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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정치인 매수해 분열작전 나선 중국 스파이 - 중국 스파이, 유럽 정치인 매수해 서방 분열 작전 - 영국에서도 中 스파이, 군인·공무원 등 요직 인사 포섭 - 중국가 환대받고 나면, 중요 정보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
  • 기사등록 2023-12-18 12: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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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파이, 유럽 정치인 매수해 서방 분열 작전]


중국 스파이들이 유럽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해 정치인들을 포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에도 영국 정치인들에게 중국 스파이들이 접근해 기밀을 빼냈다는 증언들이 있었던터라 이번 사안은 심각한 내정간섭 사안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중국 스파이들이 벨기에의 한 극우 정치인을 3년 넘게 정보 자산으로 이용하면서 서방 분열 작전을 시도했다”면서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MSS) 소속 대니얼 우는 각종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한 유럽 내 논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전 벨기에 상원의원인 프랑크 크레이엘만(Frank Creyelman)을 공작원으로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크레이엘만은 1999∼2007년 벨기에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북부 플랑드르 의회 명예 의원이다. 그는 극우 정당 '플람스 벨랑(Vlaams Belang·플랑드르의 이익) 소속이었으나 이날 이번 의혹에 따라 제명됐다.


FT는 이어 “실제로 대니얼 우는 중국의 홍콩 민주주의 탄압에서부터 신장 위구르족 박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려 했다”면서 “2022년 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대니얼 우는 크레이엘만에게 두 명의 우파 유럽의회 의원이 미국과 영국이 유럽 에너지 안보를 약화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도록 설득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니얼 우는 크레이엘만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우리의 목적은 미국과 유럽 관계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썼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이어 “대니얼 우는 2021년 또 다른 문자 메시지에서 중국의 위구르족 구금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준 독일 연구자 아드리안 첸츠를 공격하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공동 취재를 통해 서방의 보안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2019년에서부터 2022년 말까지 오고 간 문자 메시지를 보면 대니얼 우와 크레이엘만의 관계가 확연하게 드러나 보인다. 이들 문자 메시지에는 크레이엘만과 다른 이들이 도움을 주는 대가로 얼마를 받게 될지 등 돈에 대한 대화가 여러 차례 나온다.


서방 4개국 정부당국자들에 따르면, 대니얼 우는 중국 국가안전부 저장성 지부 소속으로 그동안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도 활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FT는 “중국 정보당국이 어떻게 전 세계에서 자국에 유리하게 정치적 논의를 조종하려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이어 “중국 스파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의 국가들에서 중국에게 유리한 정책 형성을 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 깊숙이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면서 “중국 스파이들은 미국의 선거에도 깊이 개입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국가안전부에 관한 책 '스파이들과 거짓말들(Spies and Lies)'의 저자 알렉스 조스케(Alex Joske)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수십 년 동안 중국에 관한 정책과 국제적 담론을 형성하려 해왔다”면서 “학자, 정책입안자, 기업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을 고용하고 조종하는 것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크레이엘만이 언제 대니얼 우에게 포섭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크레이엘만이 지난 2019년 중국 하이난섬의 해변 휴양도시 싼야를 방문한 적은 있는데, 이때 아마도 중국의 정보담당자를 만난 것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FT는 서방의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동부 저장성 국가안전부에는 약 5,000명의 정보 요원이 있으며, 산야에서 주로 정보요원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에노도 이코노믹스(Enodo Economics)에서 근무하는 잉크스터의 말을 인용해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경우, NATO와 EU 집행위 등 다수의 국제기관이 모여 있고, 적발될 경우에도 그 결과가 미국에서보다는 덜 심각할 것으로 여겨져, 벨기에가 중국 등 여러 적대국 첩보 활동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벨기에 주재 중국 대사관은 FT에 “대니얼 우 관련 사건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中 스파이, 군인·공무원 등 요직 인사 포섭]


영국에서도 중국 스파이들이 민감한 정보와 경험을 갖춘 군인과 공무원들을 포섭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영국 정부가 중국 당국에 엄중 경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월의 일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지난 9월 11일, “영국의 대테러 경찰은 지난 3월, 20대 후반의 한 연구원과 30대 다른 남성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면서 “이 연구원은 의회 내 기밀이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 집권 보수당(토리당) 고위 의원들과 접촉했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포함한 국제 정책에 관해 의원들과 수년간 함께 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심각한 것은 이 연구원이 접촉한 이들 중엔 토머스 투건하트 안보부 부장관, 얼리셔 컨스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보안 당국은 과거 중국에서 거주하며 일한 적 있는 이 연구원이 현지에서 포섭돼 중국 정권에 비판적인 정치 네트워크에 침투할 의도로 영국에 보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영국 의회내 중국 스파이 사건은 영국 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가디언은 “중국이 웨스트민스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영국인을 요원으로 채용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중국의 영국에 대한 정보 수집이 크게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면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한때 지적 재산의 해킹과 도용에 집중되었지만, 최근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위장 요원을 활용하는 인적 첩보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의하면, 2020년에는 중국인 요원으로 추정되는 3명이 영국당국에 의해 조용히 추방된 바 있는데, 이들은 영국 언론사 중 한 곳의 기자로 위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명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에 잠입해 정보를 획득하려는 노력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보기관 중 하나인 MI5는 2022년 1월, 변호사인 크리스틴 리가 중국 공산당을 대신해 영국 의원들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의원들에게 이례적으로 '간섭 경고'를 발령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 중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20대 영국인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 공무상 비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될 당시 의회 출입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몇 년 동안 보수당 의원들을 위해 중국을 포함한 국제 정책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이와 관련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영국의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삶의 방식에 중국이 위협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의 절대 우선순위는 영국의 안보, 번영,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다른 나라의 그 어떤 활동으로부터 영국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 타임스는 “수낵 총리가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당내 강경파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중국과의 관계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 경제보다 안보가 우선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영국의 수낵 총리는 인도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리창 총리를 만나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고 더타임스의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스파이, 이미 전 세계에 뻗어 있어]


영국내 중국 스파이 활동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 스파이들이 이미 세계 도처에서 암약했음이 드러난 터라 중국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3월 8일에는 뉴욕타임스(NYT)가 미 연방수사국(FBI)이 중국의 산업스파이들을 어떻게 잡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Why Times도 “FBI의 은밀한 작전, 중국 스파이를 체포하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1966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중국 스파이 관련 소식은 수시로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특히 사회 지도자급들까지도 중국에 정보를 넘겨주는 일들까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NYT도 지적했지만, 흥미로운 것은 중국에 가서 환대를 받고 나면, 해당 학자나 엔지니어는 처음엔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내에서 친중적 행태를 보인 지도자급 인사들이 많았던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벨기에와 영국에서 일어나는 스파이 소동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도 주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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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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