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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끝까지 전쟁’ 큰소리친 푸틴, 뒤에선 휴전협상 추진 - 러前관료 “푸틴, 현위치서 중단 원해” - 아마 몇 차례 휴전 의사 밝혔던 푸틴 - 우크라이나, 러시아군 전면 철수 전제조건 내세워
  • 기사등록 2023-12-26 0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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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前관료 “푸틴, 현위치서 중단 원해”]


‘끝까지 전쟁 치르겠다’고 큰 소리를 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뒤로는 조용히 휴전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호전적이지만 속으로는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휴전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조용히 보내고 있다”면서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적으로는 호전적 어조로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막후 외교채널에서는 승리 선언만 할 수 있다면 휴전 협상을 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크렘린궁과 가까운 2명의 러시아 전직 고위 관료를 비롯해 푸틴 대통령의 특사로부터 관련 메시지를 받았다는 미국 및 국제 관료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크렘린궁은 지난 9월부터 복수의 외교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바깥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뒤로는 장기전에 접어든 전쟁을 끝내 자신을 향한 잠재적 위협을 줄이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가 중간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런 의사를 전달하는 매개자가 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푸틴의 태도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전혀 다른 행동으로, 그 시점과 동기를 눈여겨볼만 하다. 실제로 공개 석상에서 전쟁과 관련해 호전적인 수사를 지속한 것과 달리 실제 푸틴 대통령의 본심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확보한 것에 만족해하며 승리 선언을 한 후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작년 가을은 우크라이나가 동북부 지역 탈환에 성공했던 시점이다.

최근 나타난 크렘린궁의 메시지도 이 같은 휴전 협상 타진이 재개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가을 러시아 최고위 관료를 만났다는 한 국제 관료는 “러시아는 '우린 휴전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한다”라며 “그들은 현재 점령지에 그대로 남아 있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러시아 전직 고위 관료도 NYT에 “크렘린이 협상 타진 신호를 조용히 보내고 있다”면서 “그(푸틴)는 정말로 현 위치에서 중단하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1m도 후퇴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같은 취재 사실에 확인 문의에 “개념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마 몇 차례 휴전 의사 밝혔던 푸틴]


NYT는 휴전협상과 관련해 “기존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관료들에게 휴전 협상 가능성을 타진해 온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푸틴은 지난 7월, 아프리카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와의 휴전협상에 모든 문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휴전협상을 위한 돌파구를 열어줄 것을 부탁한 바 있다.


푸틴은 또한 7월 30일에도 러시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금 휴전협상을 추진할 용의가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계속 반격을 강화함으로 인해 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스크바는 키이우와의 휴전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때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작전이 곧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를 중단한다면 러시아는 곧바로 휴전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비춘 것이었다.


푸틴은 지난 10월에도 또다시 휴전협정 추진을 시도한 바 있다. 러시아군이 크름반도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점령지였던 헤르손에서 전면 철수를 앞두고 있었는데, 겨울이 닥치게 되면 전장 상황이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미국,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터키) 국방장관 간 연쇄 전화 통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또한 러시아 국방부가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한 사실도 전했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을 포함한 4개 나라 국방장관과 러시아 국방장관이 회담한 배경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프랑스는 상당히 상세하게 공개를 해 지금 러시아가 처해있는 현실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특히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회담을 한다면 그 시점과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정할 일”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또한 미국의 NBC 방송은 지난 11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협상 기회가 올겨울에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과 서방국 정부 내에서 나온다”면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타협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와는 별개로 마크밀리 합참의장도 지난 11월 10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겨울철 양군의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속히 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한 “상호간 협상을 거부해 민간인 고통이 가중되고 수백만명이 사망한 1차 세계대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전쟁에서 승리는 군사적 수단으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협상 기회가 있을 때, 그 순간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전 군사작전 상황을 직접 알고 있는 서방국가의 한 당국자도 “올겨울 격렬한 전투가 어느 정도 느려지고 정체기에 돌입할 전망”이라면서 “러시아가 점령지 방어에 고전하고 있고, 우크라 역시 올겨울 영토 수복작전에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철수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겨울은 계절적 특성상 전투 활동이 둔화할 수밖에 없고, 러시아는 내년 봄에 제대로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병력과 무기 준비에 나설 전망이기 때문에 평화협상을 한다면 올겨울이 적기”라면서 “우리는 협상 가능성이 실현되기를 원한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9일에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원한다면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러시아는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푸틴이 휴전을 추진하는 이유는?]


푸틴이 이렇게 휴전에 목말라있는 이유는 우선 전쟁이 푸틴의 당초 계획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서다. 개전 1주일 정도면 쉽게 우크라이나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란 당초의 계획은 이미 무너졌고 이젠 전쟁 2년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가 입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밝힌 러시아군의 피해는 12월 25일 현재 35만여명에 달한다. 전투기는 330여대, 탱크는 무려 5900여대가 피해를 입었다. 사실 군사대국이라 일컬어졌던 러시아의 체면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내부에서 종전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푸틴은 가능한한 승전선언을 한 후 전쟁을 마무리짓고 싶어한다.


더더욱 푸틴에게 휴전이 필요한 것은 러시아 경제 상황이 녹록치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전시경제 체제로 바꾼 러시아는 사실상 민생에 관한 한 관심을 둘 여력이 전혀 없다. 물가는 폭등하고 있고 루블화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된다면 푸틴의 입장이 어떻게될지 예측불허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낼 수 있기를 푸틴은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것도 러시아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가 됐다.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해 서방진영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줄어들고 심지어 분열까지 일어나고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은 지금이 휴전을 추진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휴전제의를 받아들일까?]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반응이다. 일단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영토를 넘겨주는 것을 전제로 한 휴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에 따라 러시아의 점령지 철수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평화 공식' 제정을 목표로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회견에서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뻔뻔한 살상 의지뿐"이라며, 러시아가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접점을 찾을 수만 있다면, 우크라이나 역시 미국의 중재에 따라 휴전을 추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단, 지금 상황보다 진전된 안, 예를 들면 러시아가 일부 영토에서 철군하는 조건 등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휴전협상의 조건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피해 보상 문제라든지 전쟁 피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등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은 푸틴의 대결단도 있어야 하지만, 서방진영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지원 같은 조건도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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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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