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푸틴 정적 나발니, 푸틴 대선 출마 선언 직전 돌연 실종 - '푸틴 최대 정적' 나발니 일주일째 연락 끊겼다 - 나발니가 수감된 이유는 ‘푸틴의 정적’이기 때문 - 미국, 나발니의 실종에 깊은 우려 표명
  • 기사등록 2023-12-13 11:49:44
기사수정



['푸틴 최대 정적' 나발니 연락 끊겼다!


또다시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자 푸틴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가 교도소 수감중 돌연 실종돼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수감 중인 제2 교도소(IK-2)에서 다른 곳으로 이감됐지만 현재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Kira Yarmysh)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제2 교도소(IK-2) 직원들은 나발니가 더는 이곳의 수감자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는 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나발니가 그동안 수감되어 있었던 IK-2는 모스크바에서 10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러시아에서 악명 높은 교도소 중 하나로 꼽힌다.


야르미시는 이어 “전날 예정돼 있던 법원의 화상 심리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거의 일주일째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나발니의 변호인들이 그가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IK-6 및 IK-7 교도소에 접근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나발니가 그 곳에 있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야르미시는 엑스(X)에 “나발니가 어디에 있는지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날이 벌써 엿새째”라며 나발니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나발니의 몸 상태가 안 좋아 수액을 맞았다”며 “그가 음식을 제공받지 못하고 환기가 되지 않는 감방에 갇혀 야외활동을 최소한으로 제한받으면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에는 나발니의 변호인들이 3일 연속 면회허가를 거절당했고, 나발니에게 보낸 편지들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발니가 수감된 이유는 ‘푸틴의 정적’이기 때문]


나발니는 횡령과 법정 모욕 혐의로 11년 6개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또 다른 혐의들로 징역 19년을 선고 받았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푸틴이 장기 집권의 최대 걸림돌인 나발니를 독살하려다 실패하자 그를 평생 감옥에 가둬두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나발니가 자신이 세운 시민단체의 기부금 310만 달러(약 38억원)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빼돌렸다고 주장했으나, 나발니 측은 이를 ‘정치적 음모’라며 부인했다. 사실 나발니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가 조작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푸틴의 권좌에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지지자들도 나발니가 정치적 목적으로 부당하게 갇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 집권 중엔 석방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나발니는 2020년 항공기에서 소련 시절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21년 1월 귀국한 뒤 곧바로 구금됐다. CNN과 유럽 독립언론 벨링캣은 공동 조사에서 러시아 보안국(FSB)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나발니도 암살 시도 배후에 푸틴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마신 홍차에서 러시아가 1970년대 군사용으로 개발한 독극물 노비촉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나발니가 돌연 실종된 이유?]


나발니가 돌연 실종된 것과 관련해 외신들은 나발니의 행방이 묘연해진 시점이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 공식화 직전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가 선거 운동 전 나발니의 입을 막고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그를 차단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주부터 러시아에서 대통령선거 관련 운동이 개시됐다. 이에 나발니를 지지하는 이들이 ‘푸틴 없는 러시아’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나발니의 목소리가 되어 달라”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나발니가 돌연 실종되었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더타임스도 이와 관련해 “‘푸틴없는 러시아(Russia Without Putin)’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발니의 실종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크렘린궁의 직접적인 정치적 통제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푸틴없는 러시아 캠페인’은 러시아내의 고질적인 부패, 국내 반대파의 탄압,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전쟁 등 푸틴의 20여년 통치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러시아인들에게 푸틴이 아닌 다른 후보에 투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결국 나발니가 돌연 실종된 이유는 한마디로 푸틴의 대선 도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요소들을 정리하기 위해 크렘린궁이 의도적으로 개입하면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더. 나발니를 치료했던 시베리아 병원 의사도 사냥을 나갔다가 실종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5월 7일, 시베리아 옴스크주에 있는 ‘옴스크 제1 구급병원’ 수석의사 출신인 알렉산드르 무라홉스키 옴스크주 보건장관이 돌연 실종됐다.


무라홉스키는 지난 2020년 8월 나발니가 국내선 비행기를 타던 중 독극물에 중독 증상으로 쓰려졌을 때 진료한 의사다. 당시 나발니가 타던 비행기는 옴스크에 긴급 착륙했으며, 나발니는 옴스크 제1구급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무라홉스키는 나발니의 병명을 “혈당 수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신진대사 불균형”이라고 발표했으며, 이에 나발니는 무라홉스키의 주 장관 영전 후 “거짓말로 가짜 검사 결과를 내더니 영전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1년 2월에는 나발니의 치료에 함께 참여했던 세르게이 막시미쉰 차석의사도 55세의 나이에 불구하고 급사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 나발니의 실종에 깊은 우려 표명]


미국은 나발니의 실종 소식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애초에 수감돼서는 안 됐으며 즉시 석방돼야 한다”며 “취합할 수 있는 추가 정보가 얼마나 될지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과 공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나발니의 변호사가 현재 거의 일주일 동안 그와 연락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이후 우리는 그의 안녕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나발니가 구금되어 있는 동안 그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책임이 있으며, 국제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러시아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 푸틴 상징인 나발니]


한편, 러시아 푸틴은 나발니의 신변 안전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반응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나발니가 러시아로 귀국한 후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자 서방진영이 나발니에 대한 신변안전을 우려하며 관심을 표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누구도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레드라인’을 넘지 않기를 바란다”며 “러시아에 대한 도발을 조장하는 이들은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나발니가 체포되자 러시아의 100개 도시에서는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열렸다. 이로인해 시위 현장에서 약 5000여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수도 모스크바에선 시위대가 나발니가 구금된 마트로스카야 티시나 수용소를 향해 행진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푸틴은 도둑이다” “나발니를 석방하라” “러시아는 곧 자유가 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런 대규모 시위를 기억하는 푸틴이 내년 3월의 대선을 조용히 치르기 위해 정적인 나발니의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아예 비밀리에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까지 고개 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발니의 이름 자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통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만이 아니라 나발니를 돕고 있는 팀들의 움직임이 무척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크렘린궁에게 있어 2021년의 나발니팀의 활동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당시 '나발니 팀'은 ‘푸틴을 위한 궁전, 거대한 뇌물의 이야기’라는 2시간 분량의 유튜브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 직접 등장한 나발니는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궁전의 모습”이라며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나라가 파산할 때까지 계속 훔치고 또 훔칠 것”이라고 크렘린궁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를 팔고 있지만 국민의 소득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 궁전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흑해 연안의 휴양지인 겔렌지크에 위치한 이 '궁전'은 7800만㎡에 달하는 부지에 거대한 저택과 응접실, 회의장을 비롯해 원형 극장과 수영장 등 호화시설을 갖췄다. 나발니는 “모나코의 39배 크기인 이곳에는 아이스링크, 포도밭, 헬기장 등의 시설도 구비돼 있다”며 “이건 단순한 별장, 오두막, 거주지라고 할 수 없다. 이건 하나의 거대한 도시, 왕국이다. 그리고 여기엔 단 한 명의 차르(황제)가 산다”고 비꼬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저택은 푸틴 대통령의 소유물이 아니다”고 반박했디. 그는 “나는 조사와 관련해선 정확하게 모른다”면서도 “저택과 관련한 의혹은 상당히 오래됐다. 수년 전 우리는 이미 푸틴 대통령이 저택을 소유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푸틴의 크렘린궁은 이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발니의 실종도 기획된 것으로 판단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712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