아예 대만섬 상공까지 날아 오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보낸 풍선이 눈에 띈 것은 지난 12월 7일부터다. 중국은 단지 기상관측용 풍선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미국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대만에서는 이를 정찰용 풍선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도 성명을 통해 “공산당이 회색 지대 공격과 침입의 수단으로 드론과 공중 풍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이러한 작업은 선거를 앞둔 대만인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중국에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무언의 압박용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중국이 회색지대 전술(gray zone tactics)을 쓰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무력충돌이 아닌 정보나 경제력 등을 활용해 적국의 정책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 풍선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5일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당국이 기상용 풍선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본토 위협론'을 과장하기 위해 풍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항공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대만에서 관측된 본토 풍선은 기상용으로, 바람 때문에 날아간 것”이라며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중국 풍선이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들기 위한 '회색지대 전술'의 일부일 수 있다”면서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 유권자들에게 대만을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보연구원 커융썬 연구원은 풍선이 총통 선거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관측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NYT에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풍선이 더 위협적”이라며 “중국은 군용기나 군함으로 (대만을) 괴롭혔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낮은 강도의 협박과 괴롭힘을 위해 풍선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또한 풍선 외에도 전투기 및 군함까지 동원해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5일,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INDSR) 산하 중공정치군사작전개념연구소 커융썬 연구원이 전날 공개한 '실시간 평가분석'을 통해 “총통선거를 앞두고 중국군이 전투기, 군함 및 '정찰 풍선' 등 3박자를 갖춘 복합적 압박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커 연구원은 “중국이 지속적으로 회색지대 전술을 이용한 충돌과 복합적 방식을 통한 무력시위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는 13일 치러지는 대만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같은 행동은 속내가 보인다”면서 '음흉한 야심이 뻔히 보인다'는 의미를 담은 사마소지심(司馬昭之心)이라는 성어에 비유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중국]


중국이 대만을 향해 풍선을 보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오는 13일 열리는 총통 및 의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다. 중국은 최근들어 노골적으로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담당기구의 수장인 쑹타오 공산당 중앙 대만공작판공실 및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대만인들을 향해 조국의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쑹 주임은 2일 잡지 '양안관계' 2024년 신년호에 실은 '방향을 확고히 하고, 미래를 개척하자'라는 제목의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난 1년간 '양안일가친'(兩岸一家親·양안은 한 가족) 이념을 고수하고 동포들이 목소리에 부응해 교류를 재개·확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는 평화통일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견지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며 대만 독립 분열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며 “이것은 신시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필연적인 요구이자 현재 양안 관계 발전의 대세를 보여주는 것이고, 양안 동포들의 공동 염원이자 공동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12월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 좌담회’ 자리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대세(大勢)이고, 대의(大義)에 부합하며, 인민들이 바라는 바이다. 조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하며,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했다.


또 “새 시대 당의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총체적 계획,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九二共識·본토와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견지하여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각 분야의 융합·발전을 심화하고, 양안 관계의 평화·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면서 “그 누가 어떤 방식으로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하고자 하든지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시진핑의 이날 대만 관련 발언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과 수사(修辭)를 반복한 것이지만,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왔기에 경고 메시지로 해석됐다. 대만 선거판에서 반중·독립 성향의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이 간발의 차로 친중 성향 제1야당인 국민당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진핑의 발언 이후, 대만 내부에서도 여당인 독립성향의 민진당이 재집권할 경우, 무력충돌이 우려된다는 식의 전쟁 불가피론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만인들의 불안감 극대화로 친중적 후보를 선택하도록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의 관영언론들이 앞장서서 부추기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왕짜이시(王在希) 전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이 한 포럼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 8년간 대만 독립을 추진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반을 파괴했다”면서 “집권 민진당의 라이 후보는 급진적인 대만 독립분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이칭더가 집권하면 양안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대만 독립을 추구하면 조만간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만총통 선거 개입,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이 대만 총통선거에 개입해 친중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회색지대 전술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집권 민진당은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진당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대만 유권자를 협박해 친중 정당에 투표하도록 하고 있다”며 “중국공산당의 이 같은 선거 개입이 유권자의 반감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만의 전반적인 여론도 중국의 대만을 향한 압박전술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심지어 중국의 강경한 행보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지 전문가들 지적도 나왔다.


판스핑 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민주와 독재', '전쟁과 평화'의 대결로 요약된다”면서 “(친중정당인) 국민당은 유권자가 '92공식'을 지지하는 국민당을 선택하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판스핑 교수는 “하지만 민진당은 유권자가 92공식을 지지하는 국민당을 선택하면 민주를 잃게 되지만, 92공식을 지지하지 않는 민진당을 선택하면 민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립·친미 성향 집권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후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면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을 지키지 못한다”고 밝혔다.


전반적 상황으로 봤을 때, 총통 후보들간에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대만의 유권자들을 향해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친중 후보를 선택하지 아니하면 전쟁이 날 것처럼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친중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장촨셴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1996년 실시된 대만의 첫 총통 직접 선거 당시 사실상 민진당 지지 행보를 한 리덩후이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중국이 대만 주변에 미사일을 발사, 제3차 대만해협 위기를 일으켰지만, 오히려 결과는 리덩후이의 초대 민선 총통 당선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2016년 대만 대선 당시,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周子瑜)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대만독립 분자'라고 공격받은 사건도 거론하면서 “쯔위가 총통 선거 전날 밤 사과 동영상을 올린 것이 대만 젊은이들로 하여금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를 더욱 지지하게 된 중요한 원인이 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판스핑 교수도 “중국 당국이 경고 수위를 높이고 경제 제재 등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다고 해도 선거 결과에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대만인의 반감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여론 흐름은 집권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더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 정세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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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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