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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홍해 '마비 위기' 만든 후티 반군, 결국 美 '번영의 수호자 작전' 창설 - 후티반군, 민간 선박 공격해 하마스 '측면' 지원 - 미국 참전 결정하자 즉각 꼬리내린 후티반군 - 미국,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를 직접 공격할지 여부 검토
  • 기사등록 2023-12-20 12: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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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반군, 민간 선박 공격해 하마스 '측면' 지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물류선박을 잇따라 공격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가 마비될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로인해 세계 물류와 경제를 뒤흔들리자 홍해 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다국적 함대 작전까지 창설하기로 하면서 후티 반군의 대응이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편을 들고 있는 친(親)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면서 홍해를 통한 물류운송이 사실상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석유 대기업 BP는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항로를 따라 선박을 겨냥한 후티 무장 단체의 공격으로 홍해를 통한 모든 운송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BP외에도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이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운하 통과를 중단했다. 앞서 지난 15일엔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도 홍해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택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2위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 5위 독일 하팍로이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수에즈운하는 전 세계 컨테이너 화물선 물동량의 약 30%가 지나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이 지역이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마비되면 물류 비용과 배송 시간 지연이 불가피해진다. 만약 수에즈운하 항로로 가지 못하고 희망봉 항로로 돌아가면, 운송 거리만 9000㎞ 가량 늘어난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에 따르면, 이렇게 홍해를 위협하는 후티반군은 시아파 분파인 자이드파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북예멘에서 만들어졌다. 자이드파는 예멘 인구의 약 35%를 차지하는 소수파이며 예멘의 다수파는 수니파다.


수니파가 주도하는 예멘 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으로 1980년대 북예멘에서 수니파 근본주의인 살라프파(살라피즘)가 세력을 넓히자 이에 맞서 자이디파에서도 저항 운동이 나타났다. 바로 이 자이드파의 성직자인 후세인 알 후티가 주도해 1992년 자이드파 단체 '믿는 청년들'(the Believing Youth)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후티 반군의 뿌리가 됐다.


알 후티와 이 단체의 지지세가 북예멘에서 차츰 커지자 예멘 정부의 탄압도 거세졌다. 2003년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예멘 정부가 지지하자 알 후티는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 알후티 세력은 같은 시아파인 이란 쪽으로 기울면서 사우디와 맞섰고,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저항의 모델로 삼으면서 본격적으로 반미·반이스라엘을 기치로 내걸었다. 결국 2004년 정부군이 알 후티를 사살하자 그의 세력은 그의 이름을 딴 후티 반군을 자처했다.


이들은 암시장이나 예멘 군에서 빼돌린 무기 등으로 무장하고 봉기, 예멘 정부와 본격적인 내전에 들어갔다. 이후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예멘의 독재자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국민들의 저항으로 쫓겨났고, 후티 반군은 내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은 후티 반군은 2014년 예멘 북서부에 위치한 수도 사나를 비롯한 예멘 서부 대부분을 장악했으며, 이어 2015년에는 예멘 정부 요청으로 사우디 군이 개입, 후티반군과의 일전을 치르는 국제전이 벌어졌다.


결국 지난해 4월 휴전으로 예멘 내전이 일단 가라앉았지만, 후티 반군은 사나 등 확보한 지역의 지배권 강화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하마스 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후티반군도 하마스 세력 지지를 표명하면서 개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에는 후티반군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이어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발표하고 각국 선박들을 잇달아 미사일·드론 등으로 공격하고 나포하고 있다. 이들이 훙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해 공격을 집중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1천600㎞ 이상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 가능한 미사일이 몇 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란의 지원으로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 등을 갖춰 바로 앞바다인 홍해를 위협하기에는 충분한 군사력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번영의 수호자 작전' 창설]


이렇게 후티반군이 홍해를 위협하면서 세계 물류 이동에 영향을 미치자, 미국은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해 대응에 나섰다.


WP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예멘발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 격화는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는 집단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홍해 안보에 중점을 둔 중요한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창설한다”면서 “이 작전은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참여해 홍해 남부와 아덴만의 안보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미국 참전 결정하자 즉각 꼬리내린 후티반군]


미국이 후티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에 대해 무력 개입을 선언하자,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소유가 아닌 선박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예멘 후티 반군의 모함메드 압둘살람 대변인은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스라엘에 속한 배가 아니라면 홍해를 항행하는 선박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후티반군은 지난 11월 14일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날까지 홍해에서 최소 10여척의 선박을 공격하거나 위협했다. 이 중에는 이스라엘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선박도 다수 포함돼 있었던 까닭에,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의 물류가 마비될 지경에 놓였다.


주목할 것은, 후티반군이 이스라엘 선박에 한해서만 공격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우선 이 약속이 그대로 이행될지의 여부와, 동시에 만약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동맹군들의 대응 수준이 어떠하냐에 따라 확전 가능성까지 있다는 점이다.


일단 예멘 반군의 지도조직인 최고정치위원회의 일원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이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구성해 홍해에 파견할 어떠한 연합체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로부터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하는) 우리 작전을 멈추기 위한 간접적 접촉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군사작전을 멈춘다면, 예멘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알부하이티는 주장했다. 알부하이티는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주목하는 것은 이란이다. 미국은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빌미 삼아 홍해에서 민간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배후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의 하마스 전쟁 개입을 시도하는 배경에 이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테러 단체를 계속 지원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이란 대리 세력의 악의적인 공격은 지역민을 위협하고 더 광범위한 분쟁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를 직접 공격할지 여부 검토]


일각에서는 미국이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를 직접 공격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미국 매체 세마포르(Semafor)는 16일(현지시간) 다수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후티와 이란이 세계 해상 무역에 해를 가하려는 점을 우려해 이 같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마포르에 따르면, 당국자들은 후티에 대한 미국의 직접 공격이 이란과 다른 친이란 무장단체와의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간 미국 관리들은 하마스 소탕을 위한 이스라엘 전투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오직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더 공세적인 군사작전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내 왔다.


이와 관련해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군을 위협하는 해상 영역 활동에 대한 방어 등 적절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저 없이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논의는 주요 무역로인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적대하는 후티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이유로 민간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나왔다.


다만 미국의 후티 공격이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일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전직 국방부 관리 다수는 “미국이 세계 무역의 흐름을 유지하려면 후티에 대한 공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고 세마포르는 전했다.


중동지역 미국 해군을 지휘했던 예비역 해군 제독인 존 밀러도 “후티 반군에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전까지 우리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전·현직 국방부 관리들은 서방에 맞선 '저항의 축'을 자처하는 연대 무장세력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후티를 공격할 경우,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후티를 공격할 경우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해 중동에서 미 특수작전부대를 지휘했던 예비역 중장 마이클 나가타는 “현재 이란은 전략적으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지금은 나쁜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미국이 후티를 직접 공격한다면, 이는 2016년 10월 이후 7년 만으로, 당시 후티의 미 해군 구축함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후티의 해안 레이더 시설 일부를 파괴한 바 있다.


문제는 미국에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동지역에서의 확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직접 관여하는 중동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따라서 미국이 홍해를 중심으로한 중동지역의 갈등에 깊숙이 개입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겠지만, 이란을 중심으로한 반미 시력은 이러한 미국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집요하게 미국의 권위를 흔들려는 저항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의 저항을 그대로 두고 볼 수도 없는 것이 미국이어서 과연 어느 수준에서 후티반군을 포함한 반미 세력의 저항을 억제할지 초관심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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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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