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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12 05:42:54
  • 수정 2023-12-12 06: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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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석상에서 또 눈물 흘린 김정은]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또 눈물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열병식에서 눈물을 흘린 데 이어 올해만 해도 두 번째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0일(현지 시각) ‘김정은은 눈물을 흘리는 몇 안 되는 세계 독재자 중 한 명일지 모른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정은이 최근 관영 언론을 통해 방영된 연설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통상 독재자는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데,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서 잘 운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피지배자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독재자는 거의 없으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에게도 주민들 앞에서 우는 것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드문 순간이라는 것이 이 매체의 지적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언급한 김정은의 눈물은 지난 3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당시 리일환 노동당 비서의 대회 보고를 듣던 도중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이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화면으로 공개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어 “김정은이 이날 북한의 출생률 감소 문제를 언급하며 애국적인 의무의 한 형태로 여성들에게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대회 개회사에서 “지금 사회적으로 놓고 보면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며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과 교육에 힘쓰는 것 등을 함께 풀어나갈 과제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스카이뉴스는 “김정은은 연설 내내 여성들에게 국가의 힘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북한 합계출산율은 1.0명을 밑돌고 있는 한국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2014년 1.885명에서 작년 1.790명으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눈물을 자주 흘리는 김정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김정은이 비단 이번뿐 아니라 눈물을 보인 사례가 여러 번 있다고 소개했다. 김정은은 2011년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는 모습이 포착됐고,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에 열린 열병식에서 주민들에게 재난을 이겨내자고 호소하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당시 김정은은 수도당원사단의 자연재해 복구 노력을 언급하며 “미안하다”고 말한 후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북한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땐 “고맙다”며 울먹였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18년 북한 사정에 밝은 탈북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노동당 고위 간부들 앞에서 북한의 허약한 경제를 개선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작년 5월에는 자신의 '후계 수업'을 맡았던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비통한 표정으로 울먹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지난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도 포착됐다. 과거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 주민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지만, 이날 연설은 없었다. 다만 열병식에 앞서 북한 국가가 흘러나올 때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독재자 가운데에서는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비공개적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3선에 도전했던 2012년 3월 대선 투표 직후 지지자 10만여 명이 모인 집회에서 승리를 선언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보인 바 있다


[김정은 눈물의 의미]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이렇게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자주 보이는 것일까? 2020년 10월 당시 열병식에서의 김정은이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연설에서 인민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반복 표현하고, 울먹이는 모습을 통해 애민 헌신의 모습을 연출했다”고 봤다. 감성적인 이미지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연출을 한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지난 7일 YTN 뉴스라이브에서 “애민사상, 애민주의를 들고나온 자기 할아버지(김일성)에게 많이 배웠다고 생각된다”며 “자신들이 북한 주민, 인민들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확실하게 연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식 핵심 중 하나”라며 “이른바 감성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기록영화 등에서 김정은이 눈물 흘리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고, 이번 열병식에서도 눈물 흘린 김정은의 모습을 본 전문가는 “자아도취형의 성격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울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YTN ‘뉴스라운지’를 통해 “김정은은 실제로 자주 운다. 기록영화를 보면 우는 장면이 자주 나오고, 눈시울을 붉혔다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며 “김정은은 일단 감성적”이라고 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일종의 과대망상증”이라며 “(기록영화에서) 김정은은 모든 문제를 본인이 헤쳐 나가고, 거기에 대해서 자아도취감을 갖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상당수의 독재자는 나르시시즘, 자아도취형”이라며 “김정은은 그런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원래 감성적인 데다가 열병식을 보면서 본인이 뿌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눈물 뒤에 숨은 광기]


그런데 김정은의 눈물에서 주목할 대목이 하나 있다. 김정은이 눈물을 흘릴 때 더 무서웠다는 점이다. 김정일 영결식 날 그렇게 통곡한 앳된 청년 김정은은 얼마 뒤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2017년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했을 때도 중국 매체에서 ‘김정남 피살 소식에 김정은이 소파에 쓰러져 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뿐만 아니다. 현철해의 빈소에서 비통해한 김정은은 불과 닷새 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섞어 쐈다. 스스로 “건국 이래 대동란(大動亂)”이라 표현한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도발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의 눈물에 숨은 광기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김정은의 눈물에만 집중하게 될 경우, 김정은의 눈물 뒤에 숨은 본심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열병식에서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무기들을 과시하며 무력시위를 했을 때, 당시 우리 정부는 김정은의 연설 가운데 “사랑하는 남녘 동포” 운운하며 울먹거린 김정은의 눈물에 더 주목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당시 정권은 남북관계 복원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러한 낙관적 해석과는 다르게 김정은의 대남 도발과 핵무력 개발을 더욱 강화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악어의 눈물’에 현혹돼 함부로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면 안된다는 의미다.


또 하나, 김정은이 열병식 당시 인민들에게 재난을 이겨내자며 울컥하며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려 할 때 그의 손목에 걸려 있던 시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살짝 들린 그의 왼쪽 소매의 금빛 곡선형의 시계는 스위스 IWC사(社)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1만1700스위스프랑(약 1450만원)에 상당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경제난·태풍피해·코로나 등 삼중고로 인민을 걱정한다며 울먹이던 김정은의 손목에서 인민의 생활과는 한참 동떨어진 금빛 시계가 번쩍였다는 점은 김정은의 눈물의 본성을 그대로 말해 준다.


이에 대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인민의 고난에 눈물지으면서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인 고가의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양면성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함의”라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의 눈물. 그 뒤에는 ‘핵 질주’에 굶주리는 북한 주민이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의 겨울은 그야말로 춥다. 이 혹한의 시기에 북녘 동포들의 삶이 걱정된다. 얼어죽거나 굶어죽는 북한 주민들이 지금 넘쳐나고 있다는 소식들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의 눈물에 현혹되는 이들이 없기를 바란다. 그의 눈물은 단지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은 거짓과 위선을 은유한다. 이집트 나일 강(江) 악어가 사람까지 잡아먹고 죽은 이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 전설에서 유래한다. 실제로 악어는 눈물샘과 턱의 씹는 동작을 관장하는 신경이 동일해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김정은이 지금 그런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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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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