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남중국해 뒤덮은 中 해상민병대, 또 회색지대 전술 시도! - 中 해상민병대 선박 135척 무더기로 남중국해 불법 진입 -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 해상민병대의 정체, 중국의 민낯 드러냈다 - 힘이 약한 국가에만 사용하는 회색지대전술, 미국 강력대응 선언
  • 기사등록 2023-12-05 12:37:27
기사수정



[中선박 135척 무더기로 남중국해 불법 진입]


중국의 해상민병대 선박 135척이 무더기로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상 자국 수역에 무단 침범하는 도발을 저질렀다. 중국의 해상민병대는 그동안 우리의 서해 수역이나 전 세계 여러 곳들에 출몰하여 싹쓸이 조업을 하거나 영유권 분쟁을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만행을 저질러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주목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중국의 해상민병대 선박이 팔라완 섬에서 약 320km 정도 떨어진 휫선(Whitsun) 암초 부근 이곳저곳에 떼를 지어 정박중”이라면서 “이 지역은 중국 본토인 하이난섬에서는 무려 1000km이상 떨어진 곳”이라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해상민병대 선박은 지난달 11일부터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그 수가 최근들어 135척으로 늘었다. 이에 필리핀 해경은 이 선박들을 향해 무전을 보냈으나 전혀 응답이 없다면서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입장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필리핀 당국은 전했다.


휫선 암초는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다. 중국은 이웃 국가 해안과 가까운 해역과 섬을 포함하여 스프래틀리 군도 등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런 주장을 기각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 영유권을 고집하면서 인근 국가들과 마찰을 빚는 상황이다.


중국은 해역을 순찰하기 위해 선박을 배치하고 인공 섬과 군사 시설을 건설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도 해저에 풍부한 석유 매장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해역의 여러 섬과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해상민병대가 필리핀 수역을 무단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2021년에도 중국 선박 200여 척이 장기간 정박하면서 마닐라와 베이징 사이의 외교적 갈등을 촉발시킨 바 있다. 당시 필리핀은 휫선 암초 지역에서 중국 선박들이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했으나, 중국 측은 악천후를 피해 피항하는 어선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중국은 특히 올해 들어 필리핀과는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마스 암초 부근에서 자주 충돌을 빚어왔다. 지난 8월 5일과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군함에 보급품 등을 전달하려던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쏘기도 했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 해상민병대의 정체]


중국의 해상민병대는 남중국해의 필리핀과 대만, 그리고 베트남 등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들과 암초들을 무력 점령할 때 선봉장 역할을 해 왔던 부대로 미국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6일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기정사실로 하기 위해 해군력(PLAN)과 해경(CCG)을 증강하는 것에 추가하여 대규모 어선으로 구성된 해상민병대(中華人民共和國天涯民兵, Maritime Militia)를 증강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일주일 후에는 CNN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군 지휘를 받는 해상민병대'가 핵심역할을 한다는 의혹이 짙다”고 연이어 보도하면서 중국의 불법적인 행위들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21년 중국의 해상민병대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의 휫선 암초(Whitsun Reef)에 정박하면서 필리핀 해역을 무단 침범했을 당시, 미 대사관은 “중국은 다른 국가들을 겁주고 도발하며 위협하기 위해 민병대를 동원하고 있으며, 이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들 선박이 군함이 아닌 민간 어선이며 기상 악화로 잠시 정박 중”이라면서 철저하게 해상민병대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이러한 중국의 주장에 대해 필리핀 국방부는 필리핀 국가 남중국해행정팀(NTFPS)의 관측 자료와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맥사 테크놀리지(Maxar Technologies) 해양 안보사의 위성 영상자료를 근거로 “이들 중국의 선박들이 날씨가 좋은 날에도 어업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선박끼리 결박하여 휫선리프 근해에 상주하며, 타국 어선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며, “이들은 어선이 아니라 해상민병대 소속의 선박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해상민병대는 어떤 조직이며,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을까? 미 해군참모대학 앤드루 에릭슨 교수는 해상민병대가 “국가가 통제하는 무력집단(force)으로 군 지휘체계 아래 운용되며 국가가 뒷받침한다"라고 정의하면서, ”이 해양민병대와, 18만 7000척 이상인 중국 어선단이 통합운용된다“고 CNN에 설명했다.


CNN과 NYT에 의하면, 해상 민병대는 중국 해군에 의해 교육과 훈련을 받아 군인과 같이 봉급 지급, 해상보험 및 연금지원 등의 정부 혜택을 받는 준(準)해군이라고 봤다. 특히 중국군 병력 감축으로 발생한 퇴역군인들이 대거 투입되었으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의 미국 국방부 보고서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2014년에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로 병합하기 전, 병력투입 사실을 숨기고자 녹색 옷을 입혀 '신분을 숨긴 무력집단'을 투입했는데, 이들을 '리틀 그린 맨(Little Green Man)'이라 불렀다. 그런데 중국도 이와 유사하게 해군과 유사한 푸른색 군복을 착용시켜 어부로 위장하고, 어선에 위성항법장비와 위성 통신장비를 탑재한 '리틀 블루 맨(Little Blue Man)’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군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을 지낸 칼 슈스터는 “해양민병대는 자동화기를 싣고 다니며 선체를 강화해 근접 시 매우 위협적”이라면서 “최고 속력도 18∼22노트(시속 약 33∼41㎞)로 대부분 어선보다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이들 해양민병대는 민간인으로 위장했지만 사실상 준(準)군사적 임무를 수행한다. 중국 해상 민병대는 평소 어업을 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주 목적은 어로활동이 아니라 주변 미 해군 또는 경쟁국 함정 이동을 수시로 수집하여 해당 어업국에 보고하며, 위기 또는 긴급 시에는 지방 전구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분쟁해역에 투입되어, 미 해군과 아세안 국가함정의 해양조사 및 경비활동을 방해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 해군 임페커블 해양조사함(USNS Impeccable)이 남중국해에서 해양조사 활동을 할 때, 이들은 함수-대-함수의 충돌(ram)로 저지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도 있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상민병대가 중국이 군을 개입시키지 않고 분쟁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원(CSIS) 산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연구소(AMTI) 그레그 폴링 박사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해경에 이어 대규모 어선으로 구성된 해상민병대를 분쟁 해역에 상주시키는 전략은 일종의 회색지대 전략이자, 3전(三戰) 중 하나인 ‘법률전(Law Warfare)’”이라고 봤다.


다시 말해 “중국 어선이 상주함으로써 마치 중국의 국가 해양주권과 국가관할권이 행사되고 있는 것처럼 하여 다른 해양영유권 주장국가 어선이 접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특히 미 해군대학(NWC) 앤드루 에릭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해상 민병대를 해군과 해경에 이어 ‘제3의 해양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미 해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 사령부도 지난 2020년 12월 공동발간한 보고서에서 "해상민병대는 중국이 타국 주권을 전복하고 그들의 불법주장을 관철하는 데 사용된다"라고 규정한 것이다.


CNN은 중국이 지난 1995년 미스치프 산호초와 2012년 스카보러 암초를 실질적인 통제 속에 넣을 때도 해양민병대가 활용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CNN은 해양민병대 핵심전술로 '인해전술'을 들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휫선리프에도 필리핀 당국이 관찰한 바로는 무려 340여척의 해양민병대 소속 선박들이 아예 일렬로 줄을 매고 정박해 있을 정도로 무리를 지어 다녔다.


이와 관련해 데릭 그로스먼 랜드연구소 국방분석가는 “어선 떼로 적국을 압도하는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한 전형적인 '회색지대'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상당히 특이한 것은 이렇게 해상민병대가 설치는 분쟁지역은 대체로 상대가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라는 점이다. 자신들의 영토가 훼손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 민병대 선박이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들을 건드리면 중국의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아예 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국이 분노를 하더라도 공격하기도 쉽지 않다. 해상민병대가 철저하게 민간인으로 위장해 있기 때문에, 상대국의 해군력이 공격하기도 어렵다. 중국은 바로 그러한 점을 노리고 해상민병대를 첨병으로 내세워, 그동안 남중국해의 여러 섬들과 암초들을 점유해 왔던 것이다.


또 하나, 이러한 영유권 분쟁에 이들이 투입되는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중국의 불법어업(IUU)을 주도하기도 한다. 통상 어선은 2∼3척이 한 조를 이루어 조업을 하지만, 해상민병대가 주도하는 어선군단은 보통 100척∼300척으로서 해당 해역에서 어종을 말살하는 ‘싹쓸이’ 불법어업을 자행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 해상민병대 선박은 칠레, 콜롬비아, 페루와 에콰도르 인근 해역까지 진출해 싹쓸이 조업을 하는 바람에 이들 4개국이 인근 해역에서의 중국 불법어업에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된 적이 있었다. 이들은 한국의 서해에도 몇 번 출몰하기도 했다.


[중국의 민낯 드러낸 ‘해상민병대’]


이런 관점에서 NYT는 해양안보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해상 민병대 운용을 중국 지도부의 ‘진정한 해양강국(True Maritime Power)’에 대한 무지(無智)와 중국군의 어림수에 따른 중국의 ‘민낯’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중국의 문제점을 크게 4가지로 지적했다.


첫째, 중국은 국력은 커졌지만 그에 부응하는 국가 해양력에 대해서는 너무나 몰이해하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에리 황 박사는 “해경과 해상 민병대를 무리하게 운용하는 것이 후진국형이라는 것을 중국 지도부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둘째, 중국의 역사적 권리를 힘으로 기정사실화시키려는 암수(暗數)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1949년 발행된 과거 국민당 정부의 지도 한 장을 근거로 남중국해의 90%에 달하는 해역에 대해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며, 이제는 해상 민병대를 상주시켜 아예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200마일 배타적 경제수역(EEZ) 중첩에 따른 해양경계 확정에 있어 유리한 입지 고수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연안국 간 EEZ이 중복되는 경우, 형평성(equality) 원칙을 적용하도록 규정화했는데,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EEZ 중복 해역에서 어업을 하여 상대국과 EEZ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넷째, 상대국의 대응을 어려운 상황으로 만드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해군 또는 해경 함정이 군함도 아닌, 비무장 어선을 해상 민병대로 투입시킴으로 인해 상대국이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특히 비무장인 해상 민병대에 대해 물리적 제재를 가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해상민병대 전술에 미국도 강력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그렇게 해상민병대 선박이 무리를 지어 다닐수록 중국의 추한 욕심만 드러내면서 국익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703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