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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4년 만의 中·EU 정상회담, 시작도 전에 파탄났다! - 중국, EU와 4년 만의 정상회담 '빈손 결말' 가능성 - 불편한 관계 지속되는 EU-중국관계 - EU의 경고, “중국은 EU를 우습게 보지 말라!”
  • 기사등록 2023-11-24 05: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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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U와 4년 만의 정상회담 '빈손 결말' 가능성]


경제 악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중국이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긴장완화를 시도한 데 이어 EU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시작도 전에 별다른 성과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오는 12월 7~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게 될 EU-중국 간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빈 손’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실제로 정상회담이 2주전으로 다가왔지만 공동성명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해 “공동성명 초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공동성명 최종안 확정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양측 간 외교적 약속 성격을 띠는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금이 간 양측의 균열만 재확인한 채 마무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편한 관계 지속되는 EU-중국관계]


사실 지금 EU와 중국간 관계는 그리 편치 않은 상황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의료 기기와 풍력발전 등의 분야로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해 중국이 강도 높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중국 매체 차이신은 지난 10월 19일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EU의 반보조금 조사가 유럽의 관련 업계 불만을 바탕으로 결정된 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9년 취임 이후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미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독점 금지 등과 관련한 보안 조사로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번엔 중국을 제물 삼아 반보조금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것이 차이신의 보도 내용이다.


차이신은 이어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가 최대 1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EU는 이를 바탕으로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상무부도 지난 10월 4일 “충분한 증거도 없이 주관적인 가정에 기초해 EU의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가 시작됐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내의 이러한 비판은 사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EU는 판단하고 있다. 수년 동안 전폭적인 지원으로 동력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과 비야디를 세계 점유율 1, 2위로 키운 중국이 이제 와서 자국 기업들이 자체적인 경쟁력으로 유럽 기업들을 앞섰다는 논리를 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2009년부터 전기차 구매세를 인하한 데 이어, 2014년부터 완전히 면제했으며, 이 조치를 2027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09∼2022년에 중국은 300억달러(약 40조5천억원)의 세금을 면제했고, 2027년까지 970억달러(약 131조원)를 추가로 면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EU가 제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달 초 EU·중국 정상회담 계획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안보 구조'에 대한 중국의 시각이 우리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EU가 추구하는 대(對)중국 전략인 '디리스킹'(위험제거)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고, 중국의 역할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또한 “중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면서도 “동시에 불공정하고 우리의 단일시장을 왜곡하는 약탈적인 관행에 대한 우려가 실재하며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러한 예로 중국 정부의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통제 등을 들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우리가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을 원하지 않지만, 관계의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EU-중국 관계에 있어 분명한 경쟁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목표는 중국 중심의 체계적인 국제질서의 변화”라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군사채널 복원 등에 합의하면서 악화일로였던 양국 간 대화에 대한 기대는 커졌지만,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은 안보적 차원에서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남·동중국해를 둘러싼 긴장 등 가장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EU와 중국간 정상회담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의 공식 양자 정상회담 시에는 행정부 수장인 집행위원장과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동시에 참석한다.


앞서 EU 수장 격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각각 개별적으로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적은 있으나, 예정대로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EU 현 집행부 출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EU의 경고, “중국은 EU를 우습게 보지 말라!”]


사실 EU의 중국에 대한 불만은 이미 오래전부터 터져 나왔다. EU의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10월 13일, 중국을 향해 경제 및 무역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보렐 대표는 이날 베이징대 연설에서 “공통점을 찾고 경제와 무역 관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여론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중국과 멀어지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기 때문에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 훨씬 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이 그동안 EU국가들을 상대로 해왔던 외교적 행동들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렐 대표는 또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라는 렌즈를 통해 EU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내 (방중) 첫째 목표는 유럽이 중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중국의 부상을 방해하려는 숨겨진 의제가 없음을 중국 측에 재확인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인터뷰는 지난 10월 12일 게재됐다.


보렐 대표는 이어 “우리의 (중국에 대한) 평가와 행동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이익에 따른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를 경제 파워에서 지정학적 파워의 입장으로 변화시켰고, 전략적 책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보렐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EU의 대중 정책이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EU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종종 비판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 가감없이 드러낼 듯]


사실 보렐 대표의 방중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보렐 대표가 지금 EU와 중국간 가지고 있는 괴리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의 각성과 함께 변화된 모습을 촉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U가 지금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당히 큰 불만 중의 하나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다. 보렐 대표는 이와 관련해 “솔직히 유럽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한다”며 “침입자와 침공을 당한 나라 사이에서 어떻게 중립적일 수 있나. 이런 경우 중립이라는 것은 여우가 닭장에 들어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보렐 대표는 또한 “중국이 러시아 편이 아니라는 것을 우크라이나에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중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보렐 대표는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갈수록 매력을 잃는 것”이라며 “유럽 기업들은 더 이상 중국에 많은 외국인을 보낼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렐 대표의 방중과 관련해 SCMP는 “이번 방문은 중국 지도부에 EU가 현재 관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의도가 없기는 하지만, 좁은 형태의 탈위험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중국 지도부와 협의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보렐 대표의 방중 후 한달이 훌쩍 지난 지금 중국의 태도에는 변화가 있는 것일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방중을 앞두고 공동성명이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동안 중국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한마디로 중국은 자신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EU-중국간 정상회담이 순항할 리가 없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앞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던 EU 시장이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외교적 문제들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라 이러한 상황에 중국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스타일상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끝까지 자신들의 입장만 강변하는 중국의 외교 스타일이 자초한 일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대응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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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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