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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쟁 확대를 조심하는 이유? - 하마스 넘버3 제거 후폭풍 요동치지만 확전 가능성은 낮아 - 이스라엘 공격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이란과 헤즈볼라 - 美 항공모함 철수, 전쟁 확대 가능성 낮다는 판단
  • 기사등록 2024-01-05 0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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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넘버3 제거 후폭풍]


이스라엘군(IDF)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시설을 공격해 하마스 정치국의 이인자이자 하마스 전체 서열 3위로 평가받는 살레흐 알아루리를 살해하면서 중동 전체가 후폭풍에 휩싸였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이란은 즉각 보복 의사를 밝혔고, 레바논 총리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당장 중동이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까? 세계의 주요 언론들이 보도하는 흐름은 ‘확전’이다. 특히 이란까지 테러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보복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당연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제 중동 전체의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스라엘 공격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이란과 헤즈볼라]


그런데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3일(현지시간) “무장 단체의 지도자들은 베이루트 공격에 대해 노골적인 위협을 자제하면서 신중한 대응을 보였다”면서 “이란은 지난 10월 7일의 하마스에 의한 이스라엘 공격 당시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일종의 거리두기를 한 것같이 이번에도 말로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보복 행동을 선언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베이루트 공습을 ‘침묵할 수 없는 중대하고 위험한 범죄’라고 말했고, 또한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전쟁을 시작하면 ‘후회할 것’이며 헤즈볼라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명시적인 위협을 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이란은 10월 7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 전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이는 이란 세력이 자칫 이스라엘과의 확전에 참여했을 때, 미국의 참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말해 미국이 이스라엘 전쟁에 참여할 명분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이란의 행동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분석가들은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연설하기 전 이미 헤즈볼라가 신중한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이는 이란에 의해 수위 조정을 당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헤즈볼라 서열 3위의 사망이 주는 의미]


사실 하마스 '넘버 3' 살레흐 알아루리의 피살은 충격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레바논의 베이루트 남부에서 6명이 사망한 공습은 정확하고 신중하게 조준된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스라엘은 이 공격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에 의한 기습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지난 10월 7일의 하마스 공격과 관련해,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었기에 당연히 처단대상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하마스가 가자지구와 중동의 다른 지역에서 조직원들에게 돈과 무기를 전달하는 것을 돕고, 하마스를 이란의 군사 네트워크에 더욱 긴밀하게 통합시켜온 가장 노련한 전략가 중 한 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종교적 강경파인 살레흐 알아루리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 기습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물로, 인질 석방 협상에서도 가장 비타협적인 인물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니 이스라엘로서는 당연히 처단 대상에 올려놓고 이 작전에 모사드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모사드는 3일, 레바논에서 드론 공격으로 하마스의 고위 관리가 사망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 공격에 책임이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모두 추적해 사살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보도했다.


특히 이러한 발언은 1972년 뮌헨에서 열린 이스라엘 올림픽 선수단 살해 사건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대한 이스라엘의 유혈 보복을 감독했던 전 모사드 국장 즈비 자미르의 장례식에서, 이스라엘 외무정보국 수장인 데이비드 바네아(David Barnea)가 직접 공언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을 갖는다.


결국 하마스의 지난 10월 7일 기습과 관련된 핵심 지도자들에 대한 보복은 모사드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며, 이를 이유로 이란까지 나서서 직접 전쟁 확대에 발을 담근다는 것은 사실상 생각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란이 말로는 강력한 보복을 공언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팔레스타인 세력들을 향한 것일 뿐이고, 실제 행동으로는 이스라엘 북부에서 일정 부분의 보복 공격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예상한 것이다.


반면, “민간인 사망자를 낸 텔아비브 로켓 공격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공격을 촉발할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예상했다. 이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에서 3일(현지시간) 열린 군사 영웅 추모식을 겨냥해 자행된 테러로 100명 가까이 사망자가 난 사건으로인해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스라엘도 이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사실상 이란도 공격 특성을 볼 때, 이란 내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그렇게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테러가 이스라엘과의 확전 명분은 결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군사적 충돌 확대 가능성]


이렇게 이란의 이번 전쟁 개입 가능성이 낮다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어떠할까? 여기에 중대한 변수는 레바논의 경제상황이다.


만약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정면 충돌을 하게 된다면, 이로인해 레바논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레바논의 주요 정당중 하나인 헤즈볼라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 텔레그래프의 예측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불과 3주 전 이스라엘 북부 국경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하고 있는 일을 베이루트에서도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나스랄라 또한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라엘 연립정부가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레바논에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여 네타냐후 이후를 대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또한 지금 상황에서 헤즈볼라와의 전쟁에 힘을 쏟아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에밀 호카옘 지역 안보 담당 국장은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의 확전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헤즈볼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헤즈볼라의 군사력을 간접적이고 결정적이지도 않는 전쟁에 낭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전쟁이 시작된 후,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이미 100여명의 헤즈볼라 병사들이 사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스라엘의 군사력의 위력을 이미 경험한 헤즈볼라의 지도부가 섣불리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텔레그래프의 진단이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도 “헤즈볼라의 지도부가 이스라엘과의 전쟁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전사들이 개별적으로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예측했다.


[美 항공모함 철수, 전쟁 확대 가능성 낮다는 판단]


로이터 통신은 3일, 익명을 전제로 기자들을 만난 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빌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볼 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명백한 의사가 없으며,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선 긴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헤즈볼라가 주기적으로 국경 너머로 발포를 하고, 이스라엘이 응사하는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미국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국이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동지중해로 급파했던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가 수일 안에 동지중해를 떠난다”고 ABC뉴스가 1일 보도했다.


ABC 취재에 응한 2명의 미국 관리는 “제럴드 포드호,및 포드 호와 함께 선단을 이뤘던 배들이 수일 안에 모항인 미 버지니아주 노퍽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포드호가 정해진 계획에 따라 복귀하는 것이며, 포드호가 떠난 뒤에도 미국은 지중해로의 순양함, 구축함 추가 배치 등을 통해 계속 중동지역에 상당한 전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드호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모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BC는 이어 “미국이 포드호에 이어 중동 지역에 추가로 배치한 또 다른 핵추진 항모인 아이젠하워호는 현재 예멘 동쪽 아덴만에 자리하고 있으며, 계속 중동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이 중동 전체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고갈 가능성은 아직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엉뚱한 곳에서 강력한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계속 주시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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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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