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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해관계 엇갈리는 북-중-러, 중국은 북한 제어 능력 없다! - 북한과 러시아 밀착에 적절하게 거리두는 중국 - 북-중-러 합동군사훈련 제안에 회피하는 중국 - 중-러 사이에서 눈치게임하는 북한 중국도 알고 있다!
  • 기사등록 2023-12-27 11: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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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에 침묵하는 중국]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 등으로 밀착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북러 양국간의 협력관계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편승하게 되면 3각축이 형성되면서 ‘신냉전’이 촉발될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지난 11월, 4년 만에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의 첩보 위성 발사가 임박한 가운데 동북아의 '안정자'가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블록 기반 협력에 반대했다”면서 “북한의 정찰위성은 9월의 푸틴-김정은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평양과 모스크바의 긴밀한 파트너인 중국은 이러한 북-러간 밀착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전했다.


SCMP는 이어 “관측통들은 중국이 러시아, 북한과의 3각 축에 끌려가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으며 북-중-러 3각축의 결집이 오히려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새로운 냉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지린대학교의 동북아 연구 전문가인 비욘 알렉산더 두벤(Bjorn Alexander Duben)은 “중국이 평양 및 모스크바와 긴밀한 양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3각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블록 구축'에 관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주 베이징을 각각 방문해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개별 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두벤은 “원칙적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심화에 만족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국의 이해관계는 분명히 엇갈린다”면서 “결정적인 것은 러시아와 북한은 모든 국제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중국은 그러한 북-러의 움직임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국제관계에서 안정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두벤은 이어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사소한 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지만, 중국의 심각한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글로벌 불안정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여전히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런 차원에서 지난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두 강대국 간의 긴장 고조를 관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인도 태평양에서 군사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과 같은 주요 쟁점에 대한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아마도 중국과 미국이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북-중-러 합동군사훈련 제안에 회피하는 중국]


이런 측면에서 중국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중국과의 3자 해군 훈련에 북한을 초청할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SCMP의 견해다.


실제적으로 미국과 조약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은 인도 태평양에서 '점점 더 독단적으로 변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동아시아의 두 이웃 국가와의 관계도 긴장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난 달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은 경제 협력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도 파국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인민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스인홍은 “최근 미국, 일본, 한국과의 관계 개선 조짐을 감안할 때, 중국이 합동 군사 훈련과 같이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는 러시아 및 북한과의 3자 활동에 관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스인홍 교수는 이어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데, 중국은 한반도의 높은 긴장감의 원인 중 하나인 북한과 더 가까워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중국 및 한국 문제 전문가인 류용욱 교수도 “중국이 북-중-러 3자 군사 훈련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을 비난해 온 ‘신냉전’이 도래할 수도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주재 중국과 미국 대사들은 지난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최근 군사 활동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19일에 비난을 주고 받았다. 북한이 올해 들어 다섯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역대 최다 횟수로, 미국이 한국과의 합동 군사 훈련에 핵 작전 훈련을 포함시키기로 한 데 이어 미국 핵잠수함이 한국 항구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우드 미국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가 나머지 이사국들과 함께 북한에 대해 ‘행동’할 것을 요구했고, 중국의 겅솽 대변인은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면서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고 지역 군사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특정 국가’를 비난했다.


[중국은 북한 행동을 조율할 능력 없다!]


지금 중국은 북한의 군사 개발을 비난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으며 새로운 안보리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이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한국과 미국이 합동 군사 훈련을 중단하는 '쌍중단'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몇 차례 핵 협상을 진행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공통된 접근 방식에 합의하지 못해 교착 상태로 끝났다. 이후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강화하고 7차 핵실험을 위협했으며, 이에 대응하여 미국과 한국은 대규모 군사 훈련을 확대했다.


이와 관련해 관측통들은 중국이 북한을 너무 강하게 압박하면 북한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용욱 교수는 이에 대해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얽매이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반도의 불안정과 갈등을 조장하지는 않지만,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는 한반도의 불안정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의 관심과 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이어 “중국이 미국 및 대만과의 경쟁과 같은 다른 문제보다 한반도를 얼마나 우선시하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따라서 중국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제한하는 데 실제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중국의 조언이나 제안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제 사회는 중국에 북한의 군사적 침략을 막기 위한 협력을 거듭 촉구해왔지만, 중국은 북한에 필요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종종 암시해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월 한국이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한 질문에 “중국과 북한 간의 좋은 관계와 중국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역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이 북한 및 러시아와 동맹을 맺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현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 부소장)은 “러시아와 북한 간의 긴밀한 협력에 대한 중국의 ‘방관자적 태도’는 ‘파트너 국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셀은 이어 “중국은 중국이 통제할 수 없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르거나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러셀은 또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사실을 부인한 것을 예로 들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에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는 수사적 지원과 기타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보복이나 국제적 비난을 받을 위험이 있을 때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공개적인 지원을 주저한다”고 말했다.


[중-러 사이에서 눈치게임하는 북한]


러셀은 더불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북한의 동맹 강화를 경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셀은 “북한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한 강대국을 다른 강대국과 대결시키려고 노력해 왔는데, 김정은의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기회주의적 포용이 가장 최근의 예”라면서 “김정은은 중국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거나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9월 푸틴과 만났을 때, “러시아와의 관계가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해 북한이 베이징에서 모스크바로 방향을 선회했는지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김정은은 푸틴과의 회담 일주일 후, 중국 지도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평소처럼 가깝다’는 것을 확신시키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을 방문한 최초의 북한 고위 관리인 박명호 외무성 부상은 지난 18일 방중에서 왕이부장을 만나 “중국과 조선(북한)의 전통적 우의는 양당·양국의 전 세대 지도자들이 직접 수립한 것으로 양측의 귀중한 자산”이라며 “공동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명호의 방문은 2019년 이후 만나지 못한 시 주석과 김정은이 내년에 직접 회담할 수 있는 길을 닦는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 윤 선은 “중국은 원조와 무역을 통해 북한 경제를 지원하는 가장 큰 단일 국가이며, 또한 중국은 오늘날 지역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북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만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간을 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북-중-러 3국간 관계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과 편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들에서 보도되는 대로 단편적인 기사만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 3각 구도 등을 프레임화하는 것은 국제정세를 잘 모르는 이들의 편견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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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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