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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탈리아 빠진 ‘일대일로’, 10년만에 최대 위기 - 이탈리아 일대일로 전격 탈퇴, 사업 참여 후 대중적자 2.4배 -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중국과 거리두기 본격화 신호탄 -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중국 외교력 한계 드러내
  • 기사등록 2023-12-08 11:27:19
  • 수정 2023-12-08 14: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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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대일로 전격 탈퇴, 사업 참여 후 대중적자 2.4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적 정책인 일대일로가 출범 10년만에 최대 위기에 빠졌다. G7 국가중 유일한 일대일로 참여국이었던 이탈리아가 참여 4년만에 전격 탈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기점으로 참여국들의 연쇄탈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탈리아 고위 관리는 “6일 로마가 2024년 초에 5년 더 자동 갱신될 예정이었던 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중국에 공식적으로 통보했다”고 FT는 확인했다.


FT는 이에 대해 “이번 공식 결정은 과거 로마의 일대일로 참여를 ‘실수’라고 불렀던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가 중국과의 ‘상호 호혜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면서 탈퇴를 고려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지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이어 “이탈리아가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에서 전격 탈퇴하기로 한 데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대일로에 가입하게 되면 많은 이익을 누릴 것이란 중국 측의 주장과 달리 이탈리아가 얻은 경제적 효과는 적고 대중 무역적자는 2배 이상 늘어난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날 로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일대일로 참여 이후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으며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말해 탈퇴 배경이 일대일로 참여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미비했던 탓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타야니 부총리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약 23조5000억 원)에 그쳤지만, 프랑스는 230억 유로, 독일은 1070억 유로에 달했다”며 “실크로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일대일로 참여국이 아니다.


특히 이탈리아가 심각하게 본 것은 일대일로 참여 후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적자도 확대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적자는 일대일로에 가입하던 2019년 140억 달러(약 18조 원)였지만, 2020년 146억 달러, 2021년 152억 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29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일대일로 참여 후 4년 만에 대중 적자가 2.4배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FT는 “일대일로에 참여한 다수의 개도국도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중국이 개도국들에 제공한 차관 규모는 1조 달러인데, 현재 파키스탄 등 12개국이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경제 위기에 빠진 상태”라고 밝혔다.


[일대일로 탈퇴, 연쇄반응 가능성]


사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참여국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G7국가중 유일한 참가국이었으며 유럽 일대일로의 핵심국인 이탈리아가 탈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대일로에 가입한 개발도상국들도 잇따라 빚더미에 앉으며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있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는 국가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중국과 거리두기 본격화 신호탄]


이번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유럽사회의 대 중국 거리두기의 본격적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스테파노 스테파니니 전 이탈리아 나토 대사는 “4년 전인 지난 2019년 이탈리아가 중국의 야심찬 국제 무역 및 인프라 투자 계획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서방 동맹국들을 실망시켰다”면서 “일대일로가 갖는 지정학적 문제점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고 평가했다.


스테파니니 대사는 이어 “이탈리아가 G7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친하게 지내면 분명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 엄청난 착각을 했다”면서 “EU는 이미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사회의 노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도 지난 7월 30일 이탈리아의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4년 전 참여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면서 타야니 외무장관과 마찬가지로 일대일로 참여로 이탈리아가 별다른 경제적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사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탈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단순하게 중국과의 거리두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찌보면 반도체 변수가 더 컸다고도 볼 수 있다. 반도체 수요가 많은 이탈리아로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 같은 기업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EU 회원국은 지난 4월 18일 총 430억 유로(약 61조2100억 원)를 투입해 EU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하고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 중이다. 독일 정부는 TSMC와 작센주 드레스덴에 유럽 내 첫 생산 공장 건설을 협의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도 TSMC 공장을 유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멜로니 총리의 친대만 정책에 따라 이탈리아와 대만의 관계는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대만 에바항공은 지난해 10월 타이베이-밀라노 항공노선을 취항했다. 대만 항공사의 밀라노 진출은 이것이 사상 처음이었다. 이탈리아와 대만 의회는 지난해 11월 친선협의회를 구성했다. 대만은 조만간 밀라노에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를 열 계획이다. 대만의 주이탈리아 대사관 격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는 로마에 있다. 밀라노에 대표처가 문을 열면 이탈리아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에 이어 5번째로 2개 이상의 사실상 대만 재외공관을 운영하는 국가가 된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중국 외교력 한계 드러내]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이미 지난 9월부터 기정사실화됐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즉각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잔류를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9월 5일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개최한 외교장관 회담 및 중국·이탈리아 정부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양국의 협력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일대일로 잔류를 설득했다.


또한 9월 9일에는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 뉴델리에서 리창 중국 총리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일대일로 잔류를 요청했다.


9월 20일에는 중국의 '공안사령탑'인 천원칭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도 이탈리아를 찾아 안보 협력을 강조하면서 역시 일대일로 잔류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당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결국 일대일로 탈퇴를 결정했다. 이로써 시진핑 주석의 핵심 대외정책인 일대일로도 중요한 고비를 맞게 된 것이다.


[일대일로 10년의 명암]


일대일로의 시작은 시진핑 주석이 취임 6개월째인 지난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국민우의 증진 아름다운 미래 공동창조'라는 주제 강연으로 시작됐다.


여기서 거론된 중국의 대외팽창 정책이 ‘일대일로’라는 이름으로 정리되었는데, 시 주석은 이날 “2천년 전 중국 한나라 당시에 중앙아시아로 사신을 파견해 중국과 중앙아시아 각국간 우호교류의 문이 열리면서 동서를 잇고, 유라시아를 잇는 실크로드가 시작됐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면서 “새롭게 내륙 실크로드 경제를 구축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일대일로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2013년 11월 제18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이 채택된다. 이후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중국의 서쪽인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유럽, 나아가 세계 곳곳을 육상철도와 해상(항구)으로 잇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펼쳐 나갔다.


중국은 이후 공격적으로 세계 각국을 향해 '일대일로'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참여국은 2022년 기준 152개국으로 늘어났고, 중국의 누진 투자액도 9천6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상하이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는 집계했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자금 살포로 인한 차이나머니의 후유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것은 중국이 일대일로 명분으로 지급하는 자금이 연 5%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인해 상당수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고금리 부담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가 돌연 일대일로 탈퇴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중국의 눈치를 보던 참여국들도 동반 탈퇴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특히 일대일로 10년을 바탕으로 중국은 '새로운 일대일로의 미래'를 강조하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그러한 중국의 꿈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갈 길 잃은 중국의 일대일로]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출범한지 10년이 된 중국의 일대일로가 파산과 부패로 인해 각국에서 사업이 중단되고 있고,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면서 “일대일로가 갈 길을 잃었다”고 혹평한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특히 일대일로의 출발점으로 지난 2013년 9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카자흐스탄을 예로 들면서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하면서 상대국의 주권을 침해했으며, 온갖 불법으로 상대국을 황폐화했다”면서 “카자흐스탄을 마치 속국처럼 다루면서 불법적 행위들을 자행했다”고 공박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일대일로 사업에서 얻게 되는 수익은 대부분 중국이 챙겨가고 있으며, 이에 비해 카자흐스탄이 얻는 이익은 너무나도 미미하다”면서 “일대일로를 시작할 때 중국이 내걸었던 약속들이 지금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요르단과 케냐, 파키스탄 등 각지에서 일대일로 계획은 중단되었으며 이들 국가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처음 일대일로에 대해 가졌던 환상들이 이젠 다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실체가 이러니 중국에 속아 일대일로를 시작했던 국가들도 발을 빼려 하고 있지만, 중국이 만든 부채의 덫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 일대일로의 현실이다.


일대일로가 시작한지 10년, 그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위상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중국의 야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것이 중국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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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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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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